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30년 전 출시한 '이것' 이제서야 대박난 이유

조회수 2019. 6. 13. 1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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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여름 필수가전 '에어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독 5월부터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는 현상을 보였다. 전자랜드의 경우 지난 5월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으며, 롯데백화점도 전년 동기 대비 80%의 에어컨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출처: 동아일보
(에어컨을 옮기는 직원들)

보통 성수기는 6~8월이지만 이때 에어컨을 구매하면 설치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자칫 폭염에 갖은 고생을 하다 더위가 다 지나간 후에 에어컨이 배달될 수도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미 여러 해에 걸친 폭염으로 인해 에어컨 설치 대란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올해에는 더 서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에어컨 설치 대란을 앞당기는 부작용을 낳았다. 예년 5월 같으면 원하는 날짜에 에어컨 설치가 가능하지만, 올해는 주문이 밀려 전문 기사가 설치해줄 때까지 2주 이상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하이마트 등 업체들은 전문 설치 인력을 작년보다 추가해 대응하고 있지만, 수요가 많은 만큼 대기 시간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조명 받는 창문형 에어컨

최근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공략해 혜성처럼 등장한 에어컨이 바로 '창문형 에어컨'이다. 창문형 에어컨은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본체를 창문 틀에 고정시켜 사용하는 에어컨이다. 실내를 바라보는 쪽으로 냉풍이 나오고, 열기는 창문 밖으로 방출된다. 일반 에어컨과 달리 실외기 설치 과정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덕분에 전문 기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DIY로 설치할 수 있으며, 창문만 있다면 공간에 제약 없이 어디에서든 사용 가능하다.

출처: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설치하는 모습)

사실 창문형 에어컨은 새로운 형태의 에어컨이 아니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1968년 국내 최초로 만든 에어컨 GA-111은 창문형 에어컨이었다. 그러나 6~70년대에는 국내 경제 여건상 에어컨을 구매할 정도로 소비력이 좋지 않았다. 또 1980년대 이후 에어컨 대중화 시기에는 에너지 효율, 소음 등 성능 면에서 뛰어난 실외기 분리형 에어컨에 의해 시장에서 밀려났다. 이후 국내에서는 더 이상 판매되지 않고 미국, 인도 등 해외에서만 명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간편 설치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커지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가장 유명한 제품은 가전제품 전문 기업인 파세코에서 내놓은 에어컨이다. 1대에 60만 원 정도인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은 지난 5월 27일과 28일 홈쇼핑을 통해 총 3천 대, 파세코 직영몰을 통해 1천여 대가 판매되면서 이틀 만에 약 2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홈쇼핑 방송 중에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5위권 안에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이 올랐으며, 파세코 주가는 27일 하루 만에 7,480원에서 9,540원으로 27.5%나 급등하기도 했다. 파세코는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5월 말부터 생산라인을 2배로 확대해 가동 중이다.

출처: 파세코
(설치된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

LG전자도 80년대 이후 약 30년간 해외 생산·판매만 해왔던 창문형 에어컨을 국내에 다시 들여왔다. 최근 창문형 에어컨(모델명 WQ04DAWA)에 대해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KC인증, 한국에너지공단의 효율인증에 이어 국립전파연구원의 전파인증까지 획득한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LG전자가 파세코의 인기에 자극 받아 창문형 에어컨을 국내에 재출시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LG전자의 이번 전파 인증은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사업의 일환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LG전자는 지난달 31일 한국에너지재단과 손잡고 서울 동대문구에 소재한 지원 대상가구를 방문해 1호 창문형 에어컨을 설치하는 행사를 가졌다. LG전자 측은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사업 외에 판매용으로 해당 모델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출처: LG 공식 블로그
(금성사의 GA-111 에어컨)
출처: LG 미국 홈페이지
(LG전자의 해외 모델 LW1817IVSM)

창문형 에어컨의 매력.. '제거'의 미학

이스라엘의 로니 호로위츠와 제이컵 골든버그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법론인 'TRIZ'를 간소화해 만든 '체계적 발명사고(SIT)'에서는 창의적 발명을 위해 총 5가지의 사고 도구를 제시한다. '제거', '용도통합', '복제', '분할', '속성의존'이다. (☞SIT에 대한 추가 내용) 창문형 에어컨은 이 중 첫 번째인 '제거(Subtraction)'에 해당하는 사례다. 사람들은 보통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상할 때 더 좋은 것을 추가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나 계속 추가하는 방식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면 기존의 시스템이 더 복잡해지고 가격도 올라간다. 오히려 무언가를 제거하는 방식이 창의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창문형 에어컨은 에어컨의 기본 요소로 여겨지는 실외기와 배관을 제거했다. 실외기는 에어컨이 흡수한 열을 외부로 방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설비다. 그러나 실외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집 외부에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거실이나 안방 외에 다른 방에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실외기 때문에 추가로 벽을 뚫고 거치대를 설치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컸다. 창문형 에어컨은 실외기를 에어컨 본체에 탑재함으로써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했다.

출처: 파세코

이는 크게 세 가지 효과를 가져왔다. 첫 번째는 에어컨을 구매한 후 설치하는 데 필요한 과정을 크게 줄인 것이다. 전문 기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집에서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게 만들어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없앴다. 두 번째는 설치하는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것이다. 실외기를 놓을 곳이 없어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했던 아이들 방이나 원룸 같은 공간에도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세 번째는 에어컨의 설치/분리가 쉬워져 이동성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창문형 에어컨은 전·월세집에서도 집 주인 눈치 볼 필요 없이 언제든 에어컨 위치를 바꾸어 달 수 있다. 또 이사 갈 때 에어컨을 분리해 가져가는 것도 한결 쉬워졌다.


단순히 30여 년 전 과거 모델로 회귀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단점을 극복하는 것에도 집중했다. 파세코는 삼성전자의 컴프레서를, LG전자는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를 탑재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했다. 또 파세코는 뒤쪽 실외기 부분이 밖으로 노출돼 창문이 안 닫히던 기존 창문형 에어컨과 달리 후면이 밖으로 노출되지 않아 창문을 닫거나 잠글 수 있도록 했다.

본체에 붙어있는 실외기로 인해 여전히 일반 에어컨보다 큰 소음은 아직 개선되지 못한 점으로 꼽힌다. 창문형 에어컨을 집에 설치할 경우 소음으로 인해 숙면을 취할 수 없다는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제품의 편의성과 성능을 고려하면 견딜만하다는 후기가 다수이기는 하나, 더 보편적으로 활용되기 위해 이는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보인다.

인터비즈 이태희, 장재웅
inter-biz@naver.com

*참고자료

-박영택(2016) "좋은 것 추가보다 중요한 낣은 핵심 빼기 '줄 없는 줄넘기'에 세상이 놀랐다", 동아비즈니스리뷰 1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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