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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나도 은인을 잊지 않는 유기견 검둥개 럭키

조회수 2020. 1. 22. 10: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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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초봄이 아직 오기 전 쌀쌀했던 어느 날 새벽이었습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는데 한강시민공원 동작대교 다리 밑에 박스에 까만 강아지 한 마리가 담아져 있었습니다. 그때 그 강아지를 처음 발견했던 분은 청소하는 아주머니였습니다.


아주머니는 박스에 담긴 아직 어린 강아지가 유기견인지 알게 되었고 마침 주머니에 챙겨놓은 빵을 하나 주었습니다. 강아지는 빵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주머니는 “에구, 딱한 것. 그래, 앞으로 다시는 버림받지 말고 복 있게 살라고 네 이름을 럭키로 지어주마‘

럭키가 동작대교에 버려져서 떠돌이 생활을 할 때

오며가며 그 강아지를 챙겨주던 청소용역 아주머니는 사정이 있어 곧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조금 컸던 그 검둥개 럭키는 동작대교 다리 주변을 돌아다니며 한강시민공원 방문객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서 먹곤 했습니다. 하지만 늘 먹을 것이 부족하고 허기진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근 흑석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50대 중반의 ‘홍여사’님과 따님이 함께 산책을 하던 길에 동작대교 밑 두 번째 기둥 앞에 있던 까만 개를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럭키였습니다.


“어머, 저기 까만 개가 있네. ”


그 말을 들은 옆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한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개 이름이 럭키라고 합니다. 청소하던 아주머니가 가끔 먹을 것도 챙겨주던 개였는데 지금은 그만 두시고 제가 가끔 먹을 것을 챙겨주곤 했지요. 그런데 저도 곧 인천으로 이사를 가게 돼서 저 가엾은 녀석이 어떻게 지낼지 마음이 아프네요”


그 말을 들은 홍여사님은 럭키를 보니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먹을 것도 없고 해서 다시 집에 가서 고구마를 삶아서 나왔습니다. 럭키에게 가까이 다가가니 이 녀석이 멀찌감치 도망가서 쳐다보기만 하고 가까이 오진 않았습니다.


“럭키야, 여기 고구마 먹어라. 앞으로 내가 자주 먹을 것 챙겨줄게”


그리고는 자리를 비켜주니 조금 있다가 배고팠던 럭키는 홍여사님이 놔준 고구마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홍여사님과 럭키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아파트에 살던 홍여사님은 집에 작은 시츄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으나 그중 한 마리가 병치레를 하는 바람에 작지 않은 개인 럭키를 집에 들일 엄두는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리 밑에 살고 있는 검둥개 럭키가 계속 마음에 쓰여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을 것을 챙겨서 갔습니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럭키도 매일 먹을 것을 챙겨다주던 홍여사님을 반기며 가까이 따르게 되었습니다.

럭키는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하루종일 홍여사님을 기다렸습니다. 홍여사님도 럭키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약속이 있는 날에도 가방에 먹을 것을 챙겨서 꼭 들러서 나가곤 했습니다. 가족끼리 여행을 갔던 날에는 옆집에 개를 좋아하는 분에게 신신당부하며 럭키의 먹을 것을 챙겼습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비가 몹시 내리던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홍여사님은 동작대교 다리 밑의 산책로가 잠겼다는 소식을 듣고 럭키가 걱정됐습니다. 먹을 것을 챙기고 우산을 쓰고 그곳을 가보니 산책로는 잠기고 럭키는 평소 있던 두 번째 기둥 밑에 없었습니다.


“럭키야, 럭키야 ~” 한참을 불렀습니다. 그러자 럭키가 위쪽에서 슬그머니 나타나서 홍여사님에게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비를 쫄딱 맞고 있던 럭키를 본 홍여사님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먹을 것을 챙겨주고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준 집을 손봐주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때 럭키는 한참동안이나 홍여사님을 따라 왔습니다. 그런 럭키를 집에 들이기 힘들었던 홍여사님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가엾은 럭키야.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하구나.."


검둥개 럭키의 동작대교 다리 밑의 생활이 3년이 넘어가며 산책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럭키를 알게 됐습니다. 그중에서는 럭키를 가엾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까만 개가 목줄을 하고 다니지 않으니 겁이 난다고 민원을 넣어서 보호소로 잡아가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중 한 민원인은 유독 럭키를 싫어해서 한강관리사업소에 수시로 민원을 넣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119 구조대가 출동해서 럭키를 잡아서 보호소로 넘기기로 했습니다. 출동한 119 구조대는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없는 럭키를 마취총을 쏴서 잡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 빗나가고 럭키는 멀리 도망갔습니다.


홍여사님은 119 구조대가 출동해서 럭키를 잡아서 유기동물 보호소로 보내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만약 마취총에 맞아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하지? 보호소에 가면 안락사가 된다는데 그러면 럭키가 불쌍해서 어떡해..”


홍여사님은 집으로 데리고 올 수 없는 럭키였기에 더욱 애가 탔고, 혼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어서 럭키의 이야기를 한 포털 사이트의 반려동물 방에 올렸습니다.


“동작대교 다리 밑의 검둥개 럭키를 살려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럭키를 안타깝게 생각했지만 정작 럭키를 구하겠다고 적극 나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럭키의 사연을 보게 된 사람 중에 한 명이 바로 지금 럭키를 집에서 7년 6개월째 돌보고 있는 뚱아저씨였습니다.


서울 자양동의 단독 주택 마당이 있는 집에 흰돌이, 흰순이 두 유기견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던 뚱아저씨는 럭키의 딱한 사연을 듣고 집 마당의 한 켠을 내주고 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돌봐주기로 마음을 먹고 홍여사님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렇게 뚱아저씨와 홍여사님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홍여사님은 럭키를 무사히 구하기 위해 평소 럭키가 좋아하던 피자를 이동장 안에 깊숙이 넣어서 유인했습니다.


다행히 럭키는 그 피자를 먹기 위해 몸이 이동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조용히 지켜보던 뚱아저씨가 럭키의 엉덩이를 손으로 들이밀고 얼른 이동장 문을 닫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럭키를 무사히 잡게 되었습니다.

럭키를 무사히 구하기 위해 홍여사님이 밤에 이동장을 설치하는 모습. 이모습을 지켜보는 럭키
럭키가 홍여사님과 함께 뚱아저씨 집에 오던 날. 반기는 흰순이와 흰돌이

그 후 홍여사님과 함께 뚱아저씨가 살고 있는 자양동의 단독 주택으로 오게 된 럭키는 처음에는 몹시 경계했습니다. 집의 컴컴한 빈 창고에 들어가서 먹을 것을 줘도 나오질 않았습니다.


럭키는 하루종일 홍여사님만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홍여사님이 뚱아저씨 댁을 방문하면 그때서야 나와서 마치 엄마에게 아기가 의지하듯이 매달렸습니다.

뚱아저씨 집에 와서는 좋아하는 햄버거도 외면하고 돌아선 럭키

그것을 본 홍여사님은 럭키를 쓰다듬으며 “럭키야, 이제 뚱아저씨가 네 보호자야, 나는 자주 올 수가 없어. 뚱아저씨는 너를 돌봐줄 착한 분이니까 앞으로 아저씨 믿고 잘 살아. 흰순이와 흰돌이와도 잘 지내고”

홍여사님이 오기만하면 매달리고 의지하는 럭키
홍여사님에게 뽀뽀하는 럭키와 흰순이
홍여사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럭키
왼쪽부터 흰순이, 흰돌이, 럭키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

그 말을 알아들었던 듯이, 홍여사님이 다녀가고 럭키는 어두운 창고에서 밝은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다는 듯이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럭키는 수컷 흰돌이와는 조금 데면데면하게 지내고 암컷인 흰순이와 친했습니다. 흰순이는 천성이 순한 개인데다가 럭키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아주 친하게 지냈습니다.

단짝 친구인 흰순이와 럭키 - 홍여사님 만나러 가는 날
뚱아저씨와 함께 경기도 양주의 마당 넓은 집으로 이사간 럭키
럭키와 순돌이, 레오, 흰순이, 도담이가 마당에서 사이좋게 먹고 있는 모습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고 뚱아저씨는 서울의 주택가에서 럭키와 흰돌이, 흰순이를 마음 놓고 키우기가 쉽지 않아 개가 맘껏 짖어도 민원이 없는 경기도 양주의 마당 넓은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자양동 집에 가끔씩 찾아오던 홍여사님도 경기도 양주의 집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는 운전을 하지를 못 하니 찾아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럭키는 뚱아저씨에게 마음을 열고 잘 따랐지만 여전히 홍여사님을 좋아했습니다.


이제 럭키도 10살이 훌쩍 넘어 11살이 다 되어갑니다. 럭키의 새까맣던 털은 중간에 희끗희끗한 털이 종종 보였습니다. 럭키도 이제 사람 나이로 따지면 환갑이 다 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에 럭키를 입양한 뚱아저씨는 홍여사님과는 수시로 연락을 하고 지냈습니다. 럭키가 집에서 흰순이 등 다른 개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소식, 흰순이와 애견놀이터 가서 신나게 놀던 소식을 종종 사진과 동영상으로 알려주곤 했습니다.

늘 사이가 좋은 흰순이와 럭키의 뒷모습

홍여사님은 비록 사정이 있어 럭키를 품지 못했지만 3년이 넘게 돌봤던 럭키를 마치 집 떠나 유학을 보낸 자식처럼 챙겼습니다. 매월 25일만 되면 럭키의 간식을 챙겨보냈습니다.


그런 시간이 7년 6개월이나 되었습니다. 아무리 구조를 하고 정이 들었다고 하더라도 7년이 넘는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기에 그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입니다.


홍여사님은 럭키와 경기도 양주와 흑석동으로 거리가 멀어졌지만, 마음만큼은 늘 교감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것을 럭키도 아는 것일까요? 양주로 이사 온 후 긴 시간 동안 못 본 홍여사님을 럭키는 기억하고 있을까요?


틀림없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 뚱아저씨는 럭키가 더 나이 먹기 전에 홍여사님과 다시 만남의 시간을 갖게 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는 럭키가 3년 동안이나 지냈던 곳, 홍여사님이 늘 럭키를 챙겨주던 동작대교 다리 밑으로 잡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2012년 11월에 재회한지 7년 만인 지난주 목요일에 경기도 양주 집에서 단짝인 흰순이와 함께 럭키를 태우고 동작대교 다리 밑으로 갔습니다.


다리 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단을 내려가자 홍여사님이 저쪽 의자에 앉아 계셨습니다.


홍여사님을 본 럭키는 못 봤던 긴 세월이 무색하게도 보자마자 너무도 좋아하며 뽀뽀를 하고 반가워했습니다. 럭키에게 홍여사님은 그까짓 세월로 잊혀질 사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홍여사님과 럭키의 7년만의 동작대교에서의 재회

럭키를 마음 놓고 만질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딱 두 명뿐일 정도로 자기 몸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 두 명이 바로 홍여사님과 뚱아저씨입니다.


그런 럭키를 다시 만나게 된 홍여사님도 여전히 잊지 않고 자기를 좋아해주는 럭키를 보니 무척 대견하고 고마웠습니다.


동작대교 다리 밑에 있을 때 먹을 것을 챙겨주면서도 리드 줄을 매고 산책은 한 번도 시켜주지 못했던 럭키였습니다. 홍여사님은 럭키를 리드 줄을 매고 다른 반려견처럼 산책을 시켜주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홍여사님은 이제는 반려견이 된 럭키의 리드 줄을 잡고 럭키가 그 힘들던 시절에 숨어 지냈던 추억이 있던 동작대교 두 번째 기둥 밑으로 갔습니다. 그곳은 럭키를 무사히 포획했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홍여사님과 럭키의 사연이 있는 동작대교 두번째 기둥

그리고 럭키가 종종 가던 동작대교 다리 옆의 아름다운 서래섬으로 갔습니다.


서래섬은 봄이면 유채꽃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왼쪽 옆으로는 한강이 있고 오른쪽 옆으로는 작은 호수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추억이 깃든 서래섬 산책
단짝인 흰순이와 함께

서래섬에서 한참을 산책하던 홍여사님은 함께 온 럭키와 흰순이에게 집에서 챙겨온 간식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럭키를 챙겨준 지가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네요.


사람과 개의 인연이라고 할까 우정이라고 할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그 세월 동안 변치 않는 마음으로 돌봐주던 홍여사님과 그런 은인을 잊지 않고 좋아해 주는 검둥개 럭키의 인연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3년 동안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엾은 럭키의 먹을 것을 챙겨주던 홍여사님과 10년이 훌쩍 지나는 동안 그런 홍여사님을 잊지 않는 검둥개 럭키의 이야기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여사님과 럭키의 10년이 넘는 긴 인연. 한강을 보며 상념에 잠긴 홍여사님과 럭키

에필로그 : 홍여사님과 검둥개 럭키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동작대교에 버려진 검둥개 럭키’라는 어린이 동화책으로도 쓰여져 많은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동물보호 교재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본 글은 팅커벨 프로젝트(http://cafe.daum.net/T-PJT) 대표 '뚱아저씨'가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원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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