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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68번 양현종, 54번을 되찾을 수 있을까

조회수 2021. 3. 22.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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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투에도 여전히 불투명한 입지

개막(4월 1일)까지 열흘 남짓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남을 지, 밀려날 지.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는다. 시범경기 성적은 괜찮다.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오히려 처음보다 흐려졌다. '디 어슬레틱'이 변수를 제기했다.

"캠프 초반에는 (YANG의) 개막 로스터가 가능할 것 같았다. 중간에서 이닝을 소화해줄 투수로 봤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그의 투구는 문제가 없다. 다만 웨스 벤야민이 좋아진 게 문제다. 둘은 스타일이 비슷하다. 커맨드에 의존하는 좌완이다. 과연 불펜에 그런 유형이 2명이나 필요하냐는 의문이다." (디 어슬레틱)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조차 말을 아낀다. 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매일 많이 토론하고 있다." 그 정도로 질문을 피해간다.

출처: 게티이미지

이쯤에서 다른 생각도 필요하다. 그는 내내 불펜으로만 고려됐다. 2인용 자전거의 뒷자리(second tandem)로 표현됐다. 선발 뒤에 바로 붙이는 쓰임새다.

하지만 그걸로는 아쉽다. 뭔가 다른 궁리가 떠오른다. 그만큼 그의 투구가 괜찮다. 반면 선발 후보들은 시원치않다. 아예 발상을 바꾸는 게 낫다. 불펜 소모로는 아깝다. 선발 (예비) 자원으로 남기는 게 낫다. 이럴 경우 개막 때는 빠질 수 있다. 대신 후일을 도모하게 된다.

이는 '디 어슬레틱'이 제안한 시나리오다. 구단 내부를 취재한 결과로 보인다. 어쩌면 감독의 '많은 토론'에 함축된 의미일 지 모른다. 그만큼 현재 상황은 유동적이다. 해석에 따라서는 긍정적이다.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던 다저스전

20일 다저스전(20일)은 인상적이다. 팀에 깊은 고민을 안겨줬다. 3이닝 1실점의 호투였다. 6회만 잠시 흔들렸다. 연타를 맞고 실점했다. 하지만 나머지는 좋았다. 삼진도 4개나 뽑아냈다. 반면 볼넷은 하나도 없다. 이날 5명의 레인저스 투수 중 유일했다.

특히나 돋보인 게 있다. 스트라이크다. 초구, 2구에 집중적으로 많이 던졌다. 덕분에 늘 유리한 카운트로 끌고 갔다. "경기 내내 볼카운트를 리드했다. 0-1, 0-2를 만들며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패스트볼은 찍힌 숫자보다 더 빠르게 느껴졌다.” (우드워드 감독)

특유의 적극성이다. 몸쪽에도 망설임 없다. 당당함, 배짱, 그런 게 엿보인다. 덕분에 타자들이 허둥거린다. 유리할 때 오히려 공격적이다. 결정구조차 그렇다. 곧바로 빠른 공 역습이다.

나중에 벤치의 지시가 나왔다. '유인구로 체인지업을 써봐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도 이행됐다. 7회 엘리엇 소토를 헛스윙시켰다(삼진).

레인저스가 미는 기대주 카일 코디

며칠 지난 게임 얘기다. 그렇다고 괜한 건 아니다. <…구라다>의 뜻은 따로 있다. 잘 던져서? 다저스전이라? 물론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진짜 이유가 있다. 백넘버 때문이다.

이 경기는 초반이 어지러웠다. 원정팀 선발이 무너져서다. 레인저스의 카일 코디다. 그는 3회를 못 넘겼다. 8안타 5실점하고 강판당했다. 시범경기 ERA는 9.72로 치솟았다.

그는 텍사스가 미는 27세 유망주다(2016년 6라운드 지명). 2년전 팔꿈치를 수술했다. 작년 복귀해서 8게임에 22.2이닝을 던졌다. 1승 1패, ERA 1.59를 기록했다.

올해까지도 관리 대상이다. 구단은 이닝수를 조절하며 선발로 키우고 있다. 2인용 자전거 얘기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까 앞좌석은 그의 자리인 셈이다. (또 하나의 앞자리가 있다. 데인 더닝이다. 역시 수술후 컴백 시즌이다.)

공교롭게도 54번의 주인이 카일 코디다. 바로 양현종이 KIA시절 달던 백넘버다.

출처: mlb.tv 화면
다저스전에서 적시타를 허용하는 카일 코디

54번에 담긴 애틋한 사연

양현종에게 그 번호는 남다르다. 애틋한 뜻이 담겼다.

원래 타이거즈의 54번은 포수 이준수가 달았다. 유일한 그의 입단 동기다. 2006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도 같이 갔다. 함께 우승을 일군 배터리다. 다만 프로에서 안 풀렸다. 지명에 외면받고, 신고 선수로 입단했다.

유일한 동기생은 2년만에 짐을 쌌다. 전력외 통보를 받은 탓이다. 그 무렵의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어느 커뮤니티를 떠돌던 얘기다.

'팬이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했다. 그런데 거절당했다. 굳이 자기가 양현종이 아니라고 우긴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옆에 이준수가 있어서였다. 팀을 떠나게 된 친구의 처지가 안쓰러워 그랬던 것 같다.'

어쨌든 (양현종의 처음 번호) 37번은 이듬해부터 54번을 달았다. 친구의 몫까지 다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타이거즈의 영구결번급 백넘버가 됐다. (이준수는 한화-kt를 거쳐 작년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어쩌면 54번은 남는 자의 것이 될 수도

추신수는 이태양에게 명품 시계를 선물했다. 후배 번호를 가져온 미안함 때문이다. 그만큼 백넘버는 애착의 대상이다.

레인저스의 54번은 뜨내기 번호다. 우완 투수 맷 해리슨(2009~2015) 이후 거의 매년 주인이 바뀐다. 카일 코디도 작년 12월부터 이 번호를 택했다. 그 전에는 84번을 달았다. 대학 시절(켄터키)은 18번, 21번을 썼다. 특별히 54번과 인연은 없어보인다.

하지만 선뜻 달랄 수도 없다. 초청선수 신분 아닌가. 언제 짐을 싸도 이상할 게 없는 처지다. 게다가 관계도 묘하다. 지금까지는 (2인용 자전거의) 앞-뒷자리로 표현된다. 갑자기 달라지긴 어렵다.

물론 불가능은 없다. 현재 주인 역시 단단한 입지는 아니다. 어쩌면 54번은 (개막 로스터에) 남는 자의 것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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