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의 잠재력 맹신주의로 운명이 달라진 "두 선수"는?

조회수 2020. 2. 25. 16: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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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요즘 국내 주요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자주 꺼내는 말이 있다고 한다. "스펙이 아닌 잠재력을 보고 인재를 채용할 것이다." 이는 출신학교나 토익 점수와 같이 학벌과 스펙에 초점을 두던 기존 인사 방식이 여러 부작용을 낳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충분히 납득이 가는 취지임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당장 잠재력을 측정할 뚜렷한 기준조차 마련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잠재력에 초점을 두고 선수 선발을 해오던 스포츠계에서는 이에 반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DBR 274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잠재력 위주의 선발이 지닌 한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원문 기사 더보기(링크)

NBA에 만연한 잠재력 위주 선발

출처: DBR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NBA 팀은 B선수보다 A선수를 선호한다. B가 평균 득점이나 어시스트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앞서는데도 그렇다. A가 더 나은 점수를 받은 부분은 운동 능력(리바운드). 여기에 나이가 어리고 키가 크다는, 스포츠계에서는 잠재력이라 평가하는 기준들이 A를 더 돋보이게 했다. 실제 NBA 드래프트에서도 A는 B보다 높은 순위로 지명됐다.


해마다 30명의 백만장자가 탄생하는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수의 가치를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이 바로 잠재력이다. 잠재력에 꽂힌 구단은 선수들에게 자원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NBA에서 잠재력은 부르는 게 값인 최고의 자질. 그런데 최근 NBA에 퍼져 있는 이러한 잠재력 맹신주의가 구단이 좋은 선수를 놓칠 뿐 아니라 리그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커진다.

앞서 설명한 A는 샬럿 밥캐츠의 마이클 키드-길크리스이고 B는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에이스 데미안 릴라드이다. 릴라드는 2013년 데뷔때부터 맹활약 하며 신인왕에 올라 지금까지도 포틀랜드의 슈퍼스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반면, 길크리스트는 약체 샬럿 밥캐츠에서도 비주전으로 뛰다가 최근 계약해지를 당하기도 했다(2020년 2월 11일 기준)

잠재력 과신의 부작용

잠재력 과신의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A선수가 B선수보다 잠재력이 높다고 얘기할 때는 보통 A의 현 기량이 B에 못 미친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평범한 사람들 간의 비교라면 모를까, 특히 NBA 드래프트에 참가할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 간의 경쟁에서 현재 기량이 뒤떨어져 있는 선수가 기량이 앞서는 선수를 '잠재력을 발휘해' 따라잡고 뛰어넘는다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잠재력이란 말의 의미와 평가 기준도 애매모호하다. 잠재력이 높은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 스포츠계에서는 나이가 어릴수록 잠재력이 더 크다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서류상 나이와 신체 나이는 다를 수 있다. 사람마다 신체가 성숙하는 속도가 다르고 정신 연령도 다르기 때문이다. 신체조건이나 운동능력도 마찬가지. NBA 선수 300명을 대상으로 한 막슬리와 타운의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키, 팔 길이, 수직 점프력, 민첩성 등의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은 신인 드래프트 순위와 상관관계가 있지만 리그 데뷔 후 팀 승리 기여도와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한계가 있음에도 잠재력 위주의 선수 선발을 하게 되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구단 입장에선 더 잘하는 선수를 놔두고 엉뚱한 선수에게 수백만 달러를 낭비하니 재정과 팀 전력에 악영향을 받는다. 프로 선수로 뛰기엔 정신적, 사회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너무 어린 선수가 NBA에 진입하는 것도 논란거리. 이들이 치열한 경쟁의 무대에서 시련을 겪다가 폭력, 마약남용 등 다양한 사고에 휘말리게 된다는 비판이다. 타고난 재능이 노력보다 중요하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확산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잠재력 과신은 인지적 오류일 뿐

롯데 스펙태클 채용 공고 이미지 (스펙 아닌 사람 중심 채용), 공기업들의 잠재력 중심 평가 강화한다는 헤드라인

잠재력이 과잉 대접받는 것은 스포츠계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공동연구팀이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포츠, 기업경영, 엔터테인먼트 등 연구에 포함된 모든 분야에서 잠재력을 기존 성취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력 선호 경향은 기업 채용, 승진, 연봉, 광고 선택, 음식점 방문 의도 등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잠재력 선호 현상은 인간의 인지적 오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잠재력은 불확실성이 높고 모호하다. 사람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성취보다는 드러나지 않은 잠재력에 더 호기심을 느끼고 관심을 갖는다. 성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사람을 더 높게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는 한다.


아직 발현되지 않은 잠정적 미래 직무 역량과 적성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앞으로 잘할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잠재력 평가는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채용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 쌓으라는 스펙을 다 쌓고 취업에 실패한 취업준비생들의 입장은 또 어떨까. 죽도록 노력해서 필요하다는 능력을 갖춰 놓았더니 잠재력이 부족해서 자격 미달이란 판정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이보다 기운 빠지고 막막한 일이 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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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인재평가 방식의 무게중심을 IQ, EQ와 같은 수치화된 '지능(intelligence)에서 업무역량을 배울 만한 '잠재력'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잠재력 중심 평가의 오류를 경고하는 윗 글 필자와는 상반된 견해다. 잠재력 위주의 평가 방식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견지할 수 있을 것 같아 관련 콘텐츠의 링크를 달아본다.



<IQ, EQ 높다고 우수 인재일까?21세기가 원하는 인재는 따로 있다> 링크 더보기 https://blog.naver.com/businessinsight/221204133088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74호

필자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인터비즈 박소영 김재형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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