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대디 지갑 연, 4만8천대 판매기록의 "가성비 SUV"에 브레이크 걸렸다?

조회수 2020. 2. 26.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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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미국에서 꼽은 2020 최고의 자동차, 팰리세이드.


팰리세이드는 미국의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 ‘카스닷컴’이 꼽은 최고의 자동차에 이름을 올리며 SUV차량 중 최우수 차량으로 선정됐다. 막강한 동급모델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은 팰리세이드는 2019년 11월 누적 국내시장에서 4만 8061대가 팔렸다. 경기불황과 공유경제 확산으로 차량 수요가 줄어도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대박을 터트렸다. 하지만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결함이나 제품에 대한 불만사항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DBR 287호를 참고해 팰리세이드가 고공행진할 수 있던 이유와 출시 1년이 넘은 지금의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도록 한다. ☞팰리세이드가 궁금하다면? 원문기사를 참고하세요.

밀레니얼 대디를 사로잡은 가성비 SUV

출처: 현대차 공식홈페이지
펠리세이드 외관

2018년 12월, 현대차가 국내에서 가장 큰 SUV모델을 선보였다. 출시되자마자 대기 물량만 3만 5000대에 달했다. 주문 뒤 10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왔던 현대차 SUV차량 팰리세이드는 출시 1년이 지난 지금,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았다. 과거 독일이 군용차로 사용하기 위해 산이나 사막 등 악조건에서도 튼튼하게 전장을 누빌 수 있도록 만든 차량이 SUV다. 싼타페와 투싼 등 준중형 SUV출시를 통해 노하우를 쌓은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제작 시 가격과 기능을 모두 갖춰 ‘가성비’를 높였다.


팰리세이드에 소비자들이 가장 열광한 포인트는 크게 두가지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여유로운 공간을 꼽을 수 있다. 팰리세이드의 차량 길이는 약 5m로 최대 8인까지 탈 수 있다. 현대차가 보유한 SUV중 가장 크다. 2015년 개발 당시 한국과 미국의 사전 조사를 통해 공간이 넓은 대형 SUV를 원하는 ‘밀레니얼 대디'를 발견했다. 밀레니얼 대디는 1980년, 1990년대 태어난, 30대부터 40대 초반까지의 젊은 아빠들을 지칭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삶의 질 향상과 자신의 행복이다. 육아도 적극적이라 쉬는 날 아이를 데리고 놀러다닌다. 즉, 골프백, 캠핑장비 등 여가활동에 필요한 도구를 충분히 넣을 수 있으면서 가족을 모두 태워도 비좁지 않은 차량을 원하는 것이다.


그들의 니즈에 충족하도록 현대차 팰리세이드 개발팀은 적재 용량에 신경 쓰면서 특히 더 많은 가족이 탈 경우를 대비해 차량을 설계했다. 펠리세이드는 3열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화물 적재 용량이 1297리터, 2열까지 접으면 최대 2447리터가 된다. 아내와 아이들을 태우고 각종 여가활동 도구를 넣어도 넉넉할 정도로 넓다. 좌석을 접는 것도 버튼 하나로 가능하도록 설계해 승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승차감이 가장 나쁜 자리 3열 좌석까지도 편히 앉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고 컵 받침대나 스마트 기기 충전 포트도 수를 늘렸다.

큰 공간과 동시에 소비자들이 팰리세이드를 선호한 두번째 이유는 가격이다. 차량이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턱없이 높으면 소비자의 지갑은 열리지 않는다. 팰리세이드의 가격은 3540만원~4408만원(2019년 10월기준)으로 책정됐다. 경쟁 차종이 5400만원대를 넘는 가격을 고려하면 가장 높은 가격도 1500만원 가량이 저렴하다. 모든 선택 사양을 다 담아도 가격은 4900만원 안팎으로 5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팰리세이드 가격은 SUV애호가들에게 착한 가격의 '끝판왕'으로 불렸다. 미국에서도 가격 범위가 비슷하다.


현대차는 어떻게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 있는걸까. 우선 엔진을 기존 제품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엔진은 차량 부품 중 가장 높은 가격 비중을 차지한다. 신차를 위해 새로 엔진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팰리세이드는 2.2ℓ디젤 엔진을 동생 격인 싼타페와 공유한다. 3.8ℓ가솔린 엔진도 기존 브랜드에 장착된 제품을 사용하고 사륜구동 및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자체 기술로 해결해 추가비용이 들지않는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던 것이다.

소비자 마음을 움직인 스토리와 포지셔닝

팰리세이드가 소비자에게 어필한 강력한 장점과 함께 그들의 제품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줄 스토리도 한몫했다. 팰리세이드라는 이름은 제품의 스토리를 입혀 소비자에게 비치는 첫인상이었다. 사실 현대차는 2000년 산타페를 처음 출시한 후 줄곧 SUV차량의 명칭을 미국 지역에서 가져왔다. 특히 팰리세이드는 다른 모델보다 더 특별한 스토리를 담고자 했다. SUV의 실용성과 고급스러움. 이 두 가지 특점을 함께 잡아 선택한 지역이 바로 ‘퍼시픽 팰리세이즈’였다.


퍼시픽 팰리세이즈(Pacific Palisades)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산맥을 끼고 자리잡은 고급 주택지구다. 절벽아래로 보이는 태평양과 바다에서 시원하게 파도를 타는 서핑족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유명 건축가들이 1950, 1960년대에 실용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주택을 대거 지으며 대형 공원과 자전거 도로, 고급골프장까지 들어섰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기고픈 현대인의 욕구를 그대로 반영한 지역으로 유명해졌다. 현대차는 이러한 특성에 주목해 고급스럽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실용적이지만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고객을 나타내는 이름으로 정했다.

또한 팰리세이드는 3040세대가 좋아할 만한 포지셔닝을 취했다. 팰리세이드의 TVC광고 <로켓편>을 보면 밀레니얼 대디가 등장한다. 아이와 함께 로켓발사 장면을 본다. 차 안에서 자유롭게 놀다 잠든 아이와 로켓을 보며 어릴 적 꿈을 다시 떠올리는 아빠의 모습은 밀레니얼 대디가 가족과 공유하는 감정이 따뜻하게 전달된다. <공룡편> 역시 어릴적 좋아하던 공룡의 흔적을 보러 험난한 길을 함께하는 팰리세이드를 역동적으로 그린다. 패밀리카로도, 개인으로도 만족스러운 차로 포지셔닝한 스토리는 팰리세이드 이미지 형성에 큰 기여를 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

하지만 팰리세이드의 오르막 행진은 브레이크가 걸리는 사건도 있었다. 작년 12월, 비탈길을 내려가던 팰리세이드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러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아이가 타고 있던 차 사고였기 때문에 가족적인 차로 알려진 팰리세이드에는 이미지타격이 심했다. 이를 계기로 각종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 등을 통해 팰리세이드의 결함과 관련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특히 자동차 업계와 일부 자동차인터넷카페에 올라온 크고 작은 문제들은 고객과 전문가에게도 실망감을 안겼다. 차량 송풍구에서 인체에 유해한 가루가 흘러나온다는 제보나 부품 불량과 관련된 지적은 계속됐다. 현대차는 이 가운데 주행 중 소음을 '결함'으로 인정했다. 회사는 올해 1월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대차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제품을 만들어냈고, 신경 쓴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팰리세이드의 행보에 대한 우려 역시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잘 나가던' 팰리세이드는 잠시 브레이크를 밟는 것일까. 아예 시동을 끄게 될까. 현재 발견된 결함의 해결 여부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87호

필자 동아일보 산업1부 기자 지민구

인터비즈 조정현 윤현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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