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푸드코트 대신 '이것' 이 뜬다

조회수 2020. 1. 28.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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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쇼핑'을 하고 때론 특가 제품을 '득템'하며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몰링(Malling)'. 이 몰링의 하이라이트는 푸드코트(Food Court)에서 다양한 먹거리 중 몇 가지를 골라 먹는 것이다. 푸드코트는 여러 종류의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장소를 말하는데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어서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에 물건을 사러 가는 게 아니라 '맛집 투어'를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 '푸드코트 맛집'을 검색하면 지역별로 '핫한' 푸드코트 맛집 리스트와 후기들이 많이 보인다.

해외에서도 역시 푸드코트는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중심인 푸드코트의 대안으로 '푸드 홀(Food Hall)'이라는 독특한 공간이 미국 등지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엔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미국에선 이미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푸드 홀을 소개한다.

푸드 홀? 푸드코트랑 뭐가 다르지?

이름으로만 봐서는 푸드코트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실제로 푸드홀 사업자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푸드코트와의 차이가 무엇이냐?"다.


푸드코트는 패스트푸드점과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주로 입점한다. 쇼핑몰이나 백화점 푸드코트를 돌아보면 버거킹이나 맥도날드, 유명 외식 브랜드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Unlike food courtsmade up of fast food chains, food hallstypically mix local artisan restaurants, butcher shops and other food-oriented boutiques under one roof.

Food hallscan also be unconnected to department stores and operate independently, often in a separate building.
위키피디아
출처: 크로그 스트리트 마켓 홈페이지
미국 애틀랜타의 대표 푸드 홀 '크로그 스트리트 마켓(Krog Street Market)'

반면, '럭셔리한 푸드코트'라고도 불리는 푸드 홀에는 맥도날드나 버거킹같이 누구나 알 만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없다. 푸드코트와 푸드 홀은 입점하는 식당에도 차이가 있지만 콘셉트와 위치에도 차이가 있다. 푸드코트는 쇼핑몰과 대형마트, 백화점 내부에 위치하지만 푸드 홀은 내부가 아니더라도 백화점으로부터 분리된 외부에 독립적으로 위치하기도 한다. 꼭 쇼핑몰 내부에만 위치하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즉, 지역의 장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정육점, 다른 음식에 기반한 부티크 매장 등이 중심이 되어 한곳에 모여있다면 그건 푸드 홀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조지아주의 애틀랜타(Atlanta)의 대표적인 푸드 홀 '크로그 스트리트 마켓(Krog Street Market)'은 백화점이나 쇼핑몰 외부에서 독립적인 건물로 운영되고 있다.

크로그 스트리트 마켓은 2015년 480만 명의 독자를 보유한 미국의 잡지사 'Travel + Leisure'이 선정한 'The World's Best Food Halls'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크로그 스트리트 마켓은 건강하고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지역 가게들과 뉴트로한 느낌의 디자인으로 애틀랜타의 관광 명소가 되었고, 인스타그램엔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의 사진 인증과 후기로 핫하다.

미국 슈퍼마켓의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한 '푸드 홀', 인기 끄는 이유?

푸드 홀, 왜 이렇게 인기 있는 걸까? 최근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전문 조사업체 '존스 랭 라셀(Jones Lang LaSalle)'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10명 중 4명은 특정 식당 때문에 쇼핑몰을 방문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쇼핑몰에서 식사를 하는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가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쇼핑몰, 백화점 및 대형마트들은 식음료 매장 입점에 큰 신경을 쓰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턴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Wakefiled)'에 따르면 2016년 120여 개였던 미국 내의 푸드 홀은 2018년 275개로 늘어났고, 2020년 말에는 450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실패 사례도 적다. 지난 4년간 문을 닫은 푸드 홀은 10개가 채 안 된다. 이런 푸드 홀의 인기는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증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견인했다.



폭스 뉴스(FOX News)에 따르면 2018년 미국 소비자들이 식품을 고를 때 가장 고려한 것은 '건강'이었다. 미국의 식품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곳이 천연,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홀푸드(Whole Foods)'라는 것만 봐도 미국의 소비 트렌드가 건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패스트푸드가 아닌 동네, 지역 기반의 식당들을 중심으로 한 건강한 음식들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푸드 홀은 소비자들의 이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집 근처의 대형마트나 쇼핑몰에 방문해 가볍게 쇼핑을 하며 푸드 홀을 즐기거나 독립적으로 분리돼있는 푸드 홀 마켓에서 로컬의 다양한 식당들을 둘러보며 먹거리를 즐긴다.

푸드 홀... '밀레니얼'을 잡기 위한 쇼핑몰들의 전략 중 하나?

미국에서 푸드 홀이 핫해진 데에는 시장에서의 '밀레니얼(Millennials)'의 존재감이 크게 작용했다. 주요 소비층이 되어버린 밀레니얼은 다른 세대들보다 '경험'과 '재미'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경험과 재미를 위해선 돈도 아끼지 않는다. "기왕 돈 쓸 것, 한 번 쓸 때 제대로 쓰자"라는 의식이 팽배한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특히 맥도날드, 버거킹 등 진부한 가게들이 몰려있는 푸드코트보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식당들이 몰려있는 푸드 홀에 열광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텍사스주의 플레이노(Plano)에 위치한 '레거시 홀(Legacy Hall)'은 미국의 일간 신문 USA투데이의 '독자들이 선정한 TOP 10 푸드 홀'에서 2위를 차지한 인기 푸드 홀이다. 레거시 홀은 늘 많은 인파로 북적여 자리가 없을 정도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경험과 재미를 중시하는 밀레니얼은 레거시 홀에 방문해 다양한 가게를 방문하며 인증샷을 찍는다.

레거시 홀의 가게들은 독특한 인테리어나 음식 등으로 개성을 드러낸다. 레거시 홀의 '언로플 어셈블리(Unlawful Assembly)'는 맥주를 만드는 양조 탱크들을 실내 인테리어에 활용했다. 일반적인 푸드코트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인테리어는 방문한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박스 가든(Box Garden)'은 음악과 축제로 유명하다. 박스 가든은 레거시 홀에 위치한 맥주 가게이면서 동시에 엔터테인먼트 장소다. 젊은 소비자들은 라이브 음악 공연, 콘서트, 스포츠 경기 관람, 페스티벌 등을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컬리너리 이벤트(Culinary events)'를 제공하는 박스 가든에 열광한다.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들은 이런 추세를 따라잡기 위해 기존의 푸드코트에 변화를 주고 있다. 미국의 쇼핑몰 운영업체인 '워싱턴 프라임 그룹(Washington Prime Group)'은 푸드코트에 있던 버거킹, 웬디스, 서브웨이 등 패스트푸드점을 폐점하고 그 자리에 독특한 개성을 지닌 수제 맥주 양조업체를 입점시켰다.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밀레니얼을 사로잡기 위해 기존의 푸드코트마저 바뀌고 있는 것.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밀레니얼을 위해 건강한 가게 위주로 구성된 푸드 홀도 늘고 있다. 대형 유통 업체 코스트코(Costco)는 밀레니얼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1985년부터 판매해온 인기 메뉴인 핫도그 판매를 중단하고 이보다 좀 더 건강한 유기농 햄버거,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샐러드 등 건강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푸드 홀은 미국에서 쇼핑몰과 상가 공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하고 특색 있는 가게들이 즐비하기에, 젊은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고 상가, 쇼핑몰을 넘어 지역 상권 자체를 활성화시킨다. 실제로 애틀랜타의 크로그 스트리트 마켓은 그 자체로 관광명소가 돼 많은 이들을 지역에 유입시켰다.

국내에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마트는 2017년 8월 경기 서수원점의 푸드코트를 지역의 유명 맛집 편집매장인 '마켓로거스(Market Locus)'로 대체했다. 서울 하남 스타필드에도 위치한 '마켓로거스(Market Locus)'에는 패스트푸드점이 아닌 각 지역의 맛집들이 입점해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마켓로거스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푸드코트를 찾은 20, 30대 소비자가 전년 동기 대비 27%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푸드 홀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다른 프랜차이즈들이 갖지 못하는 정체성을 지니는 푸드 홀은 정형화된 체인점들이 들어서는 푸드코트보다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소비층으로서의 밀레니얼의 역할 확대로 인해 푸드 홀의 인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인터비즈 김동섭 고승연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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