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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 짙어진 올해 국산 흥행작

조회수 2018. 12. 11. 14: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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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콘텐츠로 재미를 보장하는 게임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말을 참으로 많이 듣는다. 아직 세상에는 이름조차 모르는 작품과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으며 언뜻 보고 새롭다 느낀들 무언가의 오마주이고 재생산이라는 얘기다.

  

참신한 매력, 참신한 재미라는 말 참 많이 쓰고 있지만 실상 이젠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작금의 게임 시장에선 참신함이란 상상의 동물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기린이라든가 해태라든가)

  

게임을 만들 때 개발자는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참신함을 무기로 도박을 할 것인지, 무난한 선택지로 점철된 무난한 결과물을 뽑아낼 것인지. 사실 다 혁신적으로 가겠어! 하는 건 상당한 도박이다.

한참 신작이 없었던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등장한 '로스트아크'는 안전한 선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액션 MMORPG라는 장르에 기대할 수 있는 컨텐츠는 다 가져갔다.

  

화려한 그래픽을 내세운 PC MMORPG에 유저가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일단 가장 중요한 첫인상은 비주얼과 연출로 결정된다. 첫 장면부터 화려한 이펙트가 팡팡 터지고, 쿼터뷰인 덕에 더 눈에 확 차게 들어오는 배경 그래픽은 유려하기 그지없다.

  

직업 튜토리얼이 길다는 게 모든 유저들의 공통된 평가이긴 하지만, 20레벨을 달성하고 영광의 벽 구간을 계기로 컨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레벨업을 거듭할수록 할 일은 많아지고, 선택지도 점점 확장된다.

하지만 로스트아크의 컨텐츠에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새로움'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PC MMORPG가 있었고, 각 게임마다 차별점을 내세운 컨텐츠들은 무수히도 많았다. 유저들의 눈은 이미 높아져 있다.

  

레이드, 시네마틱 던전, PvP, 보스전, 항해 콘텐츠 등 어디선가 봤던, 언젠가 경험했던 것들이다. 완전히 참신한 혁신이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만한 이유는, PC MMORPG에 유저들이 기대할 수 있는 '놀 거리'가 거의 모두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PC 플랫폼에 로스트아크가 있다면, 모바일 플랫폼에는 며칠 전 출시된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이 있다. 엔씨소프트의 히트작 중 하나인 '블레이드앤소울'의 모바일 버전이다. 기라성 같은 PC MMORPG IP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던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를 돌아본다면 사실 이름값에 비해 좀 늦은 셈이다. 하지만 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에 대 MMORPG 시대가 왔다고 해도 좋을 만큼 정말 많은 IP들이 모바일로 출시됐다. 리니지, 테라, 검은사막, 추억의 게임이라 할 만한 라그나로크 등은 물론이고 소~중박 정도였던 타이틀들도 거의 대부분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를 옮겼던 바 있다.

  

'블레이드앤소울'은 독특한 컨셉과 게임성으로 인정받은 바 있는 타이틀이며 지금도 서비스 중인 온라인 IP다. 그렇기에 모바일게임으로의 이동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십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늦은 감은 있다.

▶ 여 히사시부리

다른 IP들이 잇달아 모바일 플랫폼으로 옮겨오는 것을 보면서,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았으리라. 온라인에서 진행되었던 스토리라인이나 이야기, 컨셉을 그대로 가져가는 안전한 방식도 있었을 것이고 여타 IP들이 그러했듯 연장선상 혹은 그 이전을 배경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블레이드앤소울'은 온라인 IP의 초반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가는 방식을 택했다.

  

'블레이드앤소울'이 온라인게임으로 가졌던 장점은 분명하다. 스토리와 그에 맞춘 연출, 강렬한 매력을 자랑하는 캐릭터들, 동양풍 무협과 서양 판타지를 믹스한 독특한 세계관 및 컨셉. 이런 요소들이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 대답은 이미 어느 정도 증명된 것 같다.

  

동일한 컨셉과 스토리, 원작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 시네마틱 영상, 모바일 MMORPG라는 장르명을 이야기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게임 진행방식, 이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그래픽까지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은 유저들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 고작 소라게를 잡고 있을 뿐

언리얼엔진을 사용한 3D 그래픽은 사실 놀라운 수준은 아니다. 이 정도 그래픽은 이미 수많은 게임이 다양한 장르에서 선보인 바 있다.

  

화려한 3D렌더링으로 유저의 눈을 사로잡기엔 늦어도 너무 늦었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컨셉 역시 완전히 새롭지는 않다. 온라인 원작에서 익히 보았던 디자인이며, 의상과 아이템, 직업 구성 등도 그리 새롭지 않다.

▶ 이런 것까지 똑같을 필요는..

하지만 원작이 갖고 있던 장점들 중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라는 의미로 보이기도 한다. 조작감 등은 모바일 플랫폼으로 옮겨오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그 외의 독특한 컨셉이라 든지 구축이 완료된 스토리 라인은 그대로 가져가는 선택을 했다는 뜻이다.

  

'로스트아크'와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은 양 플랫폼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나 강조되어 왔던 혁신적인 재미, 참신한 콘텐츠, 새로운 매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로스트아크'의 경우 새로 시작하는 타이틀이다. 원작이 따로 없고, 지금의 '로스트아크'가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다. 결국 뭘 해도 이 타이틀에서는 새로울 수 있다. 반대로 뭘 해도 지리멸렬할 수도 있다.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은 원작 IP가 너무도 강건하다. 당시의 '블레이드앤소울'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직도 많이 있으며 필자 역시도 이 게임을 처음 플레이했을 때의 느낌을 기억하고 있다. 

두 게임의 상황은 이렇듯 달랐다. 하지만 두 타이틀은 같은 선택을 했다. 어떤 새로운 '변화'보다는 보수적인 안정성을 택했다. 게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여기에서 이들은 새로운 무엇인가로 유저들에게 재미있음을 선사하려 하기보다는, 검증된 콘텐츠를 통해 익히 알려진 재미를 보여주려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항상 새로운 것만이 답은 아니다.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언제나 혁신적인 뭔가는 아니기에. 무난한 선택 역시 정답이 되기도 한다. 최근 게임업계에는 그야말로 진득하게 할 만한 게임이 없었다. 그 때문에 변화보다는 무난하고 보수적인 선택을 한 타이틀이 선전하고 있다.

글/ 김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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