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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된 '범죄자'

조회수 2020. 8. 14. 10: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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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 아싸에서 최고의 인싸가 되기까지
여러분은 낙서 많이 하시나요?
어떤 낙서는 스케일이 좀 다릅니다.
거리의 벽에 아주 크게 그려지기도 하죠.
이런 종류의 낙서를 ‘그래피티'라고 부르는데요.
그래피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1960년대 말 뉴욕에서였습니다.

금지된 것을 금지한다는 점에서 저항정신의 발로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결국 공공기물을 훼손한다는 점에서는 도시의 골칫거리로 여겨졌죠.
그런 그래피티가 현대미술의 하나로 자리잡게 된 건 한 예술가의 공이 컸는데요.

간결한 선과 경쾌한 원색 마치 만화같은 그림들.

한 번쯤 보셨죠?
키스 해링입니다.
1958년부터 1990년까지 30년 남짓한 짧은 생을 살다 간 키스 해링.
그런 그에게도 일평생 마음을 사로잡은 모토가 하나 있었습니다.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1978년 뉴욕 SVA에 진학한 해링은 전공 교수의 전시회를 준비하던 중 충격을 받습니다.
사람들이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 사건은 해링으로 하여금 한 가지 의문을 갖게 했는데요.

‘대중이 이해하기 힘든 예술을 고집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밖으로 나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 시도가 1980년부터 1985년까지 이어졌던 ‘지하철 드로잉 시리즈’였는데요.
당시 뉴욕 지하철역의 광고판 중 광고가 없는 칸에는 검은색 종이가 채워져 있었습니다.
해링은 그곳이 완벽한 캔버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러는 동안 경찰에 체포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는 그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해링의 그림은 성별, 인종, 나이를 알 수 없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춤을 추거나, 꼭 껴안거나, 하트를 띄우곤 합니다.
이는 소외나 배제 없는 세상, 모두를 위한 세상을 꿈꿨던 해링의 신념이 드러나 있는 것 같기도 하죠.
칙칙한 일상을 살아가던 뉴욕 시민들에게 해링의 그림은 하나의 활력소가 되어주었습니다.
덕분에 ‘키스 해링’이라는 이름도 사람들에게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유명한 갤러리 딜러였던 ‘토니 샤프라지’도 그중 하나였죠.

샤프라지는 1982년 자신이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해링이 개인전을 열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이는 해링이 스타 예술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해링은 한 가지 딜레마에 부딪히게 되는데요.
그가 명성을 얻으면서 그의 그림 또한 점점 비싼 값에 거래되기 시작했던 겁니다.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꿨던 해링에게 그건 그리 이상적인 상황이 아니었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링이 내놓은 대답은 ‘팝 숍’(Pop Shop)이었습니다.
1986년 그는 뉴욕에 팝 숍을 열고 자신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티셔츠, 스티커, 포스터 같은 굿즈 상품을 팔았는데요.
소수의 자산가들이 수억 원을 내고 작품을 사기보다 더 많은 이들이 일상 속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나고 즐기고, 소장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물론 예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요.

팝 숍을 계기로 예술이 대중과 만나는 접점을 늘린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해링은 생각했죠.
이처럼 모든 사람이 예술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던 키스 해링.
그의 신념이 담긴 그림을 직접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여러분 알고 계셨나요?
바로 이 작품, 〈웃는 얼굴〉인데요.
이건 해링이 즐겨찾던 펍의 주인에게 선물한 거라고 합니다.
캔버스가 아니라 플라스틱 상자 뚜껑에 그려졌다는 점이 독특한데요.
자세히 보면 스프레이 아래로 뚜껑의 원래 디자인이 보이기도 합니다.
‘에이~ 키스 해링 작품이 얼마나 비싼데 내가 이걸 어떻게 사?’라고 생각하실 수 있잖아요.
이 ‘테사’라는 앱을 이용하면 가능한데요.
자산을 뜻하는 에셋(ASSET)의 철자를 거꾸로 뒤집으면 테사(TESSA)가 되는 것처럼
테사는 자산으로서 작품을 보는 관점을 뒤집었어요.

한 명이 통째로 작품을 사는 게 아니라 작품의 소유권을 여러 개로 나눠서 그중 하나를 산다면?
그러니까 작품 가격이 1억 천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작품의 소유권을 11만 개로 나눠서 그 분할 소유권을 개당 천원씩 사는 거죠.
사실 저는 이걸 딱 접했을 때 이런 의문이 먼저 들었어요.
‘이거 안전한 거 맞아? 작품을 내가 소장하는 것도 아닌데 누가 갖고 튀면 어떡하지?’
그런데 찾아보니까 좀 괜찮았던 게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분할소유권을 기록하고 있더라구요.
이렇게 하면 분할소유권을 팔고 산 기록이 투명하게 기록되고 공개되기 때문에 누가 쉽게 장난칠 수 없죠.
분할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면 작품을 어딘가에 빌려줄 때 렌탈수익을 얻을 수도 있고 나중에 작품이 팔릴 때 차익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가 굿즈를 사는 건 모티브가 된 작품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잖아요?

하지만 진짜 작품은 여전히 고가에 거래되고 있고 때문에 작품을 사는 건 여전히 소수의 일로 남아 있었죠.
바로 이 지점에서 해링이 가졌던 딜레마는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할 수 있는데요.
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것 같아 기뻤어요.
개인적으로 제일 꿀팁이라 생각하는 점은 ‘선물 기능’이에요.
분할소유권을 다른 사람들에게 문자로 선물할 수 있거든요.
예술을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굿즈 대신 작품을 직접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요?
꽤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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