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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태블릿을 접은 이유?

조회수 2019. 10. 23. 13: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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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태블릿 PC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Writer 조진혁 :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에디터이자 테크 제품 전문가.




태블릿의 등장은 참 화려했었다. 가까운 미래에는 노트북 대신 태블릿을 사용할 것만 같았다. 아이패드가 출시했을 2010년도에만 해도 PC의 시대는 끝났다거나, 노트북의 미래는 어둡다는 기사가 줄지어 나왔다. 하지만 9년이 흐른 지금 대부분의 기자들이 여전히 노트북을 두들긴다. 고사양 게이밍 노트북이나 무지갯빛 조명이 들어오는 PC의 인기도 뜨겁다. 태블릿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태블릿은 다시 보기 드문 물건이 됐다. 왜일까?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보셨나요?

출처: 구글 넥서스

지난 6월 말의 일이다. 구글은 태블릿 보다 랩톱에 집중할 것이라는 뜻을 표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IT 기업이자 안드로이드와 크롬이라는 두 OS를 지닌 회사가 태블릿 사업에서 손을 뗄 정도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태블릿의 인기는 ‘가망 없다’에 가깝다.



출처: 갤럭시 탭

자, 눈을 감고 떠올려보자.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태블릿의 이름을 하나 둘 생각해보자. 지난주 일렉트로마트에서 본 갤럭시탭 말고 당장 떠오르는 건 없다. 과거에는 다양한 제품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찬밥 신세다. 원인은 안드로이드 OS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 잘 팔리는 걸 보면 안드로이드는 무고하다. 문제는 태블릿의 한계 때문이다.



출처: 갤럭시 탭

태블릿의 주 업무는 명확하다. 출력이다. 입력용 도구가 아닌 출력용 도구라는 것이다. 인터넷을 하거나, 멀티미디어를 보거나, 폰 게임을 더 넓은 화면에서 하는 것 정도다. 태블릿은 폰 보다 더 큰 화면으로 보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장점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큰 기침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태블릿으로 생산적인 활동하기란 여건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태블릿에도 MS 오피스와 같은 문서도구, 사진 보정 앱 등 다양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태블릿으로 업무보고용 문서를 작업하거나, 기획서를 작성하거나, PPT 제안서를 제작하려면 부처와 같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열반에 이르러야 태블릿으로 그럴듯한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서작업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세밀한 작업들을 하기에는 불편함이 따른다. 단축키를 쓸 수 없다. 그리고 터치 디스플레이는 키보드와 마우스라는 전설의 태그팀을 넘기에는 아직 미숙하다. 무선 키보드로 글을 입력하다가, 수정하거나 표를 넣어야 할 때 팔을 뻗어 손끝으로 화면을 매만지는 게 꽤 번거롭다. 마우스는 언제나 키보드 옆구리에 붙어있어 팔 움직임이 짧다.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작업의 경우 터치 디스플레이는 키보드와 마우스의 효율성을 따라오기 어렵다.


생산성이 살길이다

출처: 마이크로 서피스

태블릿의 한계를 인식한 기업들은 태블릿 형태에 생산성을 부여한 제품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는 마이크로 서피스. 노트북과 태블릿이 결합된 ‘퓨전 한식’ 같은 제품으로, 화면 아래 탈부착형 키보드를 떼면 태블릿이 된다. 노트북과 태블릿의 장점을 결합해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게다가 마우스도 쓸 수 있다. 화면도 터치할 수 있고. 물론 노트북과 태블릿의 단점도 갖췄다. 태블릿은 가벼운 것이 미덕인데 서피스는 묵직하다. 노트북은 침대 헤드에 기대 누워서도 타이핑하기 편해야 하는데, 서피스는 책상에 올려놓고 써야 편하다.

출처: 아이패드

정통 태블릿이라 할 수 있는 아이패드는 일찌감치 생산성에 주목했다. 애플 펜슬은 실제 펜처럼 정밀한 필기감을 선사하고, 아이패드에 최적화된 다양한 생산성 앱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보정, 영상 편집, 작곡, 메모, 문서 작업 등이다. 여기에 AR 앱, 건축이나 그래픽 앱까지 매우 다양하다. 애플 펜슬로도 모자랐는지 키보드까지 액세서리로 출시하며 생산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패드의 광고 또한 창작 활동이나 창의력을 뽐내는 식이다. 게다가 아이패드 프로는 사양을 높여 RAW 데이터와 같은 무거운 파일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했다. 그렇다면 아이패드 프로는 노트북을 대체할까?


노트북의 장점은 PC에서 하던 기존 작업을 연장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양식이 중요한 문서작업, 과거 자료들을 들춰가며 참고하는 작업하기가 불편하다. 게다가 엑셀 작업을 해야 할 때면 애플 펜슬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애플 펜슬은 분명 편리하지만 애플 펜슬에 최적화된 멀티미디어 작업이 있는가 하면, 단축키를 날려가며 사용해야 효율이 높은 작업도 있다.


데이터 호환의 문제도 있다. 아이패드 프로는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선배나 전임자의 외장 하드에 있는 데이터를 꺼내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무거운 데이터를 수시로 옮기거나 애플이 아닌 다른 시스템에 접속하는 작업의 경우에도 그렇다. 그러니까 시스템의 호환성, 새로운 파일 형식 그런 것들을 고민하기에는 지금 당장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만만치 않다. 딴 생각 안 하고 거리낌 없이 작업에 몰두하고자 한다면 노트북이 필요하다. 노트북이 있는 상태에서 서브 디바이스로 태블릿을 이용하는 것은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폰이 있는걸? 노트북으로 작업하다가 딴짓할 때는 폰이면 충분하다고 느낀다. 게다가 폰은 화면 크기를 넓혀가며 태블릿만이 가진 장점을 조금씩 흡수하고 있다. 갤럭시 폴드를 펼치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태블릿 아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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