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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열풍'에서 놓치면 아쉬운 한국영화

조회수 2019. 11. 25.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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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윤희에게> (Moonlit Winter,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윤희에게>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리틀빅픽처스
'윤희'(김희애)는 오빠 '용호'(김학선)의 도움으로 한 공장의 급식실에서 일하며, 전 남편 '인호'(유재명) 사이에 낳은 딸 '새봄'(김소혜)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어느 날, '새봄'은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를 읽으며, 엄마의 과거 '기억'을 알게 된다.

그리고 대학 입학 전, '새봄'은 편지의 발신지인 일본 홋카이도의 오타루로 모녀여행 계획을 세운다. 그곳엔 한국인과 일본인 부모에서 자라 어린 시절 한국에서 지내다, 오타루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고모 '마사코'(키노 하나)와 함께 사는 '쥰'(나카무라 유코)이 있었다.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인 <윤희에게>를 연출한 임대형 감독은 새로운 '부산의 총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들꽃영화상 극영화 신인감독상을 그에게 안긴 첫 장편 작품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2017년)를 선보이며,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받은 곳이 부산국제영화제(제21회)였다.

그리고 <윤희에게>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ACF) 극영화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에서 선보인 섬세한 연출과 그 연출로 이뤄진 '따뜻한 공기'가 느껴진 정서 덕분이었다.
<윤희에게>도 그러한 공기가 느껴진다. 눈이 내리는 차가운 겨울을 배경으로 했음에도, 그 속에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차이점이 있다면, 전작이 '부자 관계'를 다뤘다면, 이번엔 '모녀 관계'를 그렸다는 점.

임대형 감독은 "전작에서 여성 캐릭터를 전형적으로 대상화하거나, 기존에 했던 어떤 여성 캐릭터를 소비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라며, "하지만 여성 인물들이 주변에 머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스스로의 반성과 같은 과정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 부자 관계를 전복시켜서 모녀 관계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자연스럽게 'LGBTQ' 소재를 녹이는데도 소홀해 하지 않았다. 'LGBTQ'의 '사랑'을 다룰 때, 으레 등장할 법한 육체적 사랑이 이 영화엔 등장하지 않는다. 관습적으로 보여주던 성애 장면이 오히려, 동성애자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될 수 있으며, 그것이 또 다른 차별이자 편견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임 감독은 잘 알고 있었다.

'윤희'는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가면서 동시에, 자아를 찾아간다. 그러면서도 딸 '새봄'과 함께 연대한다. 자연스럽게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이었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년)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의 모양'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
그러면서 영화는 국경과 성별, 범주화된 정의를 넘어서서, '사랑'에는 잣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나, 이해, 응원이라는 메시지를 편지에 담아 공감대를 형성한다.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인 혐오의 공기가 자욱한 요즘, <윤희에게>는 소소한 우리의 인생에서 작은 안식처를 느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예를 들어, '새봄'은 남자친구 '경수'(성유빈)를 통해 풋풋한 사랑을 한다. '인호'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윤희' 역시 만남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용기를 얻는다. 이력서 작성 장면에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던 것은 이 때문. 그래서 이 영화엔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등장한다.

어쩌면 평범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윤희에게>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극적이면서, 작위적인 설정 없이 섬세한 감정을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하는 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싸운 '관부재판' <허스토리>(2018년)를 통해 '허스토리언'에게 용기를 줬던 김희애는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편지에 꾹꾹 담아, 내레이션으로 전달한다.

'새봄'을 맡은 김소혜 역시 첫 스크린 연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발랄하면서 적극적인 성격의 고등학생 딸로 변신하며, 내년 주요 영화제의 여우신인상 후보로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2019/11/20 메가박스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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