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연성 X·허무한 결말, '#살아있다'는 이 영화와 닮았다

조회수 2020. 6. 27. 14: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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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살아있다> (#ALIVE,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살아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 <#살아있다>와 <우주 전쟁>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철저히 <#살아있다>는 개연성을 포기한, 아니 내려놓은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처럼 개연성 논란을 받았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한 작품을 떠올리게 됐다. 평론가로부터 로튼 프래쉬 인증을 받았지만, 관객의 팝콘 지수는 엎어져 버린, H. G. 웰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우주 전쟁>(2005년) 말이다.

"천하의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런 조악한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어?"라는 싸한 반응도 들을 정도였다. 이 중에서 영문도 모른 채 시작되는 재난, 조력자인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던 사람(팀 로빈스/전배수)의 등장, 허무함이 느껴지는 마지막 장면, 그리고 개봉 시기는 묘하게 <#살아있다>와 겹쳤다.

<우주 전쟁>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인에게 '외부 침입'이 주는 불안감을 드러냈다면, <#살아있다>는 '코로나19' 시국이 정면으로 맞아떨어진 덕에 공포감이 더욱 올라가게 된다. 비대면의 시대에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그 사회적 동물임을 증명하게 하는 대목이 등장하는데, 이는 <우주 전쟁>을 연출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내용이기도 했다.
출처: 영화 <우주 전쟁> ⓒ 드림웍스 픽처스
개연성을 빼고, 감독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야 <#살아있다>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굳이 '좀비 영화'의 형식을 빌릴 필요도 딱히 없어 보였다.

조일형 감독은 "이 영화는 살아남으려는 두 주인공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이며, "죽음 앞에서 살고 싶은 인간의 본성과 포기하지 않을 때 비로소 찾아오는 희망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우주 전쟁>은 생존과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며, "엄청나게 큰 사건에 대항하는 인간 본성의 기본적인 요소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런 연유로, <우주 전쟁>이 백악관과 펜타곤의 모습을 담지 않는 것처럼, <#살아있다>도 청와대나 국방부의 모습이나, 그들의 관점에서 영화를 전개하지 않는다.
<#살아있다>의 주인공 '준우'(유아인)는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주로 플레이하는 스트리머로 설정됐다. <배틀그라운드> 게임 자체가 최후의 1인이 살아남을 때까지 진행되는 서바이벌 장르물이기 때문에, '생존'이라는 작품의 키워드와 잘 맞는다.

'생존'을 위해 옆집을 '파밍'하는 것 역시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린 것이었다. 덧붙여서 절망하는 순간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과정은 <마션>(2015년)의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화성에서 일지를 남기는 방식과 유사하다. <마션> 역시 '생존'과 '희망'이라는 테마가 동시에 담긴 영화였다.

하지만 가족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준우'는 더는 생존에 대한 희망을 느끼지 못하고 생을 스스로 마감하려 한다. 그때,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유빈'(박신혜)은 '준우'를 발견한다. '유빈'은 레이저 포인터를 이용해 성경 구절을 통해 '바보'라 놀리는데, 여기서 나오는 성경 구절은 <히브리서> 11장 1절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다.

일반적으로 기독교에서 해당 구절은 하나님이 초월자이기 때문에, 보이지도 않지만, 하나님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믿는 것밖에 없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여기에서도 '살아있음'의 의미가 전달되는 셈.
다시, <우주 전쟁>으로 돌아가면, 이 작품은 이혼한 항만 노동자 '레이 페리어'(톰 크루즈)의 관점으로 전개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나는 '레이'가 사람들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기를 바랐다"라며, "그는 우리 모두를 대표하기 때문인데, 그와 그의 가족들은 우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공포와 우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생존에 대한 본능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작품에서 톰 크루즈는 평소 캐릭터처럼 영웅이 아닌, '도망자'에 가깝게 등장한다. 전투가 있다면 '가족의 안전'을 위해 지키는 싸움이었던 셈. <#살아있다>에 나오던 '준우'도 영웅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유빈'과 함께 (의도적인 PPL로 가득한)'짜파구리'를 먹는 것이 딱 어울리는 캐릭터 정도. 그런 와중에 두 사람은 함께 탈출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좀비가 안 보인다는 이유로 '8층으로 이동'한다는 설정은 매우 무리수였다. 앞서 언급한 '좀비 영화'의 형식을 빌릴 필요가 없다는 이유는 여기에서 나온다.

이에 비해 <우주 전쟁>에서 '레이'가 도망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자동차 탈출 장면, 페리선 탈출 장면, 클라이맥스 액션 장면은 현실적으로 보인다. 수십 마리의 '좀비'가 있는 아파트 안마당을 그냥 가로지른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좀비'에게 안 물리는 치트키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이후 등장하는 8층 '마스크 남'의 모습과 <우주 전쟁>에서 더는 도망칠 곳이 없는 '레이'와 딸에게 자신의 지하실을 피난처로 제공하는 '오길비'의 모습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오길비'는 상심에 빠진 남자였고,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미친 계획을 진행하려 하고, '레이'는 이를 막기 위해 대립한다.

'마스크 남'도 비슷한 행동을 취하는데, 이 남자가 어떻게 좀비 아내를 방에 둘 수 있었고, 그 사이에서 나오는 대화들은 설정 구멍이 많아 아쉬움을 준다. 앞서 '8층으로 이동한다'라는 설정도 무리수에 가까웠지만, 부부를 처치한 후 나오는 모든 과정 역시 작품의 몰입도를 해치고 말았다.

헬기 소리가 들리자마자, 어디서 '유빈'은 그런 특수 도구를 만들어 좀비를 퇴치한 건지, 옥상에서는 어언 영문인지 좀비들이 주인공들을 공격하려 달려들지 않고 미적미적 거리며 들어오는 건지, 헬기가 어떻게 그리도 소리 소문 없이 옥상 아래에서 위로 등장해 주인공들을 구출하는 건지 등 여러 의문점을 남기는 영화적 허용을 다량 남발했기 때문.
<우주 전쟁>의 결말이 허무해진 배경에는 그나마 원작에 충실히 하고자 했다는 이유라도 있겠지만(물론, 도움도 안 됐던 아들의 생존이나, 전 아내가 살던 곳은 왜 멀쩡했는가에 대한 논란은 <#살아있다>와 유사했다), <#살아있다>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끝으로 조일형 감독은 "영화 속 생존을 위한 모든 과정이 험한 세상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이 영화가 주고 싶은 두 번째 메시지. 그러나 이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넣은 내레이션이나, 자막은 마치 '코로나19' 시국에 맞춰 영화를 추가로 편집한 느낌이 짙었다.

앞서 정부의 시선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으나, 내레이션에서는 정부의 태도가 뜬금없이 나온다. 그리고 구조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하며, 마치 '코로나19' 시대에 SNS를 통해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하는 이들의 릴레이 캠페인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받게 했다. 이는 너무 과한 설정이었다.

2020/06/15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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