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연어 '이것' 때문에 멸종된다?

조회수 2019. 3. 20. 10:0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양식 연어가 자연산 연어를 멸종시킬 수도 있다.

자연산 연어와 양식 연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맛과 가격, 색깔, 회귀본능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연어 스스로가 가진 본성이다. 먹이를 최대한 많이 먹고 피둥피둥 살이 찐 뒤 잡아 먹히는 목적을 가진 양식 연어와 자연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태어나고, 하천으로 회귀한 뒤 알을 낳는 목적을 가진 자연산 연어는 본성 자체가 달라진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양식장에서 길러진 연어는 자연산 연어보다 공격성이 높다.)

양식장 안에서는 공격적이어야 잘 산다. 포식자가 없기 때문에 주변 눈치보지 않고 먹이를 많이 먹는 것이 생존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먹는 데에만 골똘해서 피둥피둥 살찐 연어들은 집단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 먹이를 차지하려고 경쟁하다보니 양식장 내 연어들은 점차 공격적으로 변한다.


문제는 ‘두려움이 없고 성질이 거친 막나가는’ 연어들이 양식장을 벗어나 자연산 연어와 만날 때 일어난다. 자연산 연어들의 공격성은 생존에 방해가 된다. 사방이 천적이고 위험은 넘쳐나기 때문에 연약한 존재인 연어들은 조심스럽게 활동해야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고, 종족번식의 임무를 마칠 수 있다.


공격적으로 나대는 연어들은 백이면 백 단명(短命)한다. 양식장을 탈출한 연어와 자연산 연어가 만나 탄생한 후손들은 공격성이 남아 있어 생존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자연산 연어의 종족 유지에 가장 큰 위협으로 돌아온다.

(노르웨이 연안의 연어 양식장.)

양식장을 탈출한 연어 몇 마리가 이렇게 생태계를 흐릴 수 있을까? 세계 최대의 연어 양식 국가인 노르웨이에서 양식장을 탈출하는 연어는 연평균 20만 마리에 이른다. 2005~2011년에는 그 수치가 연평균 80만 마리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반면 1980년대까지만 해도 100만 마리 이상이었던 노르웨이 자연산 연어는 최근엔 47만마리 수준으로 줄었다.

(양식장을 탈출하는 연어는 노르웨이에서만 연간 20만 마리에 이를 정도로 많다.)

1년에 양식장을 탈출하는 연어의 수가 전체 자연산 연어의 절반 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마저도 자연산인지 양식인지 반 자연산인지 명확하게 알 수가 없는 실정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자연산 연어가 줄어든 이유는 ‘시 라이스(sea lice)’라 불리는 바다 기생충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 자연산 연어에는 없던 공격적 특성이 늘어난 것도 큰 이유다. 


바다 기생충은 대처를 하면 되지만 양식 연어의 유전적인 특성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 ‘시 라이스’는 어류의 표피 또는 지느러미에 침을 찔러 피를 빨아먹으며 기생하는 종 전체를 말하는데 이것에 물린 어류의 표피는 빨개지면서 염증을 일으킨다.

연어는 원래 식탁에서 보기 힘든 사치품목이었지만 이제는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는 별미가 됐다. 모든 건 연어 양식 덕분에 가능해졌다. 하지만 양식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연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참 슬프다.


인류의 공격성(도전정신)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부의 창출로 생활을 윤택하게 하지만 인공지능이나 핵무기의 개발로 심각한 멸종의 위협이 되기도 한다. 양식 연어의 공격성으로 인한 개체 감소가 그냥 한 어종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까닭이다.

필자 김선우
약력
-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문지리학과 졸업
- 워싱턴대(시애틀) 경영학 석사
-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