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떡카페'이곳' 6년간 '한 메뉴'로 "2000억 대박"났다

조회수 2019. 12. 11.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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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차가운 음료나 빙수 디저트는 여름 한정 메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사계절 내내 냉음료를 찾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차가운 디저트가 사계절 메뉴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실제로 요기요 서비스 운영 업체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 시즌의 차가운 메뉴 주문량은 전년 대비 2.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불문하고 아이스 메뉴가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배달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어디서든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게 된 게 결정적이다. 빙수 카페 열풍도 얼죽아 열풍에 힘을 보탰다. 사계절 내내 빙수만을 다루는 가게들이 생겨나면서, 소비자 선택지를 넓혔다. 기존에 없던 시장이지만, 가능성을 본 외식업체들이 빙수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이 커졌다.

이러한 트렌드의 앞단에 선 업체가 설빙이다. 여느 떡카페와 다를 바 없던 설빙이 초기 가게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하게 된 스토리가 흥미롭다. 설빙이 사계절 빙수 시장을 개척한 과정을 DBR 167호 내용을 통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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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카페 시루에서 출발한 설빙...시행착오 통해 탄생한 '인절미 빙수'와 '인절미 토스트'

설빙의 시발점은 창업자 정선희 씨가 지난 2011년 10월 부산 남천동에 오픈한 떡카페 '시루'였다. 정 대표가 시루를 오픈하게 된 건 다양한 전통 디저트가 대중화돼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이렇다 할 만한 메뉴가 없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일본에서 외식 비즈니스를 공부한 정 대표는 20평 남짓한 시루를 운영하며 떡을 주제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출처: 부산광역시 대표블로그 쿨부산
떡카페 시루를 운영할 당시 정 대표의 모습

초콜릿, 치즈, 과일 등 다양한 식재료를 떡과 결합해 여러 메뉴를 만들었다. 음료도 오미자차, 대추차, 매실차 등 일반적인 한국 음료부터 감잎, 뽕잎, 연잎, 겨우살이 등 갖가지 전통차를 선보였다. 계속해서 메뉴를 바꿔가며 가게를 운영한 이유는 신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대중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아이템이 무엇인지 찾아가기 위해서였다고. 그녀는 향후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두고 시루를 일종의 '테스트배드'로 삼아 차근차근 사업 준비를 해 나갔다.

그러나 빵과 케이크류에 익숙한 젊은 층의 관심을 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루를 찾는 고객의 대부분은 떡을 원래 좋아하는 중장년층이었다. 반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정 대표는 메뉴 개발 전략을 바꿨다. 기존엔 떡을 '주재료'로 삼고 초콜릿, 과일 등의 '부재료'로 메뉴를 개발했지만 이를 거꾸로 뒤집었다.



즉,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빵이나 빙수를 주재료로 삼고 떡을 부재료로 접목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퓨전 메뉴를 만들겠다는 융합 전략은 계속 펼치면서도 주객을 전도시키는 역발상 접근법을 취한 것이다.

때마침 시기도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었고, 특히나 빙수는 대중적인 메뉴라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이렇게 해서 개발된 제품이 바로 인절미 빙수와 인절미 토스트다. 인절미 빙수는 우유로 만든 얼음을 갈아 빙수를 만들고 그 위에 인절미 콩코물을 수북히 쌓아 올린 메뉴다. 인절미 빙수를 보고 흔히 '눈꽃' 빙수라고 말하는 것도 갈려져 있는 얼음이 뽀얗고 부드러운 눈송이 같아서다.

빙수의 필수 재료로 여겨지는 '팥'이 없는 게 인절미 빙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정 대표는 "평소 당뇨로 고생하시는 아버지도 드실 수 있는 빙수가 없을까 고민하다 개발한 메뉴"라며 "당도가 높은 팥 대신 콩가루를 집어넣어 건강을 좀 더 생각한 게 이 메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인절미 토스트는 빵과 인절미가 조화를 이룬 퓨전 메뉴다.

새롭게 적용한 퓨전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인절미 빙수와 인절미 토스트를 만들면서 상황은 180도 변했다. 특히 정 대표가 그토록 공략하기 원했던 젊은 층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인절미 빙수와 인절미 토스트를 맛본 이들이 자발적으로 블로그에 메뉴를 소개하면서 시루를 부산의 대표 맛집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네티즌들의 도움으로 시루가 부산 맛집으로 소개되면서 서울에서 메뉴를 맛보러 오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며 “일본의 웬만한 관광 가이드북에도 시루가 소개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코리안 디저트 카페 표방하며 ‘설빙(雪氷)’ 오픈

인절미 토스트와 빙수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고 정 대표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로 결심한다. 대중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게 됨에 따라 남녀노소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한식 디저트 카페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좀 더 효과적인 대중화를 위해 '떡' 느낌이 나는 시루라는 이름을 버리고 눈꽃빙수의 또 다른 말인 '설빙(雪氷)' 브랜드를 새롭게 선택했다. 히트 메뉴인 인절미 빙수를 연상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브랜드 네임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설빙에 들어갈 메뉴는 모두 시루를 운영하면서 수차례 검증을 거친 메뉴들 가운데 엄선했다. 그러나 향후 프랜차이즈가 가능하도록 레시피를 개선했다. 정 대표는 대량 생산 시에도 '홈메이드' 느낌이 나도록 맛과 식감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유통기한은 늘릴 수 있는 조리법을 찾는 데 공을 들였다.

출처: 설빙 공식 홈페이지

메뉴 이름에도 변화를 줬다. 무엇보다 빙수라는 표현을 다 빼고 '설빙'으로 통일했다. 예를 들어 인절미 빙수는 '인절미 설빙', 생딸기 빙수는 '생딸기 설빙' 등으로 대체하는 식이다. 여름철 한정 메뉴로 각인돼 있는 '빙수'라는 표현 대신 '설빙'이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한 것이다. 이는 빙수도 사계절 즐길 수 있는 디저트라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어주고자 내린 결정이다.

1년간의 준비 끝에 정 대표는 2013년 4월 부산 남포동에 설빙 1호 매장(직영점)을 열었다. 상인들과 관광객들로 늘 붐비는 부산시 핵심 상권이자 관광 명소인 남포동에서 정면 승부를 내기로 했다. 매장은 건물 2층부터 4층까지 3개 층, 약 100평 규모에 달하는 대형 매장이었다. 정 대표는 시루를 통해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쳤기에 대형 매장으로 1호점을 시작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출처: 트립어드바이저
설빙 부산 본점의 모습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매장을 연 지 불과 한 달 만에 '만석'이 된 데다 피크 타임 때는 대기 시간만 평균 1시간이었다. 5~6월 여름철로 접어들면서는 하루 매출이 무려 1400만 원에 달할 정도였다. 인절미 설빙 한 그릇의 가격이 6천 원인 것을 감안하면 하루에 약 2333그릇을 판 셈이다.



결국 몰려드는 손님을 감당할 수 없어 설빙은 1호점 개점 이후 한 달 반 만에 불과 200미터 떨어진 곳에 2호점을 냈다. 광고 하나 내지 않았는데도 가맹점을 내고 싶다는 전화가 빗발쳐, 부산 서면에 1호 가맹점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발을 들였다.

초기 메뉴이자, 이곳의 대표 메뉴인 인절미 빙수도 첫해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6년간 약 1975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1만500여 개 1분당 7.3그릇이 팔린 셈이다.

1년 만에 점포 400개 돌파...설빙의 초기 성공 비결은?

이후 설빙 가맹점은 초기엔 부산과 울산 등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가다 호남과 충청도 및 수도권 지역으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빠른 성장세로 사업 시작 1년만에 점포를 400개까지 늘리며 매출 200억 원대, 영업이익 약 160억 원을 달성했다. 설빙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초기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1. 생딸기를 프랜차이즈가 사용한다고? 정 대표의 '근거 있는' 자신감


서울 상권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시기에 정 대표는 또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프랜차이즈 업체로는 드물게 생딸기를 넣은 빙수 제품 ‘생딸기 설빙’을 내놓은 것이다. 대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사용하는 딸기는 대부분 냉동 딸기다. 워낙 쉽게 뭉개지는 과일이다 보니 보관과 유통이 어려워 생딸기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정 대표는 설빙의 제품 회전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생딸기를 가져다 써도 재고가 남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2014년 식자재 유통업체인 CJ프레시웨이와 계약을 맺고 산청 딸기 농가로부터 생딸기를 매달 10톤씩 공급받아 생딸기 설빙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밑에 깔린 눈꽃얼음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슬라이스된 딸기를 수북하게 얹어주고 그 위에 찹쌀떡을 올린 후 생딸기 하나를 통으로 얹어주는 메뉴다.

프랜차이즈에서 생딸기를 사용한다는 발상에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제철 딸기를 아낌없이 얹어주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정 대표는 “매달 10톤가량의 산청 딸기가 100여 개 매장으로 공급됐지만 어느 하나 재고로 고생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잘 팔렸다”며 “생딸기 빙수가 전체 매출액의 40%에 육박할 정도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고 말했다.

2. 비주얼 효과 통해 디지털 입소문 마케팅 극대화


근 2~3년 새 SNS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입소문 마케팅이 활발하다. 성공한 디지털 마케팅의 핵심에는 언제나 시각적 요소가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흥미를 끄는 사진이 곁들여지지 않으면 주목을 받기 어렵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설빙의 입소문은 뽀얀 얼음 위에 수북히 쌓인 콩고물의 비주얼 임팩트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실제와는 다른’ 광고 이미지가 아니라 친구들이 올려놓은 ‘직찍’ 사진의 비주얼은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어 출시된 생딸기 설빙의 비주얼도 이러한 패턴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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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층 대형 점포 전략'과 '도심 속 힐링 공간' 컨셉의 공간 디자인

설빙은 가맹점 사업자를 모집할 때 특이하게도 “2층에 최소 50평 이상의 대형 매장으로 점포를 열 것”을 권유했다. 2층의 경우 계단이나 승강기를 이용해야만 올라갈 수 있어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1층에 매장을 낸다.

하지만 설빙은 이와 반대로 2층 매장을 고집했다. 가맹점 사업자들의 초기 투자비용은 덜어주면서 소비자들에겐 좀 더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설빙은 빙수 한 그릇만 후딱 먹고 서둘러 나가는 곳이 아니라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인 만큼 대형 공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정 대표는 “통상 1층에 20평 규모로 매장을 열 수 있는 자금이면 2층에 최소 50평 정도로 매장을 열 수 있다”며 “부산 남포동의 설빙 1, 2호점 사례에서 실제 증명됐듯이 메뉴만 좋으면 2층에 가게를 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면서 가맹점 사업자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편안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매장 컨셉은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잡았다. 심신 안정의 기능을 주기 위해 흙과 허브를 활용한 고급 인테리어 마감재를 사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한글 캘리그라피(caligraphy, 아름답고 개성 있는 서체 기반의 손글씨(hand-lettering) 기술)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설빙’이라는 브랜드명은 물론이고 ‘사계절을 담은 눈꽃빙수’와 같은 문구 역시 현대적이면서 전통적인 느낌이 어우러진 붓글씨로 매장 곳곳에 쓰여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67호

필자 이방실 기자 /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

인터비즈 신혜원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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