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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런던 쇼디치 산책

조회수 2020. 3. 23. 15: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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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런던의 브루클린?

Writer 신현호 : 여행, 음식, 그릇에 관심이 많은 푸드 칼럼니스트. 부업은 회사원.



쇼디치(Shoreditch)가 속해 있는 런던의 이스트 엔드(East End)는 한 때 꽤 위험한 곳으로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주말 저녁에는 시끄러운 취객들로 가득하고 여전히 자잘한 길거리 싸움이 벌어지는 동네입니다만 최근 몇 년 사이 에이스 호텔과 흥미로운 상점들과 갤러리, 가스트로 펍과 클럽, 그리고 스타트업 기업들이 모여 있는 런던에서 가장 비싼 지역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마치 뉴욕 브룩클린과 샌프란시스코 소마(SOMA, South of Market)를 6:4 정도의 비율로 섞어 놓은 것 같습니다.


런던 정도 되는 대도시에는 더 이상 남들이 모르는 숨겨진 곳이란 없습니다. 하지만 명동과 연남동이 전혀 다른 것처럼 쇼디치는 런던의 다른 관광지와는 분명 다른 느낌입니다. 전세계 관광객들로 언제나 북적이는 거대한 도시 안에서 또 다른 작은 도시를 만나는 느낌은 여행자에게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르로이 (Leroy)



출처: www.leroyshoreditch.com

모든 런던 사람들이 오래된 펍에서 피쉬 앤 칩스에 미지근한 에일 맥주를 마시는 것은 아닙니다. 쇼디치에서는 (다른 나라의 힙스터들처럼) 아보카도 토스트에 크래프트 맥주와 내츄럴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르로이는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이지만 거들먹거리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가 이 동네와 어울리는 곳입니다. 흰색 테이블보가 놓인 테이블에서 잘 차려 입고 테이스팅 메뉴를 즐기는 곳이라기보다는, 첫번째 데이트 상대와 어깨가 닿는 바에 앉아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친밀함을 쌓아가기에 더 적당한 곳입니다. 르로이의 메뉴판은 작은 종이 한 장이지만 채식주의자를 위한 요리부터 해산물, 영국식 묵직한 고기 요리까지 다양한 범위를 아우릅니다.


+ 위치 : 18 Phipp St, Hackney, London EC2A 4NU 영국




씨티 스파이스 (City Spice)

출처: City Spice 인스타그램


브릭 레인(Brick Lane) 거리는 이미 충분히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주말에 열리는 마켓은 여전히 중고 가구나 골동품, 유니클로에는 영원히 입고되지 않을 것 같은 특이한 빈티지 옷을 사러 오는 런던의 젊은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 그려진 그래피티가 이곳의 표지판입니다. 벽화의 예술가 뱅크시(Banksy)도 여기에 자신의 작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브릭 레인의 별명은 커리 마일(curry mile)입니다. 이 지역에 자리 잡은 방글라데시 이민자들이 만든 인도 레스토랑들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사람들은 인도 음식을 자신들의 전통음식(?)이라고 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씨티 스파이스는 인도 북부의 무굴 요리부터 벵갈리 요리까지 다양한 인도 지역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작은 그릇에 담긴 탈리(Thali) 요리는 한국의 반찬과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 위치 : 138 Brick Ln, Spitalfields, London E1 6RU 영국




컬페퍼 (Culpepper) 루프 가든

출처: Culpeper 인스타그램

변덕스러운 런던의 날씨가 허락한다면 초저녁 루프탑에 올라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사실 도심의 풍경은 도심에서 살짝 벗어나야 제대로 볼 수 있으니까요. 옥상이 꾸며진 정원에서 초저녁 마천루 사이로 지는 해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기분은 특별합니다. 쇼디치도 다른 번화가들이 이미 지나온 흥망성쇠를 비슷하게 겪게 될 것입니다. 거킨 타워 (Gherkin Tower)와 마천루들이 마치 진격해오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거인들처럼 보입니다. 이 거인들이 이곳을 세련된 폐허로 만들기 직전 풍경의 마지막 목격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 위치 : 40 Commercial St, Spitalfields, London E1 6LP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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