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실종된 후, 좌절한 아버지에게 벌어진 일

조회수 2020. 1. 15.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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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차일드 인 타임> (The Child in Time, 2017)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차일드 인 타임>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팝엔터테인먼트
유명 동화 작가 '스티븐 루이스'(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을 하던 중 외동딸 '케이트'(베아트리체 화이트)를 잃어버린다. 상심한 상태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스티븐'이 술에 의지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지켜본 '줄리'(켈리 맥도날드)는 런던의 교외에 있는 바닷가로 별거한다.

서로가 혼자 지내던 중 '스티븐'은 '줄리'가 친구를 통해서 자기의 안부를 듣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시 바닷가 집으로 향한다. 그때, '스티븐'은 '케이트'처럼 보이는 소녀를 따라가려다 미끄러지고 만다. 옷을 더럽히고만 '스티븐'은 '줄리'의 집으로 향하고, '케이트'의 흔적을 공유한다.

1987년 작가 이언 매큐언이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일반적인 '아동 실종 주제' 영화와는 한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가 왜 사라졌다거나, 그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심지어 아이가 유괴된 것이라면 범인이 누구인지 이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가 사라진 후 부모의 심경 변화를 드러내는 데 '시간'을 집중시켰다. 영화 제목에도 언급된 '시간'은 작품의 전개에서 큰 역할을 차지한다. 여러 시간대가 플래시백, 플래시포워드를 통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집중을 하지 않으면 갑자기 저 사람들이 왜 저런 대화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흔히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의 '시제'로 연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시제'로 '시간'을 활용하지 않으며, 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많은 명작에서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의 뇌에 남아 있는 기억과도 유사한데, 우리의 기억은 단순히 선형적 경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또한, 시간은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하지만, 상처는 다시 열리게 되며 새로운 방식으로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스티븐'이 '케이트'로 착각해 다짜고짜 학교로 들어가는 대목에서 볼 수 있다. 학교에 들어간 '스티븐'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아님을 느끼고 오열한다. (그 장면을 촬영하는 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수어 시간을 사용했다)

그리고 '시제'라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없애며, 일종의 타임슬립을 선보이기까지 한다. '스티븐'이 '케이트'로 보이는 아이를 찾던 중 '미끄러지는 장면'에서 일종의 '슬립'이 일어나고, '스티븐'이 창문을 통해 식당의 내부를 들여다 보니 자신의 젊은 시절 부모님이 선명하게 보였던 것.

이를 통해 영화는 '스티븐'이 직접 경험했거나, 경험하지 않았어도 사진이나 부모의 경험담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에서 나오는 '기억'을 '시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이는 후반부 '스티븐'이 쓰는 동화 '물고기가 되고 싶은 소년'의 주요 소재이기도 하다.
또한, 이 영화는 삶을 이어가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저 포기하고 앞으로 나아간다거나, 재결합할 것에 대한 희망을 위해 버티는 것. 이는 딸을 잃어버린 '스티븐'과 '줄리'의 지상과제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스티븐'의 어머니(제랄딘 알렉산더)는 '스티븐'에게 "'케이트'를 그리워하지 말고, 사랑해줘"라며, '케이트'에 대한 사랑을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표현하라는 의미의 말을 건넨다.

어차피 '스티븐'은 잊을 수도, 그렇다고 극복할 수도 없는 '케이트'에 대한 사랑(그래서 '케이트'의 방에 무전기를 두고 연락을 취하는 '스티븐'의 모습은 가장 아련한 대목이었다)을 이내 정면으로 받아들인다.

한편, 이 영화에서는 서브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스티븐'의 친구이자, '총리'(엘리어트 레비)의 내각에 들어간 '찰스'(스티븐 캠벨 무어), 그리고 아내이면서 동시에 양자물리학자인 '델마'(사스키아 리브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찰스'라는 인물이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어린 시절의 상실'이라는 소주제를 담아냈고, '총리'를 중심으로 한 영국 정부의 아동 교육정책이 매우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점을 주지시키려 했다. 하지만 원작에서 '찰스'의 아내인 '델마'가 양자물리학자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시간의 개념'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나, 이 작품에선 그런 대목이 사라져버린 것은 다소 아쉬운 각색이었다.

조금은 어려운 영화로, 이 영화를 관람한 후 어떠한 특정 해석을 갈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해석을 찾아보며 꼭 그것이 모두 정답이라고 인지하면서 볼 필요까지는 없을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이것이 온전히 '자신의 해석'으로 체화되기를 바라는 것.

이것이 원작자 이언 매큐언과 진심 어린 감정에서 나오는 멋진 연기를 선보인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소망인지도.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자신이 공동 설립한 인디 영화사 '써니 마치'의 첫 작품으로, 이언 매큐언 작가를 존경하는 뜻에서 영상 매체로 옮겨지지 않은 <차일드 인 타임>을 선택했다)

2020/01/11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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