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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i3 광고, '단어' 하나 바꿨더니 男선호도 오른 까닭은?

조회수 2019. 12. 10. 17: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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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남자는 여자보다 환경보호에 신경을 덜 쓸까? 지난 30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연령이나 국가에 상관없이 남자는 여자에 비해서 재활용을 덜하며 환경을 파괴하는 데 죄의식을 덜 느낀다고 한다. 2016년에 진행된 한 연구는 남성이 친환경 제품을 꺼리는 특정한 이유에 대해 조사했다. 연구진은 주로 여성이 환경 보호 제품을 구매해왔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 자체가 여성스럽다는 고정관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정말 그럴까? 이를 증명하기 위한 몇 가지 실험 결과를 살펴보자.

나이 vs. 성별, 어느 것에 더 예민할까?

만약 남성이 이렇게 여성스러운 생일 편지를 받았다면...

먼저 연구진은 389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성 정체성이 공격받으면 공개적인 구매 상황에서 친환경 제품 구매를 꺼리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직장 동료로부터 나이와 성별 정체성이 공격받는 내용의 생일 카드를 받는 두 가지 상황을 설정했다. 상황 A는 분홍색 바탕에 여성스러운 글씨체로 축하 문구가 쓰인 편지를 받은 경우였다. 상황 B에서는 무난한 디자인과 글씨체로 "한 살 더 먹었네요?"라며 나이를 놀리는 장난스러운 말이 쓰인 편지를 받게 했다. 그런 다음 모든 참가자가 3가지 종류의 제품(램프, 책가방, 배터리) 중에서 친환경 제품과 일반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나이를 공격받을 때보다 남성이라는 성 정체성을 공격받을 때 친환경 제품을 더 거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 정체성을 공격받은(여성스러운 편지를 받은) 이들은 친환경 배터리보다는 일반 배터리를 선택했고, 친환경 책가방보다 일반 책가방을 더 선호했다. 다만 램프의 경우 일반 제품과 친환경 제품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출처: BMW
2015 BMW i3 모델

이후 연구진은 중국 북부 지방에 위치한 3개의 BMW 매장에 들른 73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친환경 자동차로 인식되는 BMW i3 전기차의 광고 문구를 남성스럽게 바꾸면 소비자 선호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5 BMW i3 Eco-friendly Model’이라는 광고 문구를 ‘2015 BMW i3 Protection Model’로 바꿨다. 친환경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Eco-friendly 대신 다소 강인하고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인 Protection을 사용한 것이다.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기존 문구(Eco-friendly)를, 나머지 참가자들에게는 남성스럽게 바뀐 문구(Protection)를 보여줬다.



분석 결과, 기존 문구에 비해 남성스러운 문구를 본 경우 BMW i3에 대한 남성 참가자들의 선호도는 증가했다. 반면 여성들의 경우는 달랐다. 여성 참가자가 Protection이 포함된 광고 문구를 봤을 때 동일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는 오히려 감소했다.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한 연구 결과, 남성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이 여성스럽다는 선입견 때문에 구매를 꺼린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를 역이용하는 마케팅 방안을 제시했다. 친환경 제품을 광고할 때 남성스러움을 강조하면 오히려 판매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여성스럽다는 선입견은 친환경 제품뿐만 아니라 공정무역, 기부, 사회적 공헌 활동 등 기업의 다양한 활동에 전반적으로 존재한다. 만약 이러한 활동에서 남성적인 요소를 부각한다면 단기적 판매나 장기적 브랜드 강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웃도어 산업 전문가들은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장 조사기관인 NPD 그룹의 아웃도어 산업 분석 담당자인 맷 파월(Matt Powell)은 “친환경 제품이 여성스럽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고 업계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어쩌면 현재 판매 중인 모든 아웃도어 브랜드가 친환경을 내세우기 때문에 딱히 그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출처: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는 뉴욕 타임스에 ‘Don’t Buy This Jacket(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를 낸 적도 있다. 옷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 자체가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것을 알리려는 시도였다

이보다 더욱 강한 반대 의견은 아웃도어 브랜드 중 가장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가진 파타고니아(Patagonia)에서 나왔다. 파타고니아는 창립 연도인 1973년부터 지속 가능성을 기업 철학으로 삼고 ‘환경에 쓸데없는 해를 끼치지 않고 환경 위기에 대안을 제시한다’는 사명을 갖고 일하는 회사다. 이들은 판매한 의류를 수선하고 재사용하는 등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친환경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철학 담당인 빈센트 스탠리(Vincent Stanley)는 "파타고니아 고객은 남녀 비율이 동일하고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을 위해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리고 파타고니아 측은 친환경 제품 판매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제품을 남성스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전했다.



대신 이들은 '성 중립(gender-neutral) 전략'을 취하기로 했다. 환경과 사회를 위하는 일에 성별의 차이를 두지 않는 대신, 이러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을 더 많이 고려하겠다는 의도다. 파타고니아의 확고한 입장을 볼 때, 제품의 남성성이나 여성성도 중요하지만 친환경 이슈에 대한 고객의 기본 성향도 판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 Brough, Aaron R., James E.B. Wilkie, Jingjing Ma, Mathew S. Isaac, and David Gal (2016), “Is Eco-Friendly Unmanly? The Green-Feminine Stereotype and Its Effect on Sustainable Consump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3 (4), 567-582.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41호
필자 주재우

필자 약력

-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비즈 박성지 정리 / 미표기 이미지 출처는 게티이미지뱅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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