미켈란젤로가 천재인 이유?

조회수 2020. 5. 2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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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가 숨겨놓은 비밀 코드들
힘없이 축 처진 손가락과 힘있게 쭉 뻗은 손가락.
이윽고 손가락과 손가락이 만나려는 순간 정지한 이 그림.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입니다.
이 그림은 일반적인 그림과 달리 천장에 그려진 그림인데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의 일부죠.
우리에게는 이 그림은 〈천지창조〉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일본에서 천장화를 〈천지창조〉로 번역한 것이 국내에도 너무 유명해져 〈천지창조〉라 잘못 알려져 있죠.
이 천장화는 구약성서의 9개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천지창조〉 그중 첫 번째, 바로 이 그림입니다.
〈아담의 창조〉는 천장화 중 네 번째에 위치해 있고요.
재미있는 사실은 이 걸작이 그가 원해서 그린 게 아니라는 건데요.

1508년 교황 율리오 2세가 미켈란젤로에게 천장화를 의뢰했을 때 그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왤까요?
미켈란젤로는 스스로를 조각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것도 조각이었구요.

그가 ‘피에타’라는 작품으로 거장 반열에 올라섰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스물넷이었습니다.
근육과 핏줄, 손금처럼 정교한 묘사는 유럽 전역에 큰 충격을 안겨줬죠.
그렇게 조각가로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을 때, 그림을 그리려고 조각을 잠시 접어야 했으니 황당했을 겁니다.

조각가로서 모욕을 받았다 여겼고, 라이벌들의 음모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천장화 작업을 시작한 이후에 찾아왔는데요.

가로 41미터, 세로 13미터의 천장을 채우는 건 그의 생각보다 훨씬 고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작업을 완성하는 데만 무려 4년이 걸렸죠.
또 온종일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작업을 하다 보면 끔찍한 두통과 근육통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물감이 계속 눈에 떨어져 눈이 나빠지기도 했죠.
그래서일까요?

나중에 그린 것일수록 점점 등장인물 수가 적어집니다.
작업 초기에 그렸던 대홍수 장면과 가장 마지막에 그렸던 이 그림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더욱 확연하게 드러나죠.
어쩌면 그는 힘든 작업을 진행하며 느꼈던 고통이나 교황에 대한 분노를 작품 속에 숨겨놓았을지도 모릅니다.

〈홀로페르네스를 참수한 유디트〉
그런데 그림 속 접시에 담겨 운반되고 있는 머리는 다름아닌 미켈란젤로의 얼굴을 하고 있죠.

홀로페르네스가 느꼈던 비참한 상황에 공감했던 걸까요?
또 왼쪽 구석에 있는 선지자 즈카르야는 율리오 2세를 닮았는데요.
재미있는 건 뒤에 있는 천사 중 하나가 그를 향해 손가락 욕을 내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검지를 마는 것은 상대를 조롱하는 제스처였죠.

그는 이렇게라도 복수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조롱하는 검지가 있었다면 신성한 검지도 있었습니다.

맞닿을 듯 닿지 않고 있는 두 검지는 아마 천장화에서 가장 유명한 손가락들일 겁니다.
이 그림은 신이 흙을 빚어 아담을 만든 뒤 숨을 불어넣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데요.
몽롱한 표정과 나른한 포즈로 축 늘어진 이 남자.
성경에서 최초의 인간으로 묘사되는 아담입니다.

그는 아직 생명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때문에 근육질의 몸을 하고 있지만 어떤 생기나 에너지도 느껴지지 않죠.

자세히 보면 눈동자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반면 오른쪽의 신은 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요.

자세히 보면 신은 스스로 날고 있는 게 아니라 천사들에 의해 들려서 운반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떠받치는 천사의 표정이 복잡해 보이는데요.
꽤 무거웠던 걸까요?
정적이고 생기없는 아담과 역동적이고 육중한 신.

상반된 두 에너지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작품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죠.
손가락과 손가락이 맞닿는 순간.
신에게서 아담에게로 전해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구약성경의 내용대로 생명뿐인 걸까요?
어쩌면 미켈란젤로는 여기에도 자신의 비밀코드를 숨겨놓았을지도 모릅니다.
1990년 미국 내과의사인 프랭크 메시버거는 한 가지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습니다.
미켈란젤로에게 신은 생명의 원천일 뿐 아니라 지성의 원천이기도 했다는 건데요.

그러면서 근거로 제시한 것이 바로 이 〈아담의 창조〉였죠.
신을 둘러싸고 있는 붉은 망토.
혹시 뇌의 단면도가 연상되지 않나요?

천사의 오른쪽 다리에서 출발해 신의 어깨를 따라
왼팔로 이어지는 이 선은 뇌의 띠고랑과 일치합니다.
신을 떠받치고 있는 천사의 등은 다리뇌가 있는 자리이고
흘러내리는 녹색 천은 척추동맥을 묘사한 것 같기도 하죠.

이러한 해석을 따른다면, 신이 아담을 창조하면서 신적 재능이라고 할 수 있는 지능을 아담에게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죠.
그래서인지 천장화의 다른 부분에서도 해부학 이미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땅과 바다의 분리〉에서는 신장이
〈타락과 낙원에서의 추방〉에서는 경정맥, 경동맥 같은 목의 내부가 보입니다.
〈이브의 창조〉에 등장하는 신의 보라색 옷은 측면에서 바라본 폐의 모습과 닮았죠.

신이 이브에게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해석에는 비판도 많은데요.
그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찾고 싶은 대로 찾는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미켈란젤로가 실제로 해부학을 공부했으며 천장화를 그릴 때 교회와의 관계가 나빴던 걸 생각하면 충분히 제기해볼 만한 의심이기도 합니다.
십대 시절부터 그는 해부학 수업을 들었습니다.

시체 해부를 참관하거나 실제로 해부 실습을 하며 뼈의 위치, 근육의 움직임을 공부했죠.
덕분에 누구보다 뛰어난 인체 묘사 능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이는 〈아담의 창조〉에서도 발견되는데요.
신이나 인간이나 할 것 없이 모두 잘 발달된 근육질의 몸을 하고 있죠.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만들었다면 인간의 모습에는 신성이 깃들어 있을 것.
미켈란젤로는 인간의 신체를 가장 이상적으로 재현해내는 것이야말로 신성을 구현하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시는 교회의 권위와 과학적 관찰 사이에 치열한 투쟁이 벌어지던 시대였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독실한 신자였지만 동시에 교회의 권위를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본 신의 모습은 지성이었습니다.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지성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인간이 각자의 지성을 최대한 발휘한다면 교회를 거치지 않고도 신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신과 아담의 손가락 사이엔 그 어떤 중재자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과학의 시대가 움트고 있었지만 교회의 권위는 아직 지엄했던 시대.

당대에 가장 성공적이었던 예술가가 시대와 불화하는 코드를 숨겨놓았다는 이야기는 매혹적입니다.

물론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
여러분에게는 이 그림이 어떻게 다가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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