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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현대차의 질주.."이것" 때문에 생산중단 위기?

조회수 2020. 2. 16.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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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아닷컴
제네시스 GV80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V80 등의 인기로 쾌속질주하던 현대자동차가 멈춰섰다. 노조의 파업 때문도 아니고 대규모 리콜사태와 같은 품질 이슈 때문도 아니다. 어이 없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정말로 전 생산라인이 멈췄다.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 내 공장 가동 중단이 장기화되면서다.

(다행스럽게도 한 매체의 2020년 2월 10일자 단독 보도에 따르면, 중국 32개 공장 중 30곳이 조업을 재개하면서 11일부터 현대차 울산2공장, 12일 전 공장에서 생산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 동아일보

문제의 중심에 있는 건 '자동차의 신경망'이라 불리는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 부품이다. 이 부품은 사람이 일일이 꼬아 묶고 연결해야하기에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에서 국내 공급량 전체의 87%를 수입해왔던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체들은 당장 국내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동남아 등 대체 공급선을 확보하려 힘쓰고 있지만 지금 국내, 국외의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 업체를 찾아 최대한 물량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중국 생산량의 20~30%밖에 대체하지 못한다.

부메랑이 된 '효율화'

비용을 절감하고 마진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 생산물량을 대부분 의존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건 공급망관리의 실패다. 공급망이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원재료 공급업체부터 제조업체, 도매업체, 소매업체를 거쳐 최종 고객까지의 네트워크를 말한다.

이런 공급망 위기를 겪은 글로벌 기업은 이번 코로나 사태의 현대차 그룹만이 아니다. 도요타도 글로벌 공급망 '효율화'를 통해 세계 1위 자동차회사로 올라섰다가 바로 그 공급망 때문에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1995년 26개였던 도요타차의 해외 생산 공장은 2008년 말 총 52곳으로 정확히 두 배가 됐다. 원가 절감을 위해 해외 생산 차량에 들어갈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했지만 거래 업체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협력업체들에 대한 제어 능력에 누수가 생겼다. 즉, 과도한 글로벌 아웃소싱 과정에서 품질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출처: 동아일보

그뿐만이 아니다. 2011년에도 태국의 대규모 홍수로 세계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산업단지 7곳이 침수됐는데 여기에는 혼다, 도요타, 포드 자동차와 미쉐린 타이어 등 제조업체와 컴퓨터 관련 부품 공급업체들이 포함돼 있었다.

2000년 멕시코의 필립스 전자 공장 화재 직후 이 공장에서 마이크로칩을 공급받던 에릭슨이 업계 최하위로  떨어지는 등 예상치 못한 재해에 따른 공급망관리 실패 사례는 수없이 많다. 


" 왜 기업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

결국은 '돈'이다. 기업은 수익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공급망 내에 확보하려 한다. 그런데 '가끔' 발생하는 재난에 대비해서 재고를 일상적으로 보유하려면 상당히 큰 비용이 소요된다. 그래서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부품 등을 조달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설계한다.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굉장히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효율적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원가 절감만 생각하다 보면, 생산 효율화를 극도로 추구하면서 오히려 공급망 탄력성을 저하시키게 된다. 지난 30년간 진행된 급격한 세계화로 인해 공급망 범위가 넓어지면서 피해 범위도 넓어지고, 기업간 상호의존성이 커지면서 재해 등이 발생했을때의 피해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이 '리스크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파괴적 위험'에 대처하라!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 사이의 균형을 잡으면서 공급망을 관리해야 한다. 최근에는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한 기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원재료 발굴부터 완제품이 최종 고객에게 배송되기까지의 전 단계를 관리하는 공급망관리(SCM)가 중시 되고 있다.

한국 SCM학회장을 지낸 이영해 한양대 교수는 DBR 19호(2008년 10월 2호)에 실은 아티클 <구매단가보다 공급사슬 총비용 고려해야>에서 공급망 총비용을 고려하는 구매전략을 제시하며 "물류 비용 등을 포함한 공급망 총비용을 고려해 구매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필요한 물품을 수입하거나 해외 공장 이전을 통해 현지에서 물품을 조달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따라서 구매를 단순히 물품의 구매 비용만의 측면에서 볼 것이 아니라 구매와 관련한 공급망의 총비용 개념에서 봐야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저렴하게 품질 좋은 제품의 구매처를 찾았다 하더라도 물류비용이 이런 장점을 상쇄한다면 재고해야 한다. 또한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나 지진, 해일 등 예측하기 어려운 그러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닐 초프라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 등 연구진은 DBR 152호(2014년 5월 1호)에 실린 MIT Sloan Mangement Review 아티클 <거래 기업도 분할하고, 지역은 분산하고…공급망 파괴의 위험을 줄여라>에서 "공급망 관리에서 주목해야할 위험에는 '반복적인 위험'과 '파괴적인 위험'이 있다"며 "파괴적인 위험은 공급망 내에서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다른 부분으로 확산되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용 효율성만 생각하다보면 이런 위험에 대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급망에 발생하는 '파괴적 위험 '은 대개
관리자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초프라 교수 등은 "'파괴'는 대개 관리자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은 비용효율성을 낮춘다"며 비용 효율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동시에 파괴적 위험에 대처할 방법으로 다음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공급망 분할'이다. 규모가 큰 기업들은 이윤을 늘리고 공급망의 취약성을 낮추기 위해 공급망을 분할 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는 여러 공급자들로부터 제품을 조달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스페인의 글로벌 의류 기업 자라(Zara)는 바로 이 방식으로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분할하면 특정한 지역에서 발생한 '파괴 현상'이 공급망 전체에 미치는 여파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며 심지어 비용 감소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 152호

둘째는 '공급망의 지역적 분산'이다. 파괴의 여파를 억제하려면 하나의 공장에서 계획대로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사태의 영향이 해당 지역 밖으로 퍼져나가지 않도록 공급망을 여러 지역에 분산 배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은 이런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고, 그 결과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본을 덮친 2011년에 큰 대가를 치렀다는 게 연구진의 지적이다.

쓰나미로 폐허가 된 지역에 위치한 공장에서만 조달 가능한 부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자 전 세계의 자동차 공장이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 등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겪고 있는 위기와 겹쳐보이는 대목이다.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자원 집중도를 낮추고 파괴 가능성을 과대 평가해 위험을 줄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공급망에서 경쟁우위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파괴적 위험'에 대처하는 공급망 관리 방법을 적용하는 것에서 일이 끝나는 건 아니다. 이제 공급망 관리에서 경쟁우위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아보자.

미국 미시간 주립대 조셉 산도르 교수 등 연구진은 DBR 52호에 실린 MIT Sloan Management Review 아티클 <공급망 설계론: 결코, 비용 절감만 생각하면 안된다>에서 "지금 시대의 공급망은 다음의 여섯 가지 성과 달성 목표 중 한 가지에서 우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섯 가지 성과 달성 목표는 다음 <표>와 같다.

<표> 6가지 공급망 성과달성 목표

이번 현대차의 와이어링 하니스 사태는 회복력 부문에서 심각한 문제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공급망은 기업 상황에 따라 기본적으로 여섯 가지 성과를 모두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평균 이상으로 잘하려고 하면 '범재(凡才)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여러 성과를 추구하되 특정 성과를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때, 상호보완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성과들을 추구하면 자원과 실행력을 절약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력, 납기, 재고 등의 여유를 가져가면 위기 시 원상 복귀하는 데에 도움이 되어 회복력이 높아질 것이다.

기존의 낡은 구매 프로세스는 그대로 두고 각 업무 단계에서의 협소하고 소극적인 관점으로 혁신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공급망 전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 프로세스를 재편하는 공급망 혁신 마인드를 갖는 것이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인터비즈 조지윤 고승연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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