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TV를 치웠다

조회수 2019. 8. 5. 16: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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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빔 프로젝터를 놓았다

Writer 조진혁 :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에디터이자 테크 제품 전문가



미리 말하자면 TV 안 보고 사는 사람 아니다. 백종원 나오는 음식 프로그램 챙겨보고, 뉴스도 보고, 새벽에 레슬링과 해외축구도 챙겨본다. 나를 키운 건 TV가 6할이다. 책이 키웠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최근 거실에 있던 TV를 안방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늦게 퇴근하는 직업인 만큼 집에서 TV 시청 시간이 많지는 않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고, 4K의 높은 해상도에 눈이 높아진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연식이 7년 정도 된 TV는 축구나 영화 같은 역동적인 영상을 볼 때 아쉬움이 생겼다. 축구장 잔디가 깨진 픽셀처럼 보일 때는 답답한 지경. 최근 집들이 간 집에서 본 70인치짜리 벽걸이 TV에 반한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다.


TV를 치우고 휑하게 드러난 거실 벽은 허전하면서도 어쩐지 극장 스크린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가족과 잘 협의해 거실 벽을 스크린으로 사용하기로 협의하였다. 물론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길었지만 핵심은 아니니까 간단하게 결론짓는다. 홈 시네마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프로젝터가 필요하다. 프로젝터만 있으면 90%는 해결된다. 문제는 천정에 구멍을 내어 프로젝터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전셋집이라면 집주인의 허락을 받는 것도 귀찮고 민망한 일. 천정에 설치한 다음 각종 케이블 연결 작업도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나 혼자 뚝딱하고 싶은데, 여러모로 비용이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거리다. 80인치 이상의 대형 화면을 보려면 프로젝터와 스크린의 거리가 3m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집은 신혼부부를 위한 소형 아파트로서 거실에 그만한 거리가 나오지 않는다. 좁다. 과거 혼자 살 때는 책장 위에 프로젝터를 설치했었다. 방 안에 약 70인치의 화면이 펼쳐졌다. 문제는 여름이었는데, 프로젝터는 발열이 심한 제품이다. 방안 온도가 순식간에 찜질방처럼 후끈해진다. 겨울에야 난방도 되고하니 좋지만 여름에는 틀 엄두가 안난다.

대안은 초단초점 프로젝터다. 스크린과의 거리가 10cm 정도만 되어도 대형 화면이 펼쳐진다. 초단초점 프로젝터의 원리는 이렇다. 빔프로젝터에서 빛이 나오는 LED 렌즈 앞에 거울이 있다. LED 렌즈에서 나온 영상이 거울에 반사되어 맞은편 스크린에 투사되는 원리다. 간단하지만 거울에 반사된 영상이 왜곡 없이 투사된다는 점에서 놀라운 기술이라고 손뼉 쳐주고 싶다. 초단초점 프로젝터는 풀 HD 해상도부터 4K까지 다양하게 구성된다. 풀 HD 수준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겠지만, 이미 높은 해상도에 눈이 높아져 버린 상태라 4K 해상도를 선택했다.

실제 사용해보고자 최근 출시한 초단초점 프로젝터를 하나 빌렸다. LG전자 시네빔 HU85LA이다. 스크린과의 10cm 거리에서 100인치 화면을 투사한다. 휑하던 거실 벽이 영상으로 가득 찼다. 실제 집에서 본 100인치는 예상보다 더 넓었다. 화분이나 책장 등 거실 벽에 기대고 있던 물건들을 치워야만 했다. 문제는 프로젝터를 껐을 때다. 미니멀리즘을 사랑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빈 벽을 보면 공허함이 밀려와 자연스레 다시 프로젝터를 켜게 된다. 최대 스크린은 120인치로 스크린과 18cm 거리에서 투사된다.

프로젝터는 암막 커튼이 필수였다. 당연한 소리지만 어두운 공간에서 화면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사용한 초단초점 프로젝터의 밝기는 2700안시루멘이다. 암막 커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TV 만큼 밝고 또렷한 것은 아니지만 눈이 피곤하지 않을 정도는 된다. 4K 해상도나 명암비를 극대화해서 암부를 또렷하게 해주는 HDR10 기술 같은 것도 제공된다. 스피커도 내장되어 소리도 들을 수는 있다. 하지만 스피커는 따로 연결하는 것을 추천한다. 좋은 사운드 시스템이 영상에 몰입감을 더 하기 때문이다. 집에 남아도는 스피커나 우퍼가 있다면 연결해도 좋고, 입체 서라운드를 제공하는 스피커를 연결하면 더 좋다.


프로젝터가 TV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셋톱박스가 연결되어야 한다. 게임을 한다면 PS4와 같은 콘솔도 연결하고, 사운드 시스템이나 구글 크롬 캐스트 등 연결할 것이 많다. 프로젝터를 천정에 설치하였다면 각종 디바이스들을 연결을 위해 전문가를 불러야 했을 것이다. 또 작은 공사도 해야 하고. 하지만 초단초점 프로젝터는 TV 선반에 올려두기에 케이블 연결이 손쉽다. 제품 뒷면의 포트에 각 케이블을 꼽기만 하면 된다. 시네빔 HU85LA는 무선 인터넷을 지원하고, LG 스마트 TV 운영체제를 내장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유튜브, 인터넷을 별도 기기 연결 없이 이용한다. 음성인식은 리모컨의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 된다. 음성인식 서비스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한다.


완벽한 것 같은 초단초점 프로젝터에도 단점은 있다. 전원을 켰을 때 가동되는 시간이 TV에 비해 조금 길다. 그리고 소음이다. 프로젝터 내부의 열기를 식혀주는 팬 소음은 TV를 볼 때 경험하지 못 한 불편함이다. 아무리 저소음 모드로 해도 사운드에 예민하다면 신경 쓰일 수 있다. 프로젝터 발열로 인한 열기도 무시 못 한다. 장시간 사용하면 실내 공기가 후끈해진다. 또 사용하지 않을 때의 빈 벽은 너무 휑해서 마음에 걸린다. 마지막으로는 가격이다. 사용한 초단초점 프로젝터는 5백만 원 후반대, 거의 6백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다. 비슷한 크기와 해상도의 TV에 비해 반의 반의 반값 정도임을 감안하면 수긍되기도 하고. 문제는 가족에게 이걸 어떻게 설득하느냐이다.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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