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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건교사는 왜 변질된 '젤리'를 퇴치해야 했을까?

조회수 2020. 10. 15.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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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알려줌]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등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 넷플릭스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은 '젤리'를 만든다. 생김도 성격도 제각각인 오만가지 '젤리' 중 나쁜 기운에 오염된 '젤리'에 현혹된 사람들은 불운 및 불행에 빠지게 된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은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와 함께 이를 해결해간다는 내용을 담았다.

작품은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욕망의 잔여물 '젤리'를 볼 수 있는 한 여자와 맑고 좋은 기운으로 둘러싸인 한 남자, 두 사람이 변질된 '젤리'의 위협과 싸워나간다는 정세랑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정세랑 작가는 "소설은 디테일 하나까지 완전히 장악할 수 있어 매력이 있고, 영상은 전문가들의 해석이 풍성하게 덧붙여져 훨씬 여러 겹이 되는 게 근사하다. 영상만이 가지는 매력에 마음을 빼앗긴 것 같다"라면서, "남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완벽하지 않아도, 실수를 자주 해도 함께 힘을 보태고 연결되며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2013년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과 2019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정세랑 작가는 "친한 친구가 보건교사로 교생 실습을 나갔던 일을 단편으로 썼고, 그 단편을 읽으신 독자분들이 더 긴 이야기를 원한다고 메시지를 보내오셔서 몇 년 후 장편소설로 완성했다"라며, 작품의 탄생 과정을 언급했다.

"역사교육, 국문학을 복수전공을 했기에 구전설화, 문화사, 미시사 등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듯하다"라고 언급한 정 작가는 "기본적으로는 선한 어른들이 아무 대가도 원하지 않고 미성년자들을 지키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물에 빠진 모르는 사람을 구하려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 단체로 지하철을 들어 올리기도 하는 등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도, 평범한 시민이 이타적인 행동을 할 때 인간이란 존재가 빛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정세랑 작가는 "본인이 위험해지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하는 그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자주 생각했다"라며 '안은영'의 탄생 과정을 소개했다.

직접 대본 작업에도 참여한 정세랑 작가는 "건조한 듯 귀찮아하는 듯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꼿꼿한 의지와 원칙이 있는 성격만큼은 그대로였으면 했다"라면서, '안은영'의 정체성이 분명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정세랑 작가는 "기본적으로 '젤리'는 생각과 욕망의 잔여물로 설정했다"라면서, "욕망만큼 순수하면서도 오염되기 쉬운 게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괴물이나 귀신보다 더 욕망이 무서울 수 있다고 본다. 온갖 방식으로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0대야말로 욕망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것을 힘들게 배우는 나이라서 특히 어울리지 않나 싶다"라며, '젤리' 아이디어를 떠올린 이유를 밝혔다.

작품의 연출은 <미쓰 홍당무>(2008년), <비밀은 없다>(2015년) 등을 개성 있는 영화들의 메가폰을 잡았던 이경미 감독이 맡았다.

필모그래피 상 처음으로 시리즈 연출에 도전한 이경미 감독은 "정세랑 작가님의 무한한 상상력, 끝도 없이 쏟아지는 이야기가 주는 상상력의 쾌감에 매료됐다"라면서, "누군가의 상상력을 빌려 덧붙여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경험, 누군가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일이 새롭고 즐거웠다. '안은영'과 '홍인표'라는 완전치 않은 두 인물의 삶이 만나서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을 통해 외로운 모든 이들에게 작은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경미 감독은 특히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한 소재인 '젤리'의 구현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1953년 조셉 페인 브레넌의 소설에서 최초로 등장한 '슬라임' 몬스터부터, 가까이는 <포켓몬스터>의 '메타몽'까지, 문화 전반의 미디어에서 다뤄진 '슬라임'의 계보를 정리했다.

또한, 물이끼, 나무 수액 등 실제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생물들의 형태와 특징을 연구해 작품 속 젤리들의 일반적인 특징을 만들고 적용했다. 여기에 "무해한 젤리들은 비교적 투명하게, 오염된 젤리들은 불투명하면서도 독을 가진 식물이나 위험한 동물들처럼 화려한 색 묘사를 한다"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다.

'안은영'의 키워드를 "완성되어가는 여전사"로 설정한 이경미 감독은 '안은영'이 젤리를 무찌를 때 사용하는 무지개 칼과 비비탄 총에 메소포타미아 여신의 별과 아테나의 날개 등 여러 나라의 신화 속 여전사의 상징을 더했다.

그리고 '안은영'의 의상은 젤리 때문에 생긴 흉터를 가리는 터틀넥, '안은영'을 보호할 수 있는 갑옷으로 제작된 비닐 소재의 보건교사 가운, 언제든 달릴 수 있도록 발이 편한 운동화 등 남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자신만의 전쟁터를 누비는 '안은영'의 일상을 반영했다. 반면, 다리가 불편한 한문선생 '홍인표'는 보조기구를 가릴 수 있도록 매우 통 넓은 바지를 입도록 했다.
공간 활용도 돋보이는데,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보건실 캐비닛 안에는 부적부터 십자가까지 '안은영'이 에너지를 충전할 때 사용하는 세계 각국의 온갖 종교적 아이템들을 소품으로 배치해 남모르게 젤리 퇴치를 이어가는 '안은영'의 삶을 녹여냈다.

학교 설립자인 '홍인표' 할아버지의 서재는 조명은 어둡게 낮추고 책과 소품을 가득 채워 학교에 숨겨진 수많은 비밀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안은영'과 '홍인표'의 모험이 시작되는 학교의 지하실은 이상하리만큼 깊은 계단이 이어져 이들이 맞닥뜨리는 새로운 세계를 더욱더 기이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경미 감독은 "원작 소설 안에 이국적인 판타지 요소와 한국적인 소재들이 이미 유기적으로 잘 결합됐었다. 이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게 될 거라는 점을 특별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작품 속 한국적 요소를 강조했다.

명승지 사찰이나 남산타워의 자물쇠 등에서 사람들의 소원을 흡수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안은영'의 모습을 원작에서 가져오고,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느라 사시사철 여러 개의 봉숭아 화초를 화분에 키우는 '안은영'의 집, 동네 할머니들로 북적북적한 침술원, '홍인표'가 쓴 갓 등 토속적인 디테일을 추가했다.
디테일은 음악에도 이어진다. 음악에는 <타짜>(2006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전우치>(2009년), <곡성>(2016년), <부산행>(2016년) 등을 담당한 음악감독이자 민요, 판소리 등을 접목한 얼터너티브 팝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씽씽, 이날치의 프로듀서 장영규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이경미 감독과는 <미쓰 홍당무>로 함께 작업한 바 있는 장영규 음악감독은 이번 드라마를 위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뒤섞어 사용했다. 전래동요, 판소리까지도 포함된 신선한 사운드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한편, 배우의 캐스팅도 공을 들였는데, "영상화 이야기가 있기도 전에, 정유미 배우가 '안은영' 역을 맡기를 바랐다. 고요하다가도 폭발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언급한 정세랑 작가는 큰 만족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정유미는 "대본을 읽다 보니 '안은영'에게 연민이 가기도 했고, 연기하면서 캐릭터한테 내가 오히려 위로를 많이 받았다"라면서, "보통은 보는 이들에게 위안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캐릭터를 선택하는데 '안은영'은 이상하게 나에게 많이 위안이 되었다"라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홍인표'를 연기한 남주혁은 "'홍인표'는 '안은영' 옆에서 항상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캐릭터"라면서, "겉으로 봤을 때는 차갑게 보일 수도 있지만, 호기심이 많은 친구"라고 언급했다.

그는 "평범했던 사람이 특별한 사람을 만나서 자기 자신의 특별함을 알게 되고, 함께 사건들을 해결해가며 깨닫고 성장해간다"라면서, "평범한 사람의 지점에서 시작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드라마는 불완전한 두 명이 만나 함께 성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특별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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