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10월부터' 다이어리를 내놓는 이유

조회수 2019. 12. 7.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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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벌써 12월에 접어들었다. 12월을 맞은 사람들은 송구영신으로 분주하면서도 아쉬운 한 달을 보낸다. 거리에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롤은 사람들로 하여금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선물 구매를 촉진시키며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도 녹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실제 12월은 크리스마스와 새해 덕에 소매업계나 유통업계의 '대목'이라 불렸다. 품목에 따라서는 한 해 매출의 30% 이상이 12월에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은 '대목'이 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기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12월이 되기도 전부터 각종 크리스마스 상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크리스마스 크립(Christmas Creep)'이라 부른다.

점점 빨라지는 성탄절.. '크리스마스 크립(Christmas Creep)'

Do the seasonal bells and whistles spur consumers to pry open their wallet early, or merely create a backlash? That's tough to say, but, regardless of its effect, Christmas creep is fun to grouse about.
-Martha Groves, Los Angeles Times, 17 Nov. 1986


크리스마스 종소리와 피리 소리가 정말로 소비자들을 자극하여 더 일찍 지갑을 열게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반발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인가? 이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크리스마스 크립의 진짜 효과와는 관계없이 이 현상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건 그저 재밌다.

-Martha Groves,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1986년 11월 17일

LA타임즈의 1986년도 기사에서도 크리스마스 크립이라는 용어의 쓰임을 찾아볼 수 있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도에도 크리스마스 크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기록이 남아있다. 다만 이때의 의미는 지금과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1986년도 기사에 쓰인 용어는 오늘날의 의미와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미 지역에서는 크리스마스 못지않게 큰 기념일이 바로 '추수감사절'이다. 미국의 경우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이 추수감사절이다. 미국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종종 '산타클로스'가 등장하곤 했다.



'Santa has arrived(산타가 도착했어)' 'Santa is just around the corner(산타가 거의 다 왔어)'라며 추수감사절 다음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는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다수의 백화점들에게 후원을 받았다. 이에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와 산타클로스를 연관시켜 많은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려던 것이 오늘날의 크리스마스 크립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거리에 캐롤이 더 빨리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크리스마스 시즌이 더욱 앞당겨졌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전 세계를 뒤흔들 만큼 거대한 소비 행사가 되면서 크리스마스 크립은 아예 블랙 프라이데이를 겨냥해 더욱 빠르고 더욱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부터 닷새 동안의 매출이 30조 원을 훌쩍 넘는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크리스마스트리용 나무가 품절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출처: 네이버(통계청 KOSIS 제공)

성탄절을 소비 확대의 주요 계기로 삼는 경제주체들의 움직임은 국내서도 마찬가지다. 10월까지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날씨가 추워지는 11월부터 녹기 시작한다. 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 Consumer Composite Sentiment Index)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CCSI는 한국은행에서 제공하는 우리나라 100대 통계 지표 중 하나로, 쉽게 말해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치인 100을 넘어서면 소비 심리가 비교적 낙관적임을 뜻하고 100에 못 미칠 경우 비관적임을 나타낸다.



올해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대체로 소비자심리지수가 낮은 한 해였다. 올해 5월 이후로 소비자심리지수는 줄곧 100 미만의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올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반 년 만에 다시 기준치 100을 넘어 101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국내에도 크리스마스 크립이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도 크리스마스 크립은 '있다'

1. 스타벅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 주변에도 크리스마스 크립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MD'이다. 스타벅스는 커피나 디저트뿐만 아니라 각종 MD(Merchandise) 상품 판매로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밸런타인데이, 할로윈, 크리스마스 등 시즌마다 내놓는 한정 MD 상품은 출시와 동시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러한 MD 상품 판매만으로 전체 매출의 20%를 거둬들이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의 크리스마스 MD는 소장용이나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크리스마스 MD는 1,2차로 나뉘어 각기 다른 라인이 출시될 만큼 디자인도 다양하고 수요도 많다. 올해 스타벅스 코리아의 1차 크리스마스 MD는 10월 29일에 출시되었다. 2차 출시일은 11월 12일이었다. 11월 중순 안에 모든 크리스마스 MD를 판매하기 시작하는 것이다.(심지어 10월 말부터 판매가 시작된다)



국내에서의 스타벅스의 크리스마스 MD 판매는 2004년 다이어리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2006년에서 2007년 사이 '레드컵'이라는 이름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내는 텀블러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MD의 출시일을 살펴보면 2008년에는 11월 4일에 처음 출시되었다. 이후 2009년 11월 3일, 2010년 11월 2일로, 매년 하루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매년 11월 1일에 크리스마스 MD가 첫 출시되었다.



2014년부터 드디어 11월의 벽이 깨지기 시작했다. 2014년도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MD 출시일은 10월 30일이다. 현재의 출시일은 2014년경부터 비슷하게 유지되어 오고 있다. 이는 추수감사절이나 블랙 프라이데이보다도 훨씬 앞선 날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스타벅스의 움직임을 두고 크리스마스 크립을 더욱 촉진시킨다며 비판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앞당겨 소비를 촉진시키는 '홀리데이 마케팅'은 이미 소매업계나 유통업계에 만연한 전략이지만 지나치게 앞당겨진 홀리데이 시즌은 되려 소비자의 반감을 사기 쉽다는 것이다.

출처: HBR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6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이른 홀리데이 마케팅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일찍이 시작되는 홀리데이 마케팅을 선호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32.7%였으나, 이를 싫다고 응답한 사람 역시 32.7%였다.  

2. 백화점

백화점의 경우 연중 12월이 가장 바쁜 달이다. 연말연시 각종 선물로 인해 매출이 가장 많은 달이기 때문이다. 특히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의 반짝 매출은 연 매출의 10%를 넘기는 경우가 많아 소매업계와 유통업계의 가장 대표적인 대목이라 불렸다. 하지만 요즘은 12월에서 11월로 대목이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그 이유는 역시 미국과 중국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넷째 주 금요일)와 중국의 광군제(11월 11일)가 점차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은 데다가 '해외 직구' 등의 쇼핑 방식도 최근 몇 년 간 크게 떠오르며 국내의 소비량도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도 블랙 프라이데이나 광군제에서 착안하여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시작했다. 앞으로 국내에서 11월의 소비 촉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들도 일찍이 크리스마스 맞이에 나섰다. 11월 각종 쇼핑 혜택 및 할인 제공과 동시에 일찍이 번쩍번쩍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려하게 외관을 꾸미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밤거리에 반짝거리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11월 25일, 국내 백화점들의 11월 기존점 성장률이 5% 이상으로, 4분기 영업이익 증대가 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숏패딩 등 새로운 패션 유행이 등장했고, 날씨도 일찍이 추워지면서 마진이 높은 의류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기존점 성장률이 1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다른 백화점들도 광군제 효과로 11월 매출이 증가하면서 4분기 영업이익 증익에 초록불이 켜졌다.

인터비즈 박윤주 윤현종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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