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서 먹는 강남역 햄버거 "이곳"이 잘되는 이유?

조회수 2020. 2. 18.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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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딜리버리, 새벽 배송 등 외식 산업에서도 e-커머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F&B의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공간이 갖는 이러한 의미는 e-커머스 시장이 대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매장들은 어떻게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미국 프리미엄 버거 쉐이크쉑(Shake shack)의 국내 진출 마케팅을 진행한 SPC 담당자의 글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자. ☞기사 전문을 읽고 싶다면

2016년 7월, 쉐이크쉑 한국 1호점이 문을 열자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강남점에는 전날 밤 10시부터 고객들이 줄을 늘어섰다. 한여름 폭염에도 아랑곳 없이 수 천명이 줄을 섰다. 당일만 그런 게 아니다. 오픈 이후 수 개월 동안 일평균 4000~5000명이 오랜 기다림을 감수하며 쉐이크쉑을 찾았다.

출처: 동아일보
오픈 첫 날 쉐이크쉑 강남점 앞에 줄을 선 사람들

쉐이크쉑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이유 중 하나는 '파인 캐주얼'*문화의 유행과 연결돼있다. 뉴욕에서 시작된 프리미엄 버거인 쉐이크쉑은 고급 스테이크에 들어가는 앵거스 비프를 그대로 패티로 다져 주문 즉시 철판에서 육즙 가득한 패티로 구워낸다. 셰프 주도로 메뉴를 구성하고 새로운 메뉴를 소개한다. 한국에서도 매년 오픈 기념일에 맞춰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오너 셰프, 미슐랭 1스타 '제로컴플렉스' 이충후 오너셰프 등과 협업해 한정판 버거 메뉴를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쉐이크쉑은 고급스러움과 실용적인 가치 사이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누군가는 국내에서의 쉐이크쉑 성공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미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SNS에 이미 '핫한' 곳으로 소문나 한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쉐이크쉑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비결은 성공적인 로컬라이제이션에 있다고 생각한다. 뉴욕의 맛과 품질을 그대로 구현하고, 쉐이크쉑 브랜드의 문화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면서도,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국내 시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한국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아날로그 감성 살려

가장 주안점을 뒀던 부분은 디지털 솔루션을 과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브랜드 본연의 아날로그적인 디자인 자산과 브랜드 정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쉐이크쉑은 레스토랑을 '쉑(Shack·판잣집)'이라고 부른다. 내부 공간도 여기에 맞게 오두막, 음식 카트 같은 정겨운 의미를 담아 지역 주민들이 가장 편하게 찾을 수 있게 꾸민다. 한국 매장 역시 야외 공원에 있는 듯한 나무 벤치의자를 설치하고 그와 연결되도록 나무와 마그넷으로 메뉴보드를 만드는 등 뉴욕 본점 매장의 감성을 그대로 살렸다.

출처: 쉐이크쉑 인스타그램
고객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메뉴판을 살펴보고 있다.

본점과 마찬가지고 코팅된 메뉴판을 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나눠주면서 메뉴를 설명하거나 간단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친근한 소통이 시작되도록 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질 때는 햇빛과 비를 피하기 위한 큰 우산을 나눠줬고, 시원한 물도 제공했다. 겨울에는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검은색 담요와 귀마개를 건네주었다. 오래 대기하는 고객들의 컨디션이 나빠질까 염려돼 남자 간호사를 고용하기도 했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마치 놀이동산에서 줄을 섰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매장 밖에서부터 메뉴를 고민하고, 매장 안으로 들어와 메뉴를 주문하고 음식을 즐기며 사진을 찍고 즐거워했다.

사진 찍고 싶은 환경 조성

출처: 쉐이크쉑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에서 '쉐이크쉑'과 '쉑쉑'으로 검색되는 게시물만 40만건에 이른다. Shakeshack으로 검색하면 100만개 이상의 결과가 나온다.

특히 쉐이크쉑은 SNS에 적극적인 국내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쉐이크쉑은 사람들이 스스로 공간과 버거 사진을 찍고 싶도록 인테리어와 오픈 주방의 활기를 연출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한다. 쉐이크쉑의 버거는 먹기 전부터 이미 눈으로도 맛있어 보인다. 양상추, 토마토, 고기패티, 치즈 등의 색감이 사진을 찍고 싶어지게 어우러져 예쁘게 쌓여 있다. 버거를 받아든 고객들은 너도나도 먹기 전에 사진을 찍고 자발적으로 포스팅을 올린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혜택이 없음에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다. 직원들은 고객들이 스스로 찍고 싶은 것을 연출하고, 찍고 싶은 환경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고객 스스로 체감하고 공감한 브랜드 경험을 온전히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게끔 만든 것이다.

매장 내 사소한 부분이 브랜드 이미지 결정할 수도

고객은 공간의 물리적 증거(Physical evidence)에 민감하다. 물리적 증거는 고객이 물리적으로 보고, 듣고, 만지고 하는 모든 요소로, 매장 간판이나 입구 사이니지, 팸플릿, 인테리어, 택배 포장, 모바일 앱 디자인 등 모든 물리적인 접촉 요소를 말한다.



1호점 오픈 이후 쏟아진 다양한 후기 중 '화장실에 비치된 다이슨 핸드 드라이어가 좋다'는 평이 기억에 남는다. 그 핸드 드라이어로 손을 말리면 손이 잘 마르고 금세 보송보송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다는 내용이었다. 당시에는 다이슨 헤어드라이어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기 전이어서 다이슨이 지금보다 덜 알려졌을 때였는데, 그 고객은 화장실에 달린 핸드 드라이어 하나로 브랜드 전체를 좋게 기억해주었다.



*'파인 캐주얼'은 셰프(chef) 주도의 파인 다이닝 고급 외식 품질에 간편한 서비스와 합리적인 가격 포지셔닝을 더한 개념. 미국에서 십 년 앞서 시작되었고, 국내엔 최근 몇 년 사이 파인 다이닝, 미슐랭가이드, 셰프 중심 외식 문화 등을 통해 확산되는 추세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90호

필자 최연미 SPC삼립 신사업부문 마케팅 팀장

인터비즈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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