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거절당한 이 영화, 아카데미 작품상 받을까?

조회수 2021. 4. 4.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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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노매드랜드> (Nomadland,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노매드랜드>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여기, 4편의 작품으로 전 세계가 주목한 감독이 있다.

데뷔작 <내 형제가 가르쳐준 노래>(2015년)와 두 번째 장편 <로데오 카우보이>(2017년)로 칸영화제 감독주간 부문 초청,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을 받은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이 그 주인공.

클로이 자오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인 <노매드랜드>(2019년)는 지난해 열린 제77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시작으로,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여성감독 최초의 작품상, 감독상을 받으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편집상, 촬영상 등 후보에 오르며 유력 다관왕 후보로 점쳐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 시기가 변경되긴 했지만, 클로이 자오 감독의 다음 작품은 마동석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진출 작품으로 화제가 된 <이터널스>였다.

만약,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는다면, '여성감독'으로는 <허트 로커>(2009년)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이후 통산 두 번째 수상이며, 아시아계 여성, MCU 연출 감독으로는 최초의 수상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클로이 자오 감독의 모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도 골든 글로브 수상 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노매드랜드>에 대한 기대치는 클 수밖에 없었는데, 중국 개봉 예정 포스터에는 '중국 감독'이라는 이름이 대놓고 표기됐었다.
하지만 클로이 자오 감독이 2013년 '필름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10대에 고국을 떠났을 때, 중국은 거짓말이 도처에 널린 곳이었다"라고 말한 발언으로 인해, 중국 공산당 선전부는 심기가 거슬렸는지, 중국 내 모든 매체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 및 보도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당연히 중국 웨이보에서 <노매드랜드>와 관련한 긍정적인 이야기는 사라졌다('배신자'라는 메시지는 덤).

<노매드랜드>를 배급하는 디즈니(폭스가 디즈니로 인수되면서, 폭스 산하의 서치라이트 작품은 디즈니가 배급하게 됐다)는 해당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이터널스>에도 불똥이 붙을 수 있기 때문.

다행히 영화를 즐기는 중국 팬들이나, 일부 지식인층에서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지언정, 영화의 개봉을 막을 필요는 없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여러모로 화제가 된 <노매드랜드>는 2008년경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보통 <빅쇼트>(2015년)처럼 돈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들과 달리, <노매드랜드>는 그로 인해 피해를 받은 서민들의 삶을 담았다.

2017년 발간된 논픽션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경제 붕괴로 네바다주의 한 광산 마을이 완전히 무너지고,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된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함께 일한 남편도 최근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펀'은 자신의 모든 추억과 삶이 깃든 도시를 뒤로하고, 유일하게 남은 작은 밴 '선구자'를 타고 낯선 곳으로 향한다.

먼저, '펀'은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겨울 동안 일을 하며 돈을 모은다.

함께 일하던 '린다'(린다 메이)는 애리조나주에서 '노매드(유목민)'들을 이끌고 자급자족 커뮤니티를 만드는 '밥'(밥 웰스)을 '펀'에게 소개해준다.

그곳에서 '펀'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스스로 길 위에서 삶을 선택한 노매드들과 만나면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펀'은 사막의 저편으로 하늘, 석양, 나무, 바람 등 자연을 통해 치유한다.

노매드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머무는 곳이 곧 집이 되고, 순간을 함께하는 모두가 친구로 남는 경험을 통해 '펀'은 인생을 살아나갈 희망을 찾아간다.

'펀'(Fern)의 이야기가 뻔하게 들리기도, 그렇다고 '펀'(Fun)하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장르의 영화와 맞지 않는 관객도 있겠다.

하지만 <노매드랜드>의 본질은 혼자 힘으로 세상에 나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있었다.

<노매드랜드> 속 '노매드'의 모습은 마치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 속 '자연인'들의 그것을 보는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은 바쁜 도시 생활에서 탈출해 자연으로 회귀하는 현대인들의 로망을 잘 표현해 화제가 됐다.
앞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클로이 자오 감독은 이런 '자연인'들의 삶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어왔다.

<내 형제들이 가르쳐준 노래>는 아메리칸 원주민 청소년의 삶을 담았고, <로데오 카우보이>는 낙마 사고로 트라우마를 겪는 카우보이의 성장을 그렸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연출관은 국가의 정체성으로도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이후, 10대 시절 영국과 미국에서 자란 클로이 자오 감독에게 자유로운 들판은 어떤 것을 상징했을까?

감독은 "내가 지낸 5,000년 역사의 중국에서보다 이 '젊은' 나라에서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노매드랜드>에선 뛰어난 연기를 펼치면서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린 프란시스 맥도맨드뿐 아니라, 기억해야 할 이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조슈아 제임스 리차즈 촬영감독이다.

대학 시절의 인연을 시작으로 현재는 클로이 자오 감독의 '파트너'로 함께 하는 그는, 감독의 촬영 방식과 편집 문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드넓은 사막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석양의 빛 등 아름다운 대자연과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카메라에 깊이 있게 담아내면서, 유력한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2021/03/30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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