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앱으로 프로다이어트러 '2만 명' 홀린 '이 사람'.."뭐가 다르길래?"

조회수 2019. 12. 11.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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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어떤 메뉴를 먹을까, 식사 후 커피에 휘핑크림을 얹을까 말까 고민할 때 우리는 항상 '칼로리'를 생각한다. 특히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에겐 "지금 먹는 음식이 몇 칼로리지?"라는 궁금증이 들게 마련이다. 다이어트에서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하루 종일 먹은 음식의 칼로리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매일 먹는 것을 꼼꼼하게 기록하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막상 시간이 지나고 먹은 것을 적으려면 생각도 잘 안 난다.

출처: 두잉랩 홈페이지

이런 다이어터들의 애로사항을 캐치해 사업화한 스타트업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음식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음식 종류를 인식해 영양 정보를 분석해주는 '다이어트 카메라 AI'라는 앱을 만든 '두잉랩'이 그 주인공이다. 이 앱은 '다이어트의 8할은 식단'이라고 생각하는 진송백 대표가 만들었다. 2017년 말에 출시했는데 이미 2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실제 효과도 좋다. 진 대표에 따르면 이 앱을 30일 이상 사용한 이용자들은 평균 4.2kg을 감량하는데 성공했다. AI를 활용한 비전 인식 기술을 활용해 헬스케어 솔루션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진 대표를 만나 두잉랩의 창업 스토리와 향후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삼성전자 출신 11년 차 개발자, AI에 꽂히다

진송백 대표는 여느 스타트업 대표들에 비해 비교적 늦은 나이에 두잉랩을 창업했다. 그는 창업 전 삼성전자에서 프린터 개발 부서에서 일했다. 그러다 2013년 사내 벤처 씨랩(C-LAB)에 합류했다. 씨랩에서 핸드폰 속 영상을 캡처해 폴라로이드로 인화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사업화까지는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제품화가 무산됐다. 이후 창업에 대한 열망이 생긴 진 대표는 회사를 나왔다.

진송백 두잉랩 대표

삼성전자 퇴사 후 진 대표는 2년 동안 헬스케어 관련 벤처기업에서 일하며 산업에 대한 감을 익혔다.이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로부터 '영양도 관리해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게 됐고 이게 결국 창업으로 연결됐다. 특히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당뇨 환자나 질병이 있는 환자들에게 영양 관리를 위한 식이 입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사업화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기술력이었다. 삼성전자에서 개발자로 11년을 일했지만 비전 인식이나 AI는 익숙한 분야는 아니었다. 특히 지금도 그렇지만 창업을 준비하던 2016년은 AI 기술은 진입장벽이 높았다. 그래서 창업 전 6개월 동안 AI만을 집중 공략했다. 진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6개월 동안 학원도 다니고 인터넷 강의도 찾아보면서 공부했어요. 6개월이 짧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를 포함한 창업 멤버들은 개발을 20년 동안 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1~2 주면 금방 따라 할 수 있어요. 어지간히 어려운 것도 한 달이면 따라잡아요. 근데 6개월을 공부해서 겨우 알만큼 공부했다는 건 허들이 굉장히 높았다는 거죠. 쉽지 않은 분야였습니다.

시장에 어느 정도 영양 관리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기술에 대한 준비도 끝냈지만 사실 창업 초기부터 수익모델이 확실했던 것은 아니었다. 진 대표는 "시장성 자체를 정확히 분석하기 보다는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의 수나 규모로 봤을 때 이 정도 기술이면 어느 정도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초기엔 외주 개발 프로젝트에 의존했다. 운영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후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돼 투자금을 수혈받았고 이후 네이버 등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지금은 직원도 14명까지 늘었다.

경쟁사 대비 월등히 많은 음식 데이터 베이스가 경쟁력

두잉랩의 주 수입원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판매다. 하지만 그 금액은 여전히 많지 않다. 그럼에도 두잉랩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바로 경쟁사 대비 월등한 음식 인식 개수다. 진 대표는 "두잉랩은 7000여 개의 음식을 인식할 수 있는 반면 다른 경쟁사들은 100여 개 수준에 불과하다"며 "음식 인식 개수가 적으면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찌개를 모두 같은 '찌개'로 인식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음식 데이터는 어떻게 쌓았을까.

처음엔 코드를 직접 짜서 구글에서 해당 이미지를 몇 천장씩 자동으로 가져오게 했죠(크롤링).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구글에는 브랜드에서 직접 올린 예쁜 이미지가 많지만 이런 이미지만으로는 빛과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음식 모습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죠. 또, 스타벅스 커피는 이미지가 많은데 레쓰비 캔커피는 구글에 이미지가 없어요. 사람들이 굳이 레쓰비 먹는 모습을 직접 찍어 올리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초창기에는 이미지가 없던 것들은 직접 촬영한 것들도 꽤 있어요. 먹다가 ‘이거 없는 거야’ 그러면 열댓 장 찍어서 가져가고 그랬죠.

이렇게 하나둘씩 구글에 없는 이미지들마저 채워나가면서 발전시킨 두잉랩의 AI 엔진이 '푸드 렌즈'다. 푸드 렌즈는 지금까지 100만 장에 달하는 데이터를 학습했다. 먼저 개발자들이 같은 음식을 찍은 수많은 사진을 모아놓고 음식 이름을 입력한 뒤, 이 중 ‘쓸모 있는’ 데이터를 몇 가지 골라주면 AI가 전체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클러스터링’ 과정을 거쳤다. 이후 사진에서 음식 영역만 정확하게 추출해내는 전처리 과정을 거친 뒤, 이를 데이터로 다시 학습 과정을 반복하는 식으로 엔진을 고도화했다. 최근에는 이 푸드 렌즈를 통해 다이어트 카메라 AI 이용자 2만여 명이 올리는 음식 사진들을 AI가 학습하며 정확도를 계속 높여나가고 있다. 현재 두잉랩의 다이어트 카메라 AI의 정확도는 약 91% 수준이다.

두잉랩의 푸드 렌즈의 또 한 가지 강점은 바로 사진 한 번으로 동시에 여러 개의 음식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프랑스 등에도 비슷한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이 있지만 한 번에 여러 음식을 식별하는 기술은 두잉랩이 최고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진 대표는 "한 상에 밥, 국, 반찬을 한꺼번에 올려놓고 먹는 한국의 식습관 덕분에 경쟁사 대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출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최종 목표는 당뇨 등 환자 돕는 서비스 개발

두잉랩의 목표는 이용자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때문에 두잉랩은 최근 자체적으로 영양사를 고용해 '휴먼 코칭 서비스'도 시작했다. 진 대표는 "현재 영양사 1명이 코칭을 해주고 있고 녹십자와 함께 휴먼 코칭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과정에 있다"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영양사들이 채팅 기반으로 코칭을 제공하고 평가를 동영상으로 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게티이미지

두잉랩은 또 중장기 계획으로는 플랫폼 사업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타산업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병원과 보험사의 환자를 대상으로 식습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피트니스 센터 회원들을 대상으로 다이어트 식단 관리를 해주는 식이다.



두잉랩은 향후 당뇨병 환자를 위한 서비스 고도화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 두잉랩은 창업 초기부터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진행해 왔다. 2017년 12월에 '당뇨 카메라 AI'를 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뇨 카메라는 똑같은 기술이지만 더 적극적으로 환자의 식단을 관리한다. 단순히 칼로리 분석을 넘어 해당 음식의 영양성분까지 분석해서 알려주는 것. 또한 적정 섭취량과 함께 대안으로 건강한 간식도 추천해준다.



진 대표는 “실제 당뇨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식단 교육과 영양 상담을 한다"라며 "기존 상담은 환자 기억에 의지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당뇨 카메라를 활용하면 완벽하지는 않아도 사진을 통해 어느 정도 정확한 상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잉랩은 현재 환자가 편리하게 섭식 기록을 하고, 이를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서울삼성병원과 공동 연구 중이다.

인터비즈 장재웅 김동섭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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