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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화

음악 역사를 바꾼 악기 808

808의 아버지 이쿠타로 카케하시가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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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드럼 머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저는 '드럼 머신'이란 말을 중학생 때 처음 듣고 기계가 드럼을 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드럼은 있는데 연주자 없이 스틱과 페달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거죠. 마치 공장에서 기계가 프로그래밍대로 쿵쾅거리듯이. 

실제 드럼 머신은 위와 같이 생겼습니다. 드럼과는 아무 공통점도 없게 생긴 네모난 전자 기계입니다. 어떤 타이밍에 어떤 소리를 내라고 미리 명령해놓으면 시간 순서에 따라 그대로 수행하는 일종의 컴퓨터입니다. 이런 조그만 녀석 안에 실제로 드럼이 들어있을 리는 없겠죠? 당연히 인공적으로 드럼 소리를 만들어내는 신시사이저입니다. 드럼 머신에도 정말 많은 종류가 있는데, 위의 사진은 그중에서도 롤랜드 사의 TR-808 모델입니다. 가장 널리 오래 사랑받고 있는 명기입니다. 

롤랜드의 창립자 카케하시 이쿠타로.

출처교도 통신사

드럼 머신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드럼 머신을 대중음악사의 중요한 악기로 자리매김시킨 롤랜드의 창립자 이쿠타로 카케하시가 지난 4월 1일에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롤랜드에서 출시된 808, 303, 909는 일렉트로닉과 힙합을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악기들입니다. 비트메이커를 자처하는 사람 중에 808 소리 안 써본 사람 거의 없을 걸요? 실물이 레어템이라 구하기 힘들어 그렇지 비슷한 소리를 내주는 소프트웨어나 사운드 샘플은 다 써봤을 겁니다. 펜더 기타를 빼고 록을 논하기 힘들 듯이, 808을 빼고 일렉트로닉과 힙합을 논하기 힘듭니다. 음악계를 이전과 이후로 나눈 롤랜드의 창립자 이쿠타로 카케하시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롤랜드 홈페이지의 첫 화면. 추모 글이 띄워져 있다.

그런데 이렇게 위대한 악기의 실제 소리를 들어보면 아마 놀라실 겁니다. ‘응? 이 무슨 싼티나는 소리야?’ 당황스러우실 겁니다. 수많은 드럼 머신들 중에서 808이 유독 심합니다. 좀 '꽁꽁댄다'고 할까? 유난히 로봇 같고 뻣뻣하다고 할까? 아래의 영상을 통해 808 소리를 들어봅시다. 이런 게임기 같은 소리가 음악 역사를 바꿨다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죠?  

이런 저렴한(?) 소리를 가졌기 때문에 808은 처음 출시된 1980년에 엄청난 혹평에 시달렸습니다. 판매가 되지 않아 생산을 중단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극한의 혹평이 도리어 호재가 됐습니다. 싼 가격의 중고 매물들이 쏟아지자 호기심만 갖고 있던 뮤지션들이 싼 맛에(?) 너도나도 써보기 시작한 거죠. 드럼 세션을 쓸 여유가 없는 1인 프로듀서들에게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버튼만 누르면 칼 박자의 드럼 소리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909와 비교하면 808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909가 좀 더 실제 드럼 소리와 닮았다.

또한 808이 출시된 1980년대 초반은 전자음이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킬 때였습니다. 너도나도 전자음을 써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단, 게임기 같은 소리를 참을 수 있다면 말이죠. 또한 808은 유독 저음이 강한 킥 소리로 유명합니다. 오디오도 모델마다 소리 질감이 다른 것처럼, 드럼 머신도 모델마다 다른 사운드를 들려주는데요, 808은 앵앵대는 카우벨과 지진파 같은 킥 드럼이 유명합니다. 킥의 두꺼운 저음을 강조하는 일렉트로닉 댄스, 힙합은 808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별로 노력 안 해도 이렇게 끝내주는 베이스를 얻을 수 있네?!) 

가운데 아래에 있는 1번이 베이스 드럼, 일명 킥 드럼이다.

808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곡들을 추렸습니다. 마빈 게이나 휘트니 휴스턴은 좀 의외죠? 808은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트랩 음악들도 808 드럼 머신 소리를 쓰기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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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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