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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상한 취미

조회수 2021. 3. 19. 16: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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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회장님처럼 분재를 가꾼다. 그것도 레고로.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취미는 레고

어릴 때는 레고 한 박스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놀았습니다. 붙였다가 뗐다가, 쌓았다가 허물었다가… 아마 레고와 함께 한 모든 이들의 유년 시절은 대개 비슷했을 겁니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레고를 해보니 여전히 즐겁더군요. 그런데 그 즐거움은 어릴 때의 그것과는 달랐습니다. 일단 값나가는 모델도 ‘내돈내산’으로 플렉스 할 수 있고(더 이상 생일이나 어린이날을 간절히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설명서를 보며 블록을 차근차근 맞춰가는 시 만큼은 각종 근심과 고민으로 꽉 찼던 머릿속이 차분해졌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 완성품에 가까워지면 뿌듯한 마음마저 들죠.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게 만드는 집중력과 성취감 제공이 어른이 되어서도 레고를 찾게 되는 이유입니다.





레고로 분재도 가꾸는 시대



레고도 나이를 먹고 제법 중후해졌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시야가 넓어지듯 레고의 세계관도 확장되었고, 네모 일색이던 부속품은 보다 섬세하고 정교해졌습니다. 성인 레고 팬들을 위한 크리에이터 라인, 그중에서도 분재 나무는 온전히 어른들을 위한 모델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이 지긋한 회장님이 대저택에서 정성스레 분재를 돌보는 장면이 나오죠. 그만큼 식물을 멋지게 길러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분재는 커녕 다육식물도 번번이 저세상으로 보내는 망손인지라, 저는 레고 분재를 입양하기로 했습니다.



고급스러운 나무 받침대와 세련된 도기 화분(물론 플라스틱입니다만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까지 세우고 나니 설렙니다.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기둥을 지을 때는 ‘레고가 이 정도로 발전했다고?’라며 놀람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습니다. 수평을 이루며 널리 뻗은 나뭇가지와 푸른 잎들. 레고 본연의 형상을 잃지 않으면서도 식물의 잎사귀를 표현한 아이디어에서 ‘역시 레고 최고!’의 경탄하는 마음과 ‘레고가 이런 경지에 오르다니, 세월 참 야속하구나’하며 훌쩍 자란 아이를 보는 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

뿐만 아니라 푸른 잎사귀 대신 벚꽃 송이를 피울 수도 있습니다. 분홍 꽃송이 안에는 귀여운 개구리 모양의 디자인이 숨어 있어 마치 만개한 봄날의 벚나무를 연상케 합니다. 대신 계절이 지나도 시들거나 떨어지지 않고 늘 그 자리에서 우아한 자태를 자랑할 수 있죠. 어른을 위한 식물 컬렉션답게 지속 가능한 사탕수수 플라스틱을 사용해서 더 의미 있습니다. 축하하는 이에게 보내는 선물로 화분 대신 레고 분재를 보내는 것은 어떠세요? 시들지 않고 영원히 기억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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