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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좋은데, 마음은 끝까지 답답한 영화

조회수 2020. 10. 20.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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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돌멩이> (Stone Skipping,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돌멩이> ⓒ (주)리틀빅픽처스
8살의 지능을 지닌 30대 청년 '석구'(김대명)는 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한다. 장애가 있음에도 마을 사람들은 '석구'를 비장애인처럼 대하고자 '노력'했고, 그 중심엔 마을 큰 어른인 성당의 '노신부'(김의성)가 있었다. 어느 날, '석구'가 살던 마을에, 서울에서 아빠를 찾으러 온 가출 소녀 '은지'(전채은)가 등장한다.

성당 '노신부'와의 인연으로 마을 청소년 쉼터를 운영 중인 센터장 '김선생'(송윤아)은 다짜고짜 아빠를 찾으러 왔다는 '은지'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마을 잔치가 열린 날, '은지'는 소매치기로 오해를 받지만, '석구'는 진범을 찾아주고,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가진 듯한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은지'와 '석구'가 가까이 지내는 것을 눈여겨보면서, 내심 불편한 마음이 가득했던 '김선생'은 걱정을 하지만, '석구'를 어릴 적부터 봐온 '노신부'는 '김선생'의 걱정을 무마시키면서, 오히려 두 사람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그러던 중 '석구'의 정미소에 혼자 있던 '은지'에게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면서, '석구'는 순식간에 아동 성폭행 범죄자로 몰린다. '은지'는 충격으로 인해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날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김선생'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갖은 노력을 다하며 '은지'를 보호하기에 나선다.
한편, '석구'의 보호자인 성당의 '노신부'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그를 감싼다. '노신부'는 불완전한 믿음 아래에서 주변 이들에게 선처를 구하며, '석구'가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재판이 끝난 이후, 마을 주변엔 온통 "'성범죄자' 없는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고, '석구'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로부터 하나둘씩 외면받는다.

영화 <돌멩이>는 크게 두 작품을 연상케 한다. 하나는 유치원 교사 '루카스'(매즈 미켈슨)가 소녀의 거짓말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더 헌트>(2012년). 다른 하나는 6세 지능의 남자가 아동 유괴 및 강간 살해로 교도소로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7번방의 선물>(2013년).

한 영화는 진실과 관계없이 '낙인을 찍힌 인물'의 삶이 정말로 피폐해진다는 것을 잘 담은 수작이며, 다른 영화는 지적장애인을 향한 과도한 폭력으로 발생한 눈물로 천만 영화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돌멩이>는 어떤 길을 향했을까? 잠시 제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돌멩이'는 주인공 '석구' 자체를 의미할 수도, 차창을 향해 날아오던 '돌멩이'를 뜻할 수도, 그리고 '석구'가 친구들이 모인 치킨집에 던지는 '돌멩이'를 의미할 수도 있다. 영화에서 '석구'가 던지는 돌멩이는 '파문'을 일으키며 날아간다.

'파문' 역시 수면에 이는 물결이기도, 어떤 일이 다른 데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중의적 표현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은 '진실 찾기' 보다는 '사건' 이후 각 캐릭터가 겪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김정식 감독은 "인간들이 가진 믿음에 대한 이야기, 믿음이 가진 불완전함에 관해서 이야기하려 했다"라면서, "<돌멩이>에서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진실을 찾는 데 사람들의 에너지가 들어가야 할 텐데, 그런 모습이 다 배제가 되어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할 때, 그 아이에 대해서 '김선생'이 고심하는 것만큼이나 '은지'를 위해서 같이 연대하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그 이전에 이미 감정으로 치달아버려서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상황으로 그저 판단하고 속단해버리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덕분에 관객은 작품을 관람하면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 무력감은, <더 헌트>에선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더 헌트>는 구체적인 폭력 장면을 노출하는 것보다는, 주인공의 심리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더욱이 사회 공동체의 집단 본성을 허물없이 보여줬다는 점은 <더 헌트>의 최고 매력이었다.

특히 광활한 자연 속에서 짐승을 사냥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무언의 총성은 영화의 심리를 최고조로 올리는 대목이 됐었다. 사건 전개와 더불어 한 가지 메시지에 집중하다 보니, 영화는 관객에게 사유할 점을 깊이 있게 제공해줬다.

그런데 <돌멩이>는 <7번방의 선물>처럼, 배우의 메소드 연기에서 나오는 '힘'을 가학적 장면 연출에만 힘을 쏟는 것처럼 보였다. 류승룡이 그랬던 것처럼, 김대명도 본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힘든 연기를 훌륭히 소화했다.
마을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던 주민의 일원에서, 점차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했고, 사건 이후에도 '은지'에게 접근하며 '석구'의 지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려는 모습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석구'가 물수제비 동작을 취할 때, 돌멩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처럼, 영화의 엔딩까지, 작품은 한 가지 메시지에 집중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지적 장애인에 대한 편견인지, 어린 여성이 당한 측정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서인지, 아니면 '마녀사냥'과 '무고죄'에 관한 것인지….

여러 개의 이야기가 깊지 않고, 잔가지처럼 뻗어 있다 보니, <돌멩이>를 관람 후, 사유하는 시간을 거칠 관객에게 남은 것은 불쾌감밖에는 없었다. 불쾌감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성공이겠지만, 적어도 <돌멩이>가 남긴 파문엔 지향점이 없었다.

2020/10/19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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