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치즈케이크? 국내 베이커리 두 브랜드, "특허전쟁"

조회수 2020. 2. 25. 16: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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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기업들 대부분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 기술 특허를 가장 중시하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것도 있다. 바로 디자인 특허다. 2015년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특허괴물'로 불리는 지식재산관리회사(NPEs)들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특허 침해 관련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2016년 '국내 지식재산권 분쟁 실태 보고'는 중소·벤처기업의 과반 이상이 이같은 분쟁이 낳는 가장 큰 피해로 매출 감소를 꼽았다. 디자인 특허가 한 회사의 '중요 재산'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DBR 116호 내용을 바탕으로 디자인 특허의 기본 개념과, 그 침해를 둘러싼 역사적 공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원문 기사 더보기(링크)

158년 전부터 인정받아 온 '디자인 특허'

디자인 특허는 외관, 인터페이스, 색이나 모양 그래픽 등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요소의 창의성과 고유성을 보호하는 지적재산법을 구성하는 주요 부분 가운데 하나다. 역사는 150년도 넘었다. 미국서 조지 브루스가 고안한 글자체에 최초로 디자인 특허가 인정된 건 1842년이다. 디자인 특허는 상표권(trademark)이나 저작권(copyright)과 달리 물건의 외적 형태에 적용되고, 반드시 기능성이 있는 물건에 적용된다.



소비자들은 많은 제품들 중에 자신에게 꼭 맞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이들이 구매하는 것은 ‘제품’자체만은 아니다. "기술의 발달로 기업의 기술 격차는 점차 줄어, 기술력만으로 소비자를 설득시키기란 쉽지 않아졌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있다 (‘소비자에게 제품 디자인이란 어떤 의미인가’, 성영신, 2009) 디자인이 제품 차별화를 위한 중요한 전략일 수 밖에 없다.

그건 어떻게 구별하는 건데?

출처: 쿨이너프스튜디오
두 헤어밴드를 보고 다른 회사에서 나온 디자인이라 볼 수 있는가?

토기모양의 세안용 밴드를 두고 화장품 유명 기업과 한 디자인 회사가 법적 공방을 벌였다. 디자인권 논쟁의 주인공은 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쿨이너프스튜디오(이하 쿨이너프)의 헤어밴드 제품 ‘더 밴드’다. 디자인 표절 의혹을 처음 제기한 쿨이너프 대표는 닥터자르트 판촉행사품 디자인이 ‘더밴드’와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쿨이너프가 2016년에 획득한 특허청의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쿨이너프는 닥터자르트와 올리브영 측에 ‘디자인권 침해’와 관련된 공식 사과와 제품 철수를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두 디자인이 전체적으로 서로 유사하다 판단하여 닥터자르트 판촉제품의 디자인권을 무효로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소송이 진행되는동안 일부 소비자들의 닥터자르트 불매운동이 펼쳐졌다. 디자인을 베꼈다는 사실 자체가 브랜드 신뢰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디자인 특허 침해 여부는 인증받은 디자인과 정확히 같진 않아도 ‘상당히 비슷한지’를 증명할 수 있는가에서 판가름 난다.예전에는 디자인특허 침해를 판단하기 위한 두 가지 사항을 체크해 지금보다 판결이 까다로웠다. 그 첫 번째 조항은 일반관찰자 테스트다. 두 번째는 신규성 항목 테스트였다.


일반관찰자 테스트란 일반인의 눈에서 전체적 외관과 느낌이 비슷한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신규성 항목 테스트란 특허 디자인의 독특한 요소를 베꼈는지 보는 것이다. 두 테스트 중 특히 신규성 항목 테스트는 상당히 까다롭다. 디자인 특허의 ‘독특한 요소’가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디자인임을 증명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해당 디자인특허가 갖고 있는 특징이 기존에 존재한 것보다 사소하지 않은 변화가 있음을 보여야 한다. 디자인의 속성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2008년 9월, 손톱 연마기 디자인을 놓고 벌어진 법적 분쟁을 계기로 특허 보유자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 일반관찰자 테스트만 충족해도 특허 침해 성립이 가능해졌다. 덩달아 디자인특허 분쟁에서 소비자의 시각적 인지는 더욱 중요해졌다. 신규성 항목 테스트가 없어지진 않았으나 일반관찰자 테스트에 흡수되어 그 비중이 낮아졌다.또, 더 이상 글로 된 설명 없이도 시각적 표현만 보여주는것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특허를 가진 개인이나 회사는 특허 침해 성립을 증명하는 부담과 어려움이 현저히 줄었다.

글로벌 기업의 생사를 흔드는 디자인특허

이러한 디자인 분쟁은 오래전부터 한 국가 내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디자인특허 소송은 국경을 넘어서도 진행된다. 2006년 6월에 공개된 중국기업 훙장(Hong Zhang)의 유아용 의자는 노르웨이의 Stokke AS(이하 스토케)의 1983년 제품 디자인과 동일하다는 이유로 등록의 무효 처리를 요구받았다. 사실, 직선 위주로 이루어진 스토케 디자인과 비교할 때 곡선으로 이루어진 Hong Zhang의 디자인은 서로 다르다고 여길 수 있었다.


하지만 스토케의 의자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팔리고 있었다. 해당 산업 내 최초로 시행돼 오래 유지된 디자인은 그 창의성과 독창성을 인정받는다. 즉, 권리 범위를 더 넓게 보호 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국 기업보다 23년 먼저(1983년) 덴마크 특허청에 등록한 스토케 디자인은 Hong Zhang과의 분쟁에서 이겼다.


한 번 이렇게 법적 공방을 시작하면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년까지 이어진다. 제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어도 시간과 돈을 들여 디자인특허소송을 진행하다보면 소비자의 마음 역시 하나 둘 떠나버린다. 오랜기간 공들인 탑이 디자인 특허로 인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매년 ‘특허전쟁’이라 불리는 소송이 꾸준히 발생했다. 국내 사례 중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은 사건도 있었다. 바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법적공방이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케이크용 포장케이스 디자인으로 디자인 특허 소송을 벌였다. 2009년 11월 파리바게뜨가 경쟁브랜드인 뚜레쥬르의 케이크용 포장케이스를 보고 등록디자인과 유사하다며 심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뚜레쥬르는 이 디자인을 무효로 해달라는 심판을 2010년에 청구하여 반격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기본 디자인뿐 아니라 관련 디자인 4가지를 추가적으로 등록해놨기에 뚜레쥬르 입장에서는 심리적 부담이 상당했다.

출처: 파리바게뜨, 통계청
디자인특허 분쟁을 일으킨 케이크 포장용기

뚜레쥬르는 이 위기를 벗어날 방도를 찾았다. 등록디자인의 출원일 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이미 디자인이 게재되어 있던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의 디자인 등록 3일 전, 이미 세상에 알려진 디자인은 새로운 디자인이 아니기 때문에 등록되있더라도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 이 주장에 파리바게뜨는 아무런 답변을 제출하지 않았고, 파리바게뜨의 등록 디자인은 무효가 됐다. 이 사례로 제품을 출시 또는 홍보하기 전에 디자인을 출원하는 순서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 역시 널리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 되려면… 디자인 특허를 잡아라

그렇다면 디자인 특허는 기업 생존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길 수 있다. 소비자의 의미부여는 문화적, 사회적, 경험적 요소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시 분쟁 소지를 피하기 위해 무엇을 조심해야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글로벌 소비자의 긍정적 인식을 위해 디자인특허를 섬세히 살피고 심층적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선진 디자인을 무턱대고 벤치마킹하려는 접근은 절대 글로벌화 할 수 없다.실패를 두려워하고 단기적 결과에 집중하는 기업은 벤치마킹이나 베끼는 식의 전략을 택해왔다. 이런 전략은 새로운 시장의 실패 위험을 줄이고 급성장을 가능케 할 순 있으나 시장을 리드할 순 없다. 이제는 위험이 따르더라도 과감한 혁신으로 승부를 걸어야한다. 이런 과감한 혁신은 전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마술과 같은 것이 아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개별기술도 창의적이고 통합적으로 조합되면 소비자의 눈에 과감한 혁신으로 인지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디자인 특허가 브랜드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재산임을 알아야한다는 점이다.디자인 특허의 존중과 활용은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브랜드 입지를 강화할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많은 기업이 과학적∙기술적 특허를 디자인 특허보다 중시한다. 하지만 고유하게 개발한 상품과 디자인에 대한 특허는 마켓 포지션을 유리하게 만든다. 경쟁시장에서의 승리를 위한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16호

필자 파슨스대 전략 디자인 경영학과 교수 에린 조

인터비즈 윤현종 조정현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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