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60억 미모의 인플루언서, "이것" 때문에 한방에 무너졌다.

조회수 2020. 5. 12. 11: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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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연예인, '인플루언서'가 소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개인방송 BJ이나 유튜버를 홍보 대사로 모셔오기 위한 섭외 전쟁도 치열해지죠. 일부 인플루언서는 아예 자신의 영향력을 터전 삼아 직접 사업가가 되기도 합니다. 이에 팬심(心)을 등에 업고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두는 인플루언서 사업가도 왕왕 등장하죠.


한편으로는 성장의 발판이 된 팬심이 매섭게 돌아서며 곤욕을 치르는 인플루언서도 늘어납니다. 어제까진 열정적인 고객이었다가도 신뢰가 깨지면 오늘 당장에라도 안티로 돌아설 수 있는 게 요즘(?) 소비자이죠. 밀레니얼 세대가 주 소비자 층으로 올라서면서 이러한 경향성은 더 짙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그런 면에서 향후 산업계 전반을 장악할 주 플레이어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팬과 소비자 사이의 경계에 선 팬슈머란 얘기까지 나옵니다.


안티로 돌변한 팬심

최근 한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띄운 손편지 사과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쇼핑몰 하늘하늘 대표 '하늘' 인스타그램 캡쳐 화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회자 된 글인데요. 이 사과문의 작성자는 80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와 100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개인 계정)를 둔 인플루언서 하늘 씨(27‧여) 입니다. 만 21세이던 2014년 속옷 전문 쇼핑몰 '하늘하늘'을 만들어 현재 60억 이상의 연 매출을 올리는 인플루언서 사업가이죠.

출처: 하늘 인스타그램 캡쳐 이미지

밀레니얼 세대의 동경을 한몸에 받던 젊은 사업가가 이렇게 손편지까지 써가며 구구절절 사죄의 마음을 전한 것은 그가 학창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앞서, 하늘의 동창이라고 주장한 한 네티즌은 학창 시절 그로부터 여러 차례 폭행 당하고 돈을 뺏겼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죠. 이에 SNS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글을 올렸던 것 입니다.


사과 이후에도 한 번 기울어진 팬심은 좀처럼 회복되질 않았습니다. 논란이 생긴 이후 단 2주 만에 그의 유튜브 구독자는 8만 명, 인스타그램은 10만 명 가까이가 줄었죠. 여기에는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 등 학교 폭력 이외 추가적인 이슈 거리가 연달아 터져나왔던 것도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사실 첫번째 논란이 후속 제보와 이슈를 촉발시켰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팬들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선 팬심이 안티로 돌변했다는 점입니다. 이전까지 하늘 씨를 응원하는 댓글이나 호평 일색의 리뷰 글이 달리던 그의 SNS나 회사 쇼핑몰은 악플로 도배되고 있죠. 이런 악플을 지워도 다음날에 또다른 악플이 달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러 논란의 진위나 시시비비를 떠나 이는 사업가 하늘 씨로서는 정말 뼈아픈 타격입니다.


의류 패션은 SNS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업종입니다. 인플루언서가 입은 옷이 팬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트렌드로 자리잡는 일이 비일비재해졌죠. 그런 면에서 인플루언서 사업가에게 팬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늘 씨를 동경하던 팬들도 그동안 의류 쇼핑몰 '하늘하늘'의 잠재적 구매자이자 홍보 메신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습니다. '하늘하늘'이 설립된 지 5년 여 만에 수억 원 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쇼핑몰로 클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죠.

그런데 회사의 성장을 돕던 그 열정적인 소비자가 한순간에 적으로 돌아섰으니….



하늘 씨에겐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셈입니다.

팬슈머 시대

출처: 논란이 되었던 인플루언서 마켓 사례
출처: 임블리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이미지

사실 비슷한 사건이 더 있습니다. 지난해 뜨거운 감자가 됐던 소위 '임블리 사태'가 대표적 입니다. 논란의 당사자는 80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두고 있던 임지현 전 부건에프엔씨(쇼핑몰 임블리 운영사) 상무였죠. 호박즙 포함 판매 일부 제품에 곰팡이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디자인 카피 논란을 비롯해 훗날 '임블리 사태'로 명명된 일련의 사건들이 터졌죠.


'임블리쏘리'라는 안티계정도 생겨나는 등 성난 팬심은 그간 성공 신화를 써오던 임블리 사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습니다. 하늘하늘 사태와 판박이 입니다. 허위 과장 광고를 한 것이 들통나 법원으로부터 5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먹방 유튜버 밴쯔(건강식품 브랜드 '잇포유' 운영) 또한 비슷한 과정을 겪었죠.

이들은 왜 이토록 무섭게 돌변하는 것일까요.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팬슈머'란 개념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팬슈머는 팬(Fan)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20년의 트렌드 키워드로 꼽은 개념입니다. 소비자가 제조 과정과 투자에 참여해 상품과 브랜드, 스타를 키워낸다는 의미로 김 교수는 팬슈머가 과거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작해 점차 크라우드 펀딩, 인플루언서 마켓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내다봤죠.


특히, 김 교수는 이들의 주된 특성으로 깊은 관여도를 지적합니다. 이들은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지지(리뷰, 추천 등)를 보내면서 "성장에 기여했다"는 일종의 만족감(경험)을 얻는다는 것이죠. 그렇게 애착이 생기다보니 지지를 보내던 브랜드가 잘못을 저지르면 이를 따져묻고 적극적으로 수정할 것을 요청(관여)합니다. 때론 깊은 배신감에 안티로 돌아서기도 하는 것이죠.

바로미터

출처: 인터비즈
출처: 인터비즈

인플루언서는 한때 개인SNS나 영상 스트리밍 채널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서브컬처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이자 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잡았죠. 미국 최대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체 '미디어킥스(Mediakix)'조사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활용한 소셜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은 2015년 5억110만달러(한화 5670억원·예상 매출 기준)에서 2019년 82억1910억달러(한화 9조3000억원)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02억6500만달러(약11조345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이 성장세만 보면 인플루언서는 경제 권력으로 올라서는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 같아 보입니다. 스포트라이트가 그들을 향해 있으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여기에는 빠뜨리지 말아야 할 변수가 있습니다. 이들의 성공과 실패를 좌지우지할 팬슈머의 막강한 영향력 입니다.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는 팬심이 돌아서는 순간 사업적 실패를 각오해야 합니다. 이들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도록 세심하게 자기 처신을 관리하고 팬심을 다독이는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 된 것이죠. 시장을 움직이는 진짜 바로미터는 팬슈머의 마음에 있는 셈 입니다.

인터비즈 박소영 김재형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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