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레전드 포켓몬 영화, 3D로 돌아올 필요 있었나?

조회수 2020. 10. 13.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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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극장판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 evolution> (Pokémon the Movie: Mewtwo Strikes Back Evolution,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극장판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 EVOLUTION> ⓒ (주)이수C&E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의 흐름은 '실사화'에서, '2D 원작의 3D화'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실사화를 추진했던 2부작 <진격의 거인>(2015년), <강철의 연금술사>(2017년) 등이 원작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을 그냥 '코스프레'한 것이 아니냐는 반발을 받았기 때문인지도.

발달한 애니메이션 기술력을 통해 추억의 작품을 3D로 옮기는 시도는 나름의 칭찬을 받았다.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의 <도라에몽:스탠바이미>(2014년), <루팡 3세: 더 퍼스트>(2019년)는 그 대표 주자였다. 특히 <루팡 3세: 더 퍼스트>는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2021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 작품상 '후보군'에 뽑히기도 했다.

그만큼 작품성을 어느 정도 보장한 <루팡 3세: 더 퍼스트>는 기존의 주인공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이야기'였다. 그러면서도 호쾌한 카 액션이나 캐릭터의 입담, 유머러스한 행동 등은 과거 TV 시리즈나, 극장판에서 익숙히 봐왔던 것들이니, 낯설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극장판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 EVOLUTION>은 어떨까? 이 작품은 <포켓몬스터> 첫 번째 극장판인 <포켓몬스터 - 뮤츠의 역습>(1998년)을 리메이크했다. <포켓몬스터>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을 때 개봉한 이 영화는 약 1억 7,200만 달러가 넘는 극장 수익을 올렸다.
작품은 '환상의 포켓몬'인 '뮤'의 화석에서 나오는 속눈썹 화석에서 얻은 유전자를 조작해, 최강의 포켓몬을 만들고자 하는 과학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렇게 태어난 '전설의 포켓몬'인 '뮤츠'를 만든 연구원들은 이 세계에서 생명체를 만들 수 있는 건 오직 '신'과 '인간' 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손에서 탄생한 '뮤츠'(홍시호/이치무라 마사치카 목소리)는 처음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자신의 존재에 관해 끊임없는 물음을 던진다. 계속되는 혼잣말을 통해 고뇌를 반복하던 '뮤츠'는 '로켓단'의 두목인 '비주기'(신용우/미야케 켄타 목소리)를 만나, 함께 세계를 지배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하지만 '뮤츠'는 다른 포켓몬을 잡거나, '비주기'의 체육관에서 트레이너를 상대하는 등의 역할로만 이용당하는 것을 알게 되고, 인간들이 입혀 놓았던 '아머'를 부수고 떠난다.

'뮤츠'는 자신들을 만든 연구원이나, '비주기'처럼, 마음대로 생명을 탄생시키거나, 그 존재의 가치를 개인적 욕망의 실현 도구로 여겨서 통제하려 하는 인간을 원망하고, 인간에 대한 역습을 선언한다. '뮤츠'는 '지우'(이선호/마츠모토 리카 목소리)와 친구들을 비롯한 우수한 포켓몬 트레이너를 자신의 성으로 초대한다.
그곳에서 '뮤츠'는 손짓 몇 번으로 기후를 변화시키며 강력한 폭풍우를 일으키거나, 텔레파시 기술을 통해 인간과 대화를 하고, 기억을 지우며, 마음대로 조종한다. 게다가 복제 포켓몬을 만들기 위해, 포켓몬 트레이너처럼 특수 제작한 몬스터볼을 사용해 다른 포켓몬을 포획하기도 한다.

자신보다 몇 배나 큰 몸집의 포켓몬을 바로 제압하는 것은 기본.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뮤'(송하림/야마데라 코이치 목소리)의 등장으로 인해 싸움은 더욱더 거칠어진다.

'복제양 돌리'와 '게놈 프로젝트'가 등장하던 시기였던 만큼, '복제'에 대한 사회적인, 혹은 철학적인 논쟁이 많았던 시기에 등장한 이 작품은 그야말로, 시의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작품의 주요 쟁점은 '복제도 생명이다'라는 것, 그리고 거기에 나아가 '원본이든 복제이든 간에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점이었다. 생명에는 우열을 나눌 수 없다는 주제는 '피카츄 뺨 때리기 짤'로 유명한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약 20여 년의 세월이 등장한 <극장판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 EVOLUTION>의 모습은 영화가 내세웠던 '원판'과 '복제'를 보는 것 같았다. 작품의 제목에 담긴 '에볼루션'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포켓몬스터'의 상징인 '진화'라는 것을 떠올려 볼 때, 이 작품에서 진화된 것은 시대에 맞춰 바뀐 3D 모델링뿐이었다.

'원판'의 내용을 거의 대부분 차용한 이 작품에서, 새로운 점은 몇몇 세부 설정이나, 화면 구도를 매끄럽게 변경한 것이 전부였다. 심지어 원판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었던 '소녀'와 '뮤츠'의 대화 장면 등이 삭제되면서, '뮤츠'가 '흑화'하는 과정이 빨리 전개된 느낌을 줬다.

게다가 3D 모델링 된 포켓몬은 '2D 포켓몬'의 외연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닌텐도 스위치 3D 게임이나, <포켓몬 GO>도 있으며, 실사 영화도 나온 판에, '3D 모델링 포켓몬'이 무슨 대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켓몬 배틀'에서 나오는 포켓몬의 감정이었다.
앞서 언급한 '피카츄 빰 때리기 짤'만 하더라도, 목적 없는 싸움에 나서야 하는 포켓몬의 모습은 보는 관객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나오는 포켓몬의 감정은 '2D 포켓몬'이 등장한 원작에 비해 아쉬움이 많았다.

이것은 마치 <라이온 킹>의 애니메이션(1995년)과 실사 영화(2019년)를 놓고 봤을 때, 실사 영화에서 무표정한 사자들의 얼굴을 지켜보는 것과 비슷한 셈.

한편, 극장에선, 처음 극장판을 접한 후, 이제는 20~30대가 된 관객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해당 관객들이 추억에 빠지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겠지만, 이전 극장판인 <극장판 포켓몬스터 모두의 이야기>(2018년)처럼, '오리지널 단독 작품'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첫 3D 극장판으로 선보였으면 어땠을까? 물론, 이는 앞으로 포켓몬스터 극장판이 남기는 숙제가 될듯싶다.

2020/09/30 메가박스 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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