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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초의 팝 앨범

마이클 잭슨의 걸작 <Bad> 30주년!
배순탁 작성일자2017.09.07. | 17,726 읽음

여러분이 최초로 접했던 팝 음악은 무엇인가? 나의 경우, 어떤 노래를 처음 들었는지를 기억하긴 어렵지만, 앨범 단위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바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1987년 걸작 <Bad>(1987년 8월 31일 발매)다.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당시 미국으로 해외출장을 가셨던 아버지가 나를 위한 선물로 음반을 한 장 사야겠다고 결심하신 뒤, 레코드 가게의 점원에게 “최근에 가장 잘 나가는 앨범 주시오”하셨던 것이다. 하긴, 당시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던 '팝의 왕'('King Of Pop'이니까, 팝의 황제가 절대 될 수가 없다.)의 신작을 그 점원이 추천한 건, 당연한 반응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이클 잭슨의 <Bad>는 상징적 측면에서만 <Thriller>에 밀릴 뿐이지, 뭐로 보나 <Thriller>에 필적할 만한 완성도를 갖고 있는 걸작이다. 판매고를 살펴봐도, 현재까지 (최소) 3000만장에서 (최대) 4500만장 가량이 소비자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집계되어 마이클 잭슨의 디스코그라피 중 <Thriller>에 이어 당당 2위를 기록 중이다. (참고로 <Thriller>의 세일즈는 1억장 이상, 이 정도면 가히 신성불가침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쯤에서 <Thriller>의 수록곡 'Billie Jean' 한번 듣고 가자. 이 곡에는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내가 이전에 쓴 글을 참고 바란다.)

출처 : variety.com

비평가 앤소니 드커티스(Anthony DeCutis)가 바친 다음의 헌사만큼 마이클 잭슨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의 등장 이후 모든 것이 예전과 같을 수는 없었다.” 실로 마이클 잭슨은 그 개인 이력을 떠나 팝 음악 역사 그 자체의 주라기 공원이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마이클 잭슨에게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이기도 했다. 그 스스로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생활 속에서 마치 유폐된 왕처럼 온갖 조소 어린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이후 보여준 언론의 갑작스러운 상찬과 '페이스-오프'적 태도는 그래서 더욱 우스웠다. 굳이 따지고 들지 않더라도, 마이클 잭슨이 이뤄낸 음악적인 성취는 위대함을 넘어선 그 무엇이었다. “지금 당장 그의 앨범을 플레이어에 올려놓고 감상해보라. 언론이 포장한 그의 기괴한 이미지가 얼마나 쉽게 자취를 감추고 마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라는 <타임>지의 에디터 조시 티런기엘(Josh Tyrangiel)의 헌사는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출처 : allthe2048.com

마이클 잭슨의 이 절품(絶品)은 <Thriller>에 이어 ‘백인은 록, 흑인은 소울’이라는 기존 등식을 다시금 전복했다는 업적으로도 찬사를 받는다. 차트 성적만으로도 <Bad>는 <Thriller>와 맞짱 뜨기에 모자람이 없다. 5곡이 차트 1위곡에 올랐고, 모두 합해 7곡의 톱10 히트곡을 양산한 점이 이를 대변해주는 증좌다. 프로듀서 퀸시 존스(Quincy Jones)와 함께 일궈낸 사운드 퀄리티의 경이로움 역시 <Thriller>에 이어 듣는 이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확실히 그것은, 마이클 잭슨 외에 그 누구도 실현하지 못했던 고감도 사운드 메이킹이었다.


타이틀 'Bad'는 그의 음악적인 근본이 흑인 소울 뿐만이 아닌 록에 있음을 다시금 증명하는 강렬한 오프닝이다. 어디 이뿐인가. 여성 싱어 시다 가렛(Siedah Garrett, 정확한 발음은 ‘사이더 개럿’에 가깝다.)과의 환상적인 듀엣곡 'I Just Can't Stop Loving You', 흥겨운 댄스곡 'The Way You Make Me Feel', 록 밴드 에일리언 앤트 팜(Alien Ant Farm)이 커버한 ‘Smooth Criminal', 마지막으로 마이클 잭슨이 남긴 가장 훌륭한 유산으로 인정받는 곡이자 국내에서도 오디션 프로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Man In The Mirror’ 등, 빼놓을 곡이 단 하나도 없다.


출처 : msnbc.com

언급했듯, 마이클 잭슨의 죽음은 그의 삶만큼이나 논쟁거리였다. 따라서 그의 죽음에서 그 어떤 긍정성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 이후 음악적으로 다시금 객관적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있을 것이다. 


판매량과 차트 순위 등으로 이 음반의 가치를 매기는 것도 물론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잴 수 없는 불멸의 가치가 바로 이 앨범 속에 담겨져 있다. 30년이 지났음에도 이렇듯 '현대적'으로 들리는 작품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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