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 브라이언트와 샤킬 오닐이 '경기장 밖'에서 싸운 사연

조회수 2019. 12. 9. 17:3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우리나라 굴지의 화학 회사인 A사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었다. 임원들의 근무연한도 보통 20년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회사도 조직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젊은 경영 컨설턴트 출신들을 임원으로 대거 영입했다. 그들은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에 명문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갖고 있었고, 실전 능력 역시 나무랄 데가 없었다. 문제는 이들의 사고방식이나 업무 스타일이 기존 임원들과 너무 달랐다는 점이었다. 기존 임원들과 컨설턴트 출신 신임 임원들은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매번 심각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결국 신임 임원들은 이러한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났다. 성별과 나이, 서로 다른 출신 지역이나 학문적 배경 등 리더 간의 개인적인 성장 과정과 배경의 차이가 어떻게 조직 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출처: 동아일보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

리더들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앞선 사례가 선천적인 배경에 따른 갈등이라면, 서로 다른 사회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후천적인 배경에 의해서도 조직 갈등은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트디즈니(Walt Disney)의 위대한 경영자 마이클 아이스너(Michael Eisner, 1984년 9월~2005년 9월 월트디즈니 회장 역임)와 그가 영입한 마이클 오비츠(Michael Ovitz, 1995년 10월~1997년 1월 월트디즈니 사장 역임)간의 갈등이다. 조직 문화를 중시하고 관리형 리더십을 가지고 있던 아이스너 회장과 자유분방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오비츠는 사사건건 충돌했다. 오비츠는 번번이 회의에 불참하거나 지각을 일삼아 원리원칙을 중시했던 아이스너의 눈밖에 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1년여 만에 디즈니의 사장직에서 사임하게 된다. 25년을 알고 지내면서도 각자 오랜 시간 경험해왔던 조직 운영 방식과 업무 스타일의 차이가 이렇듯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출처: 동아일보
코비 브라이언트(왼쪽)과 샤킬 오닐(오른쪽)

리더들 간 갈등이 발생하는 마지막 원인은 조직 내 지위 및 가치의 차이를 꼽을 수 있다. 미국 프로농구팀 LA레이커스(Los Angeles Lakers)의 리더 샤킬 오닐(Shaquille O'Neal)과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는 팀에 리더가 두 명이 되면서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오닐은 최고의 센터로서 골 밑을 완전히 장악한 뒤 동료들의 패스를 받아 득점을 올리는 게임 운영 방식을 선호했다. 반면 제2의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으로 불리던 브라이언트는 3점 슛을 비롯한 외곽슛을 위주로 플레이했다. 경기 중에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이들은 급기야 경기장 밖에서도 서로를 공개적으로 비방하는 단계에 이른다. 조직 내 지위와 추구하는 가치의 차이가 큰 갈등을 만들어낸 것이다.

기업 생존까지 좌우하는 리더의 갈등,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매일매일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리더들이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다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리더 간 갈등의 문제를 치유하고,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근원까지도 제거해야 하는 이유다. 조직 관계 전문가인 다이애나 맥레인 스미스(Diana McLain Smith) 박사는 관계란 '둘 이상의 사람이나 조직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 혹은 서로에 대해 행동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갈등의 해결 방법을 강구하는 데 관계에 대해 언급한 이유는 간단하다. 조직의 역량과 경쟁력은 결국 조직 내부의 관계에서 의해서 크게 좌우되는데, 갈등도 바로 이 관계 속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흔히 경영의 핵심은 사람이라고 한다. 특히 리더 간의 관계를 발전적으로 만드는 건 기업의 핵심 경쟁력과도 직결돼 있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각각의 독립적인 개인을 유기적으로 엮어 관계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유가 뭘까. 스미스 박사에 따르면 대개 사람들은 (스스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당신의 행동이 내 기분을 상하게 하므로 당신이 변해야 한다.


● 당신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고 변해야 한다고 인정하면 당신은 변할 수 있다.


● 당신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변화를 원치 않거나 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코 내 행동에는 문제가 없다.)


● 만약 당신이 내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나는 당신을 바꾸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나는 잘못이 없다.)


●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도 당신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구제불능’이라는 뜻이다. (내가 구제불능이란 뜻이 아니다.)


● 당신이 구제불능이므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회사에 남건 떠나건 상관없이 내 입장에서 당신과 나의 관계는 끝났다.

그러나 갈등을 방지하고 관계를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리더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모든 갈등은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그 관점은 '맞냐 틀리냐'의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며 내가 볼 수 없는 것을 상대는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로를 인정하는 '관계 중심적 관점'을 수용해야 한다. 즉, 관계를 개선하는 것의 핵심은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사고방식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일이다. 그 사고방식이 맞든 틀리든 남들이 자신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일단 인정해야 상대방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한때는 빌 게이츠도?... 관계 개선의 실천 사례

출처: IT 동아
빌 게이츠(왼쪽)와 스티브 발머(오른쪽)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와 그의 파트너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는 30년 지기 친구로 회사의 성장과정을 함께 한 동료였다. 큰 갈등 없이 서로 1인자와 2인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오던 그들도 게이츠가 발머에게 CEO 역할을 위임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게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 게이츠는 회사의 경영을 발머에게 맡기고 본인은 소프트웨어 설계 책임자(Chief Software Architect, CSA) 역할을 맡았다. 연구와 기술에는 뛰어난 그였지만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 속에서 이사회 멤버들이 변화를 요구하며 게이츠의 퇴진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이츠는 CSA로 일하면서도 여전히 회사의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공개석상에서 발머에 대한 냉소적인 비판과 폄하 발언을 일삼곤 했다. 심지어 경영진 회의 중 게이츠가 발머에게 고함을 지른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게이츠의 눈 밖에 난 인사들을 발머가 공개적으로 옹호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신속하게 진행돼야 할 기업의 의사결정이 지연됐고, 오피스 프로그램 제공 사업인 넷독스(NetDocs) 등 핵심 사업의 추진이 지연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출처: 동아일보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다. 이사회는 두 리더들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회사에 심각한 위기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들은 게이츠와 발머의 비공식 만남을 주기적으로 주선해 서로의 오해를 풀게 했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도록 유도했다. 결국 게이츠는 자신이 2인자가 돼 발머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 데 동의했고 그를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협력 제안을 수용했다. 오랜 권력 투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었다.



대학교 동창으로 처음 만나 수십 년간 함께 사업을 키워간 게이츠와 발머는 관계 형성의 자발성도 높고 상호 이해관계의 정도도 높았다. 다만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지위의 차이에 의한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들의 관계 자발성이 사라지면서 경쟁자로서 갈등을 빚어내기 시작했고, 이를 이사회가 나서서 다시 복구한 셈이다.


출처: 동아일보

그동안 리더들 간의 갈등은 그저 조직에서 생기는 일상적인 이슈로 취급돼 왔다. 그렇다 보니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리더 간 갈등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부적절한 관리는 기업에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한다. 소위 '줄 서기'와 건전하지 못한 '사내정치'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리더는 갈등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갈등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조직의 관계를 강화시켜 나간다. 망가진 팀일수록 갈등을 피하려고만 하다 결국 관계를 망치고 개인은 물론 조직의 성과마저 해친다. 조직의 분열과 반목을 예방하고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제 리더의 갈등 관리 또한 필수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46호
필자 한만현 LEK컨설팅 대표

인터비즈 임유진, 이방실 정리

inter-biz@naver.com


* 미표기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