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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산맥 비행기 추락사고 생존자, 그는 훗날..

조회수 2019. 12. 7. 16: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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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킬메스(Quilmes)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주(Buenos Aires Province)에 위치한 도시(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 남쪽 17km 지점) 이름이자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다. 아르헨티나 맥주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고 하니 ‘아르헨티나 국민 맥주’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 손색이 없다. 그래서일까. 킬메스 맥주는 라벨 색상 역시 아르헨티나 국기 색깔과 같은 하늘색이다.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도 후원하는 킬메스 맥주는 주로 중남미 지역과 미국, 일부 유럽 등지에서 유통된다.

출처: 킬메스(Quilmes) 인스타그램

킬메스 맥주를 생산하는 킬메스 브루어리(Quilmes Brewery, 스페인어 기업명 Cervecería y Maltería Quilmes)는 1987년부터 1997년까지 매우 특이한 이력의 수장(首長)을 맞이했다. 그는 맥주를 포함해 음료시장이나 소비재 관련 업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고, 맥주 공장이 위치한 지역에 대한 지식도 없었으며, 마케팅이나 영업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한 인물이었다. 한마디로 맥주 공장 운영의 총 책임을 맡기엔 ‘자격 미달’이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CEO로 재임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결과적으로 그는 좋은 성과를 내며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의 이름은 페드로 알고르타(Pedro Algorta). 혹한의 안데스 산맥에서 조난돼 70일 넘게 사투를 벌이다 구조된 사람들의 실화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얼라이브(1993년)>의 모티브가 된 인물 중 하나다.

출처: IMDB
영화 얼라이브 포스터

1972년 10월 13일, 친선 경기를 위해 우루과이의 한 대학교 럭비팀을 태우고 칠레로 향하던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서 추락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사람들은 탑승객 45명 모두가 사망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후 무려 72일 만에 16명이 극적으로 구조되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극심한 추위와 배고픔, 끝없는 절망과 공포와 싸우며 무려 두 달 넘는 기간을 버텨낸 기적의 산 증인이자,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사람(물론 죽은 사람의 시체)을 먹어야 했던 비극의 주인공이었다. 알고르타는 이처럼 감동적이면서도 참혹한 사건의 생존자 중 한 사람이었다.

우루과이 태생의 알고르타는 최악의 조난 사고에서 살아남은 후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며 부에노스아이레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밟아나간다. 대표적으로 앞서 언급한 킬메스를 비롯해 이탈리아-아르헨티나 합작 복합기업 테크인트 그룹(Techint Group), 아르헨티나의 거대 와인 업체 페나플로(Peñaflor) 등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고위 임원직을 역임했다.

이처럼 알고르타가 화려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통적인 인재 평가 기준에서 볼 때 알고르타는 그다지 빼어난 조건을 갖춘 인물은 아니었다. 알고르타의 재능을 처음 눈여겨 보고 킬메스로의 채용을 도운 글로벌 헤드헌팅 업체 이곤젠더(Egon Zehnder)의 수석 고문(senior adviser)인 클라우디오 페르난데즈-아라오즈(Claudio Fernández-Aráoz)는 HBR 아티클을 통해 알고르타의 성공 비결을 “갈수록 복잡해지는 역할과 환경에 적응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potential)’ 덕택”이라고 분석한다.

출처: 페드로 알고르타 공식 홈페이지(www.pedroalgorta.es)
페드로 알고르타

잠재력의 4가지 특징

현재 우리는 급변하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환경, 이른바 ‘VUCA’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재 채용에 대한 전통적인 역량 기반 평가 방식은 점점 그 효용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게 페르난데즈-아라오즈의 지적이다. 오늘 누군가를 특정 역할에서 성공하게 만든 요인이 내일도 그렇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경쟁 환경이 변하거나 기업 전략이 바뀌면 상황은 달라진다. 결국 관건은 회사의 직원들과 리더들이 적합한 기량을 지니고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에게 새로운 기량을 배울만한 잠재력이 있는가 여부다.



그렇다면 잠재력은 어떤 요소들로 나눠볼 수 있을까. 페르난데즈 아라오즈는 크게 (1) 호기심 (2) 통찰 (3) 관계 맺음 (4) 결단력이라는 4가지 특징들로 분석한다. 알고르타는 바로 이 4가지 자질을 모두 갖춘 인물이었다.

알고르타는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호기심’을 갖고 얼음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관심을 보였다. 그 결과, 조종사가 구조대에 그들의 위치를 잘못 보고했다는 ‘통찰’을 얻었다.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짐작해 볼 때, 자신들은 조종사의 판단과 달리 안데스 산맥의 칠레 쪽이 아닌 아르헨티나 쪽에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또한, 알고르타는 다른 조난자들과 ‘관계 맺기’에 힘썼다. 다리 골절로 죽어가던 친구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등 그를 충실히 돌봐줬다. 동료 생존자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고 독려하면서도, 만약 그들이 죽으면 자신들의 시신을 다른 사람들의 음식으로 쓸 수 있도록 용납하라고 설득하는 ‘결단력’까지 보였다.



페르난데즈-아라오즈는 알고르타가 안데스 산맥에서 보여 준 이런 자질들이 킬메스에서도 빛을 발했다고 평가한다. 알고르타는 항상 시간을 내 모든 직급의 근로자와 고객들을 만나 소통했고 자칫 묵살되기 쉬운 목소리들까지 경청했다. 그 결과 일부 혁명적인 마케팅 계획들을 채택하고 지원해 기업 성과를 높일 수 있었다. 또한 그는 비핵심 자산을 처분해 여기에서 발생한 매각 대금을 지역 맥주사업을 확장하는 데 과감히 사용했다. 심지어 아르헨티나가 화폐 평가절하와 초인플레이션으로 국가적 위기를 맞이했을 때에도 맥주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출처: 페드로 알고르타 링크드인
페드로 알고르타는 안데스 산맥 조난 사고에서 생존한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책 <Las Montañas Siguen Allí (산은 여전히 거기에 있다, 2015년)>를 출간하기도 했다.

21세기에 각광받는 인재들은 단순히 지능지수가 높다거나 특정 업종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다. 이보다는 호기심과 통찰, 관계맺음과 결단력이라는 자질을 기초로 어떤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출처 세계적 경영 저널 HBR 2014년 6월호
필자 클라우디오 페르난데즈-아라오즈

인터비즈 이방실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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