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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은밀한 사생활, 감출수록 드러난다

조회수 2016. 11. 24. 10: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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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세월호 7시간'을 좇는 과정에서
속속 공개되는 성형시술 정황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의혹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께 직접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다.”

급기야 청와대가
‘성형시술’
의혹을 입에 올렸다.
11월11일 정연국 대변인은
“전혀 근거 없는 유언비어”
라고 이를 공식 부인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보톡스설’ 등이 떠돈 지 2년여 만이다.
출처: 연합뉴스
“경호실에 확인 결과 (2014년) 4월16일 외부인이나 병원 차량이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도 없다”며 나름의 근거도 제시했다.

그래도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말’과 청와대의 ‘기록’은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청와대의 자진 해명 뒤 박 대통령이 최순실을 통해 청와대에서 종종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면서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논란의 한가운데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상만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이 있다. 


김 원장은 원래 최순실 일가의 건강관리를 담당한 주치의였다. 차병원 계열 차움의원의 안티에이징센터 교수로 재직할 당시인 2010년 8월부터 최순실, 그의 언니 최순득, 딸 정유라, 전남편 정윤회를 진료했다.

출처: 연합뉴스
그 인연으로 2011년 2월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도 만났다.
안봉근 (전) 비서관과 함께 와서 ‘피로를 푸는 영양제를 놓아달라’고 했다. 이후로도 종종 찾아오시면 비타민 주사제를 놔드렸다. (<조선일보> 인터뷰)

대선 전까지 박 전 대표는 차움의원에서 헬스클럽과 건강치료를 종종 이용했는데, 이때 당시 인기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자주인공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의 핵심은 주사제 대리처방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인 2011년 1월부터 당선 후인 2014년 10월20일까지 차움의원의 최순득·최순실 자매 진료기록부에는 ‘박 대표’ ‘대표님’ ‘안가’ ‘VIP’ ‘청’이라는 표현이 29차례 등장한다(11월15일 서울 강남구 보건소 조사 결과).

이 가운데 19차례는 최순실 자매가 아닌 박 대통령이 주사를 맞은 것이라고 김 원장은 강남구 보건소에 진술했다. 대선 전 7차례는 박 대통령이 직접 차움의원에서 주사를 맞았고, 취임 뒤 12차례는 김 원장이 직접 청와대로 주사제를 가져가 박 대통령에게 본인 또는 간호장교가 놓았다고 인정했다.


이는 김 원장이 “내가 필요할 때마다 청와대 의무실에 주문을 넣어두면 의무실에서 다 구비해뒀다. 뭐하러 대리처방 받아가겠냐”(11월11일치 <한겨레> 인터뷰)고 대리처방을 극구 부인했던 데서 크게 달라진 태도다. 확인된 주사제 대리처방의 마지막 날짜는 2014년 10월20일이다. 그 뒤 대리처방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박 대통령 취임 뒤 대통령 자문의가 된 김 원장은 2014년 2월 차움의원을 떠난 뒤에도 지난 8~9월까지 청와대를 종종 드나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건강이 안 좋아진 게 세월호 이후부터였다. 그후에 자주 부르셨다”고 <한겨레> 인터뷰에서 말했다. 아직 그가 옮겨간 녹십자아이메드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은 상태다. 최순실 일가가 오래 진료를 받아온 순천향대병원도 마찬가지다. 


김 원장은 ‘비선 대통령 주치의’였다. 청와대 공식 의무시스템 밖에서 박 대통령의 건강을 은밀하게 관리했다.

박 대통령 초대 주치의 이병석 세브란스 병원장은 “밤에 김씨가 청와대를 찾아와 대통령을 진료할 때는 나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의무기록을 담당하는 의료실장도 배제됐다”고 증언했고, 초대 의무실장을 지낸 김원호 연세대 교수도 “김씨의 의무기록이 아예 없었고 (나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했다(각 인터뷰).

주치의나 20여 명의 자문의가 대통령을 진료·처방한 내용은 의무실장이 모두 기록해 파일로 보관하도록 하는 공식 절차를 ‘비선 대통령 주치의’가 무력화시켰다는 뜻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부를 때만 (청와대에) 들어가서 청와대 의무실장, 대통령 주치의, 간호장교가 배석한 상태에서 진료를 봤다”는 김 원장의 진술 역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김 원장은 청와대 인근 경복궁역에서 청와대 차량을 타고 의무실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이렇게 되면 출입기록이 남지 않을 수도 있다. 최순실 역시 이영선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청와대 차량을 타고 자유롭게 청와대를 드나들었다.


김 원장과 차움의원 쪽은 ‘비타민과 포도당을 섞은 영양제 주사’라고 말했다. 수액에 비타민B, 비타민C, 미네랄, 항산화제 등을 섞어 만드는 일명 ‘칵테일 주사’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피로 회복에 효과 좋은 칵테일 주사 제조로 입소문이 난 의사였다. 여러 술을 활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처럼, 의사들도 기존 레시피 대신 자신만의 영양성분과 비율로 칵테일 주사를 만든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김 원장은 (칵테일 주사 방식인) 정맥 영양 쪽에선 꽤 유명한 분이었다. 만성피로 환자가 많이 찾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맞은 칵테일 주사에는 단순한 비타민만 있던 게 아니었다. 미국 가수 비욘세가 맞았다는 ‘백옥 주사’(클루타치온)와 ‘신데렐라 주사’(치트옥산)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약물은 피로 해소뿐 아니라 피부 미색과 체중 조절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항산화제다. 이와 별개로 박 대통령은 피로 해소와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 등에 좋은 태반주사(라이넥)도 맞았다고 차움의원 쪽은 인정했다. 소량의 약을 피부 바로 아래에 넣는 피하주사인 태반주사는 맞는 데 1분, 각종 비타민과 항산화제를 섞은 수액을 직접 혈관에 주입하는 정맥 영양주사(칵테일 주사)는 길게는 2~3시간까지 걸린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태반·백옥·신데렐라 주사는 성형외과에서도 널리 하는 미용시술로 넓게 보면 성형시술에 들어간다”고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받은 대리처방 내역 중에 프로포폴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문의 ‘혈액검사’도 ‘특별한 주사제’를 통해 설명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김 원장은 2013년 9월2일 간호장교가 채취해온 박 대통령의 혈액을 최순실 이름으로 차움의원에서 검사해 논란을 자초했다.


혈액에는 국가 2급 비밀인 대통령 건강 관련 정보가 수백 가지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태반주사로 인한 감염이나 간기능 저하 등 부작용을 검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거나 “차움의원처럼 비보험 항목으로 면역력 강화 진료를 하는 병원에선 면역세포 활성화 검사를 하는데, 그런 검사는 특수한 장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박 대통령이 일반적인 영양주사만 맞았다면 굳이 혈액검사는 필요 없었다는 뜻이다. 성형시술 의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순실의 또 다른 단골 의사 김영재 원장도 등장한다. 최순실은 2013년 10월부터 지난 8월까지 ‘최보정’이라는 이름으로 김 원장의 개인 병원에 일주일에 한 번꼴로 들러 필러, 보톡스, MTS(가는 바늘이 달린 롤러로 얼굴을 문지르는 피부재생 시술) 등 시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최순실이 자신의 단골 의사인 ‘노화 방지’ 전문 김상만 원장뿐 아니라 ‘성형시술’ 전문 김영재 원장 역시 박 대통령에게 소개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도 피부 리프팅 시술을 받았다’ ‘성형시술에 쓰이는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식이다. 

출처: 한겨레

박 대통령을 자주 진료했던 김상만 원장 역시 <한겨레>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 오른쪽 입 옆에) 분명 멍자국이 있는 것 같았다. 보톡스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며 보톡스 시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영재 원장은 “(개인적으로) 박 대통령을 원래 몰랐고 해외순방에서 처음 봤다”고 부인했다.


김영재의원에 있는 최순실의 진료기록부에 대한 강남구 보건소 조사 결과에서도 박 대통령과의 연관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애초 조사 목적이 최순실의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한 혐의를 확인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박 대통령이 김 원장에게서 시술을 받았는지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원장 역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출처: 연합뉴스

11월17일에는 “세월호 참사 당일 국군 수도병원 간호장교가 청와대로 출장 간 기록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YTN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의료진의 청와대 행적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방부는 곧바로 “그런 기록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의 해명이 진실일 수도 있다. 평소 자주 받았던 성형시술을 세월호 참사 당일에는 걸렀을 수 있다. 두 명의 김 원장 역시 당일 알리바이를 주장한다. 김상만 원장은 세월호 당일 오전 진료를 마치고 충남 천안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고, 김영재 원장도 정기 휴진일이라 인천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다고 한다. 

출처: 한겨레
각각 2016년과 2004년에 촬영된 박 대통령의 모습

그러나 이들을 세월호 7시간의 미스터리를 풀 당사자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만든 건 박 대통령이다.


비밀에 감춰진 박 대통령의 행적을 언론이 좇는 과정에서 이들의 존재가 드러났다. 덩달아 박 대통령의 은밀한 사생활도 까발려졌다.


끝까지 그날의 진실을 감추려 애쓸수록

자신의 사생활은 낱낱이 파헤쳐질 가능성이 높다.

글 / 서보미 기자

편집 및 제작 / 천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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