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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 깜짝 놀랐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주목받은 평범한 한국 직장인

조회수 2020. 5. 19. 10: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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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은 미래 인재 양성 교육에서 늘 빠지지 않는 단어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세계가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명확해져 간다. 우리나라도 변화를 따라가는 건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에는 초등학교 5, 6학년의 교과 과정에 코딩 교육 17시간을 의무로 추가하며, 소프트웨어 교육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러한 의무 교육 과정을 이미 어릴 적부터 행한 이가 있다. 그는 스스로를 ‘IT를 위해 태어났다’고 말할 정도로, 소프트웨어의 매력에 푹 빠진 상태다. 30년간 소프트웨어와 함께 하고 있는 안랩 수석 연구원 박수현 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8세에 짠 ‘Hello World’

박수현 강사는 8세에 처음으로 ‘Hello World‘ 코드를 짰다. 당시 PC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이기에, 그는 PC라는 새로운 기기에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자연스레 코딩에도 흥미가 생기게 된다. “초등학생 때부터 바둑, 태권도, 피아노 등 여러 학원을 짧게 거쳐 갔습니다. 그중 컴퓨터 학원이 가장 재미있어 가장 오래 꾸준히 다녔죠. GW 베이직 언어를 배우며 프로그래밍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익힐 수가 있었습니다.”


흥미에 배움이 더해지자, 코딩에 대한 재미는 배가 되었다. 그는 한 달에 만 원뿐이었던 용돈의 절반을 컴퓨터 잡지를 구매하는 데 사용하며 실력을 키워나간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향한 애정은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중학교 시절 뉴질랜드에 이민을 갔을 땐, 교민들 사이에서 ‘컴퓨터 박사’라고 소문이 나 PC 수리를 도맡기도 한다. 이처럼 그에겐 PC와의 삶이 일상이었기에, 개발자를 꿈꾸는 일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대학 생활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Allied Telesis Labs(이하 ATL) 뉴질랜드 연구소에 입사한다. ATL은 네트워크 스위치를 제조하는 회사로, 그가 입사할 당시엔 글로벌 네트워크 통신장비 3위에 들 정도로 큰 기업이었다. “첫 회사라 기대가 컸던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모든 곳이 그렇듯, 회사에서는 많은 것을 먼저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접 일을 찾아다니며 제 역량을 펼치고자 노력했죠”

출처: 2007년 뉴질랜드 교민 신문에 실린 박수현 강사의 인터뷰
현지인 사회에 뛰어들었다는 점도 박수현 강사의 열정을 자극했다. “팀 리더 엔지니어(Distinguished Engineer)와 경험이 풍부한 수석 엔지니어(Principal Engineer)를 찾아가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20년 이상을 개발에만 몰두하신 분들이기에 기술 난제와 이를 해결하는 노하우를 빠르게 얻을 수 있었죠.”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입사 3년 만에 시니어(Senior)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임명되었다. ATL 내에서 가장 빠른 승진 사례다. 특히 외국은 연차보다 실력으로 승진이 결정되기 때문에 더 값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식 공유만 10년 이상

전공 공부부터 회사 생활, 그리고 승진 이력까지. 타지에서 다진 기반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서자, 문득 한국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렇게 한국 기업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그의 전공인 네트워크 분야를 다루는 곳이 많지 않았다. “그때 네트워크 ‘보안’을 하는 안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부터 V3를 사용해왔기에 보안 분야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있었죠.”

안랩에서도 그의 실력은 빛났다. 박수현 강사는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라는 직책으로 성장해, 팀 내 기술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난 2017년엔 ‘V3 HOME’이라는 아이디어로 사내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도 당당히 1위도 거머쥐었다. “스마트 TV,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 전반에 존재하는 기기 대부분이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이러한 IoT 기기를 통해서도 해킹과 사생활 침해, 랜섬웨어 등의 피해가 발생할 것입니다.”


아쉽게도 사업화 단계까지 나아가진 못했지만, 그는 “IoT 시대가 도래하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공모전 당시 V3 HOME의 글로벌 경쟁사는 2개뿐이었으나, 현재는 10개를 넘어가고 있다. 그가 시대 흐름에 알맞은 방향을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최근엔 보안 강의에 이어 리눅스 강의 강사로도 활동하며 지식 전파에 앞장서는 중이다. “지식의 끝은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대학생 때부터 교민 자녀들을 대상으로 과외를 해왔습니다. 지난 10년간 해오던 일이기에, 부담감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매년 다양한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종 활동의 원천은 IT 업무의 특성과도 연관이 깊다. IT 업종은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어, 해당 분야 직종에 끝없는 공부가 요구되기도 한다. 그는 멘토링과 강의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새로운 기술과 사업 아이디어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박수현 강사에겐 이러한 활동들이 일종의 공부인 셈이다.

PC와 함께한 지 30년,
2020년 소프트웨어 시장은?

박수현 강사가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지 벌써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PC 역시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PC의 변화를 몸소 체험한 그는 지금의 소프트웨어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Q.

소프트웨어 시장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클라우드 기반의 개발 환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CI/CD를 통해 개발과 테스트 그리고 배포를 자동화시키고,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쿠버네티스 플랫폼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를 통해 개발된 소프트웨어 모듈과 클라우드의 SaaS 서비스들이 함께 적절하게 조화될 때 무한하게 확장 가능한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개발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Q.

최근 보안 분야 이슈는 무엇인가?

A.

“한동안 개인정보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화두였습니다. 지금은 꽤 나아진 편이지만, 그럼에도 해킹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죠. 특히 요즘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수십 개의 사이트에 가입한 계정(아이디·패스워드)을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피해 사건 수 역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사건이 사용자의 부주의한 관리 문제든, 사이트 관리자의 부실한 관리 문제든 우리에게는 점점 더 가까이 위협적으로 다가오게 되겠죠. 그래서 현재 여러 스타트업에서도 패스워드 관리를 위해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password-less 인증 기술들을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출처: 2018 정보보호 해커톤 데모 셋업

마지막으로 박수현 강사에게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필요한 역량을 묻자, 그는 열린 마음과 소통 능력, 그리고 다국어 언어라는 3가지 요소를 꼽았다. 개발자는 인터넷 상의 다양한 오픈 소스를 적극적으로 참고하는 것이 좋다. 이때 오픈소스를 개발한 다양한 국가의 언어(특히 영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빠르게 변하는 최신 기술 동향과 이에 대한 정확한 표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로 코드를 이해하고 온라인상에서 함께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강조한 이 3가지 요소가 실력과 맞물린다면 분명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IT 기술들이 급변하고 또 그 어느 시기보다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에 비해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뛰어난 기업과 서비스를 찾기는 어렵죠. 이러한 상황은 그만큼 국내 IT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작은 아이디어라도 하나씩 연결해나가고, 실천해나간다면 여러분들이 그 성장의 동력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변화하는 시대의 주인공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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