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지리는 레전드 마피아 연기, 그런데 내용은..

조회수 2020. 10. 21.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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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폰조> (Fonzo,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폰조>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폰조>는 192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에서, 각종 범죄로 부를 축적했던 마피아 '알 카포네'의 말년을 담은 실화 바탕 영화다. 악명 높은 인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알 카포네'를 소재로 한 다양한 대중문화 작품이 등장했었다. 대표적인 작품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언터처블>(1987년)로, 로버트 드 니로는 '드니로 어프로치'를 마음껏 펼쳐 보였다.

이는 자신의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외부 조건'을 변화하며 그 역할에 몰입하는 자신만의 '메소드 연기' 스타일. 로버트 드 니로는 가발 착용 대신 머리를 한 올 한 올 뽑아내며, 실제 알 카포네의 모습을 따라 했다. 영구 탈모의 위기가 있었음에도.

이번에 '알 카포네'를 연기한 톰 하디 역시 '메소드 연기'를 뽐냈다. 톰 하디의 캐스팅 배경을 위해 잠시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첫 장편영화 <크로니클>(2012년)을 통해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최연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조쉬 트랭크 감독은, 차기작 <판타스틱4>(2015년)를 통해선 '흥행 참패 감독'의 불명예를 얻게 된다.

절치부심한 조쉬 트랭크 감독은 "쏟아지는 평범한 영화들 속에서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며, <폰조>의 각본을 써 내려갔다. 각본 작업이 끝나자마자, 조쉬 트랭크 감독은 '알 카포네' 역에는 지구상에 톰 하디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톰 하디의 작품 중 <장기수 브론슨의 고백>(2009년)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년)를 인상적으로 봤다는 조쉬 트랭크 감독은 우연히 시나리오를 톰 하디에게 건넸다. 톰 하디는 <베놈>(2018년) 촬영 이후 차기작을 고심 중이었던 상황.

그는 다음날 바로 감독과 통화를 하면서, 반나절 넘게 캐릭터 분석에 대해 논했다고. 촬영 전 캐릭터를 위해 그는 삭발부터 체중 증량을 진행했고, 실제 본인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와 '카포네'의 이탈리안 영어 악센트를 구현하고자 몇 달을 연습했다. '알 카포네'의 목소리는 남겨지진 않았지만, 동시기 이탈리아계 코미디언 지미 듀랜트의 목소리에 영감을 받았다고.

그렇다면, 이런 노력은 잘 영화로 옮겨졌을까? 본래 조쉬 트랭크 감독은 "전작 <크로니클>과 <폰조>는 관습에 저항한다는 점과 갈등과 분열을 둘러싼 이야기를 갖는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라고 언급했다. <크로니클>은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우연히 슈퍼 파워를 보유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었다.

<크로니클>이 '기승전결(결은 거의 파국에 가깝다)'의 서사를 보여준다면, <폰조>('알 카포네'의 애칭)는 한 인물의 '결'만 담은 채 100분을 따라간다. '신경매독'에 걸린, '알 카포네'는 전설이라고 말하기엔 그야말로 '살아있는 송장'에 가깝다.
이 100분의 큰 축을 담은 이야기는 숨겨진 돈과 아들이다. '알 카포네'가 숨겨뒀다는 천만 달러의 행방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대립 구도가 첫 번째로, 영화 속 구체적인 이야기나 일화는 허구를 가공한 것이다. 당시로는 천문학적인 금액인 '연간 1억 달러'의 수입을 올린 인물일 테니, 분명 숨겨진 돈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두 번째는 FBI 요원 '크로퍼드'(잭 로던)가 '카포네'의 숨겨진 아들로 추정되는 소년을 통해 '카포네'의 돈 위치를 추궁한다는 이야기. 실제로 밝혀진 숨겨진 아들의 존재는 공식적으로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실제 '카포네'는 아내 외에 여러 정부가 있었다고 한다.

<폰조>는 이 두 이야기를 무절제로 쏟아낸다. '신경매독' 때문에 어느 것이 사실인지, 환상인지, 인지도 못하는 '알 카포네'처럼. 그렇다면, 관객은 이 이야기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기생충>과 함께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분에서 대결을 펼쳤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을 잠깐 꺼내 보자.

이 작품에 나오는 갱스터의 이야기를 통해서, 관객은 그 갱스터에 이입된 삶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체험이 이 시대에 영화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이라면, <폰조>는 그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없었다.
분명, 톰 하디는 말 그대로 '지리는 연기(진짜 배설물을 지리는 연기까지 펼친다)'를 소화한다. 회상으로 잠깐 등장하는 젊은 시절부터, 노년 시절까지, 여러모로 지리는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그 톰 하디의 연기로 보이는 '알 카포네'의 말년은 심심하기만 하다.

몇몇 회상이나 상상을 통해서 그의 희미한 기억엔 선한 이미지가 남아 있기를 보여주려 한 것인지, 아니면 기관총을 연사하는 장면처럼 그의 내면엔 악마만 있었는지를 통쾌하게 드러내지도 않는다. 가끔 롱테이크로 등장하는 조각상을 통해 철학적인 은유를 담겠다는 시도도 보이지만, 그것 뿐이다.

영화의 전개도 심심하니, 클라이맥스를 향한 결말도 딱히 놀랍지가 않다. <크로니클>보다는 전작 <판타스틱4>가 더 떠올렸던 것은 이 때문이었나 보다.

<판타스틱4> 당시 감독의 기행은 여러 매체 등을 통해 전파된 바 있지만,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영화엔 캐릭터의 매력이 하나도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았었다. 이번엔 그나마 캐릭터를 위한 연기라도 불사른 배우라도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인 셈. 한편, <판타스틱4>의 로튼 토마토 지수는 9%이며, <폰조>는 이보다 살짝 높은 41%(물론, 썩은 토마토 지수)다.

2020/10/19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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