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유치해도, 어쩔 수 없었던 영화

조회수 2020. 1. 12.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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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닥터 두리틀> (Dolittle,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닥터 두리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휴 로프팅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철도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때때로 잡지에 자신의 단편소설을 기고하는 등 글쓰기의 즐거움을 조금씩 깨달아갔던 '토목 기사'였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자, 그는 '아일랜드 군 장교'로 복무를 했는데, 동물들이 다치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참상 등을 목격하게 된다.

이런 참상을 목도한 그는 자식들을 위해 삽화가 담긴 편지를 써내려갔다. 편지엔 동물과 의사소통이 되면서 늘 낙천적인 의사, '닥터 두리틀'의 이야기가 있었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안심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있었다.

전쟁 중 중상을 입은 휴 로프팅은 전쟁이 끝나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를 했고, 전쟁 중에 써내려간 '닥터 두리틀'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둘리틀 박사 이야기>(1920년)에 이어 출간된 <둘리틀 박사의 바다 여행>(1922년)은, 이른바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뉴베리상'을 그에게 안겨줬다.
이후에도 10여 편의 작품을 써내려간 그는 1947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동물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전해지길 바랐다. 할리우드에서도 이런 <닥터 두리틀>의 이야기를 가만히 둘리 없었다.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이 연출한 영화 <닥터 두리틀>(1967년)은, <사운드 오브 뮤직>(1965년)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5관왕을 수상했고, 흥행에서도 대성공한 20세기 폭스의 야심작이었다. '닥터 두리틀' 역에 뮤지컬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1964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렉스 해리슨이 캐스팅됐고, 제작비도 <사운드 오브 뮤직>보다 두 배가 많은 1,700만 달러를 사용했다.

게다가 당시로는 이례적인 2억 달러 어치의 약 300 종류의 '굿즈'(말하는 인형, 앨범, 시리얼, 반려동물 사료 등)를 만들어 팔았다. 그러나 이러한 폭스의 노력은 대중에게 어필되지 않았다.(이는 지난 연말 개봉한 <캣츠>가 떠올려진다)
디즈니의 <정글북>(1967년)이 장기 흥행에 돌입하는 것과 더불어, <둘리틀 박사 이야기> 원작이 '인종차별적'이다라는 주장이 동시에 나오면서, <닥터 두리틀>은 약 1,100만 달러의 손해를 내고 극장에서 물러났다. 자신의 피부색을 싫어하는 흑인 왕자 '범포'와 아프리카 사람들을 묘사하는 대목이 백인우월주의와 인종 차별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

결국, 영화 캐스팅 문제라는 표면적 이유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10세'라는 배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배역은 훗날 출연진을 모두 '흑인'으로 바꿔 캐스팅한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1975년)를 연출하며, '토니상'을 받은 배우 제프리 홀더가 연기했다.

그래도 <닥터 두리틀>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특수효과상과 주제가상('Talk to the Animals')을 받았고, 이후엔 '컬트 영화'로 자리잡았다. 또한, 나름의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1960년대 연속적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 제작이 주춤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머천다이즈 마케팅의 부진으로, 폭스를 비롯한 영화 스튜디오들은 이런 마케팅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리고 만다. 훗날, 이런 머천다이즈 제작 판권 계약을 폭스로부터 챙긴 인물이 있으니, 바로 <스타워즈>(1977년)를 연출한 조지 루카스 감독이었다. 그는 2012년 '루카스필름'의 디즈니 매각전까지, 약 130억 달러의 라이센스 제품 수입을 거둬들였다.
약 30년 후, 폭스는 <닥터 두리틀>(1998년)의 현대화 버전을 만들었고, 1960년대 당시의 '인종 차별' 논란을 의식해서였는지, '아프리카계 미국인' 에디 머피를 '존 두리틀' 역할로 캐스팅했다. 아무래도 현재의 관객들이 기억하는 '닥터 두리틀'은 바로 이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7,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는 약 2억 9천만 달러를 넘게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고, 이후 4편의 후속편들이 제작됐다. 에디 머피는 2001년 '극장'에서 개봉한 2편까지만 출연했고, 이후 만들어진 3편(2006년, 2008년, 2009년)은 극중 '존 두리틀'의 딸인 '마야 두리툴'(카일라 프랫)의 성장기를 다룬 '홈비디오-DVD' 버전으로 출시됐다.

이후 <닥터 두리틀>은 2017년 3월, 유니버설이 경쟁사 폭스, 소니를 제치고 영화화 판권을 따냈고, 이윽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닥터 두리틀' 역할로 캐스팅됐다. 이는 디즈니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리즈와 <말레피센트> 시리즈를 제작한 베테랑 프로듀서 조 로스가 직접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그의 아내이자 프로듀서인 수잔 다우니가 함께 설립한 제작사 '팀 다우니'를 찾아가면서 이뤄낸 것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아이언맨'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었고, 현실 속 '토니 스타크'가 됐지만, 그래도 '아이언맨' 그 후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었다.
그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동물권 보호, 그리고 인생의 의미를 모두 깨달을 수 있는 이 작품을 차기작으로 선택하게 됐다. 심지어 이 영화는 앞서 언급한 '인종 차별' 논란을 의식해서, 1권 <둘리틀 박사 이야기>를 오프닝 애니메이션으로만 언급한다.

처음부터 '닥터 두리틀'이 동물과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영화는 곧이어 시리즈 2권 <둘리틀 박사의 바다 여행>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애니메이션이 끝나고, 영화는 '푸들비 습지'에 있는 '토미 스터빈스'(해리 콜렛)를 비춘다. 사냥꾼 삼촌, 고모, 그리고 사촌들과 사는 '토미'는 이들과 달리 동물을 죽이고 싶어하지 않아한다.

하지만 '토미'는 실수로 청설모 '케빈'(크레이그 로빈슨 목소리)을 향해 총을 쏘고 만다. 이 상황을 지켜본 앵무새 '폴리네시아'(엠마 톰슨 목소리)는 '토미'를 '두리틀 박사'가 사는 집으로 안내한다. 하지만 '두리틀 박사'는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외부인과 차단된 삶을 살고 있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강한 두 남자는, 자연스럽게 왕국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모험을 떠나게 된다. '두리틀'은 처음에는 '토미'가 못미더웠지만 이내 '조수'로 인정하고, 그들이 떠나는 모험은 일종의 '치유 여행'이 된다.
이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수잔 다우니 부부의 자전적 이야기로도 투영될 수 있다. 흔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살린 인물은 'MCU'의 수장, 케빈 파이기라는 조력자로 생각할 수 있겠다. 물론, 그 역시 지금 'MCU'를 현재의 위치에 올린 것은 두 인물이 일등공신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겠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현재의 자리로 돌아오게 한 것은 수잔 다우니의 공이 컸다.

<채플린>(1992년)에서 '찰리 채플린'을 맡으며 생애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랐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후, 마약 중독과 전과자라는 오명을 받으며 밑바닥까지 떨어지고 만다.

그런 가운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고티카>(2003년)를 통해 다시 메이저 배급사의 상업영화로 출연하게 되는데, 그당시 작품의 제작자였던 수잔 레비에게 청혼을 한다.

수잔은 철저히 '마약은 안 된다'라는 조건을 내세웠고, '버거킹'에서 '치즈버거'를 먹다가 맛을 느끼지 못하고 좌절하며, 가지고 있던 마약을 모두 바다에 버렸다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수잔 레비는 2005년, 3년의 열애 끝에 결혼을 하고, 이후 <키스 키스 뱅뱅>(2005년), <셜록 홈즈> 시리즈 등의 작품에서 제작자와 배우의 관계로 함께 했다.

그리고 그가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해준 '아이언맨'을 연기한 첫 작품, <아이언맨>(2008년)의 '버거킹 치즈버거' 식사 장면과 마지막 작품,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년) 속 '치즈버거' 언급은 일종의 자기 성찰과도 같았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이 영화는 '들어주는 것'의 가치를 전파해주는 '선의'로 가득찬 영화다. 자신의 의견이 끝까지 옳다고 여기며, 그것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만 내뱉고, 존중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 이 상황에서, 동물을 비롯한 '자연'은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리틀 박사'가 동물의 말을 듣는 능력은 어쩌면 타인에 대해 듣고, 소통하는 공감 능력 때문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두리틀 박사'는 여행을 떠나면서 이런 공감 능력을 다시 되찾으며, 올바른 삶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런 '선의'로 만들어진 영화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비롯해 할리우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동물 목소리 어셈블'을 했으며, 실제 동물이 연기 했다고 믿을 정도로 뛰어난 CG의 활용과 달리, 아쉬움이 짙었다. 어린이 관객들에게는 인생의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영화였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좋은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너무나 기시감이 짙으며, 평면적인 선과 악의 캐릭터 설정, 다소 지루하고 사건의 해결을 위해 조금은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 등으로 인해 지루하다는 생각을 할 관객도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착하고, 유치한 영화가 하나 정도는 있어도 나쁘지는 않겠다.

2020/01/07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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