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댓글 한마디로 공지영 태도 180도 바꾼 이 "여자 연예인"

조회수 2020. 2. 27.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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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물건을 팔 때, 연봉 협상을 할 때, 상사나 고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할 때, 이직 인터뷰를 할 때. 어떻게 하면 상대를 잘 설득해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설득과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 <설득의 심리학>을 쓴 로버트 치알디니 석좌교수는 6가지 원칙을 알면 설득이 좀 더 쉬워진다고 말한다. ☞DBR 214호에서 기사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메시지보다 중요한 맥락

치알디니 교수는 설득의 비밀을 익숙한 과학 실험에 비유해 설명한다. 세 개의 양동이에 각각 찬물과 뜨거운 물, 상온의 물을 담는다. 왼손은 찬물에, 오른손은 뜨거운 물에 넣은 뒤 30초쯤 흐른 후 동시에 빼서 가운데 상온에 담근다. 두 손이 느낀 온도가 같을까? 아니다. 찬물에 있던 손은 실제 온도보다 뜨겁게 느껴지고, 뜨거운 물에 있던 손은 더 차갑게 느껴진다.

가운데 양동이가 우리의 요청 즉, 설득 메시지다. 예산을 더 배정해달라는 메시지든, 인원을 더 달라는 메시지든. 같은 요청이라도 상대방(설득 대상)이 이전에 어떤 경험을 했는가에 따라 180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그는 2015년 발표한 책 <초전설득(Pre-suation)>을 통해 설득 메시지를 전달하기 이전에(pre) 미리 설득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맥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 바 있다. (차일디니 교수 인터뷰가 궁금하다면 '설득은 영업기술이 아닌 영향력의 과학'참고)

로버트 차일디니 교수

설득의 기술은 일상 생활에서 널리 활용된다. 2013년 7월 소설가 공지영과 배우 클라라 사이에 오간 트위터 메시지에서 이 같은 설득의 기술을 엿볼 수 있다.


공지영은 트위터에 "솔직히 여자 연예인들의 경쟁적 노출, 성형 등을 보고 있으면 여자들의 구직난이 바로 떠오른다. 먹고살 길이 정말 없는 듯하다. 이제는 연예인뿐 아니라 TV나 매체에 나오는 모든 여성들도 그 경쟁대열에ㅜㅜ"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클라라는 "제게 관심은 직장인 월급과 같고, 무관심은 퇴직을 의미해요. 월급을 받아야 살 수 있는 것. 하지만 월급이 삶의 목표가 아니듯 제 목표도 관심이 아니에요. 훌륭한 연기자가 되는 것이에요."라고 답글을 달았다.


이 내용이 보도를 통해 확산되자 공지영은 "별게 다 기사가 된다"며 "클라라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또 다시 트윗을 했다. 클라라 입장에선 자신을 모른단 얘기에 섭섭했을 법하지만, 그는 오히려 공지영에게 호감을 표했다. '봉순언니' 때문에 울고 '도가니' 때문에 공분했다며 공지영의 작품들을 칭찬한 것. 그러자 바로 공지영의 태도 역시 달라졌다. 클라라가 공지영의 작품을 칭찬하며 대화의 방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꾼 것이다. '호감'을 느끼도록 맥락을 형성하는 것은 <설득의 심리학>에 나오는 설득의 6가지 원칙 중 하나다. 그렇다면 나머지 다섯 가지 원칙은 무엇이며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설득의 맥락을 만드는 6가지 원칙

1. 상호성(reciprocity)의 원칙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누군가 나의 결혼식에 와준 사람이 결혼 청첩장을 보내면 가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바로 ‘상호성’이다. 하지만 이는 남이 내게 해준 대로 해주라는 뜻이 아니다. 상호성을 비즈니스의 맥락에서 깊이 연구한 또 하나의 책이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교수가 지은 <기브앤테이크>다. 제목이 보여주듯 먼저 주어야 받게 된다는 뜻이다.


타 부서에서 협조 요청을 할 때 오만상을 찌푸리고 이유를 대다가 결국에는 마지못해 도와주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는 상호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요청을 다 도와주면 안 된다.어차피 도와줄 것이라면 특별한 도움이라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며 흔쾌히 도와주는 게 좋다. 그래야 다음에 내가 그들의 도움이나 동의를 필요로 할 때 큰 힘이 될 수 있다. 영향력을 제대로 쓰는 사람들은 어떤 정보를 알게 되면 이 정보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알려주기도 하는데, 이는 작은 시간과 관심의 투자로 자신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2. 호감(liking)의 원칙



자신의 장점을 알아주고 공개적으로 칭찬하면서 호감을 보이는 사람의 요청을 거절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호감의 원칙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평소 다른 사람에게서 장점을 발견하려 노력하고 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진심 어린 칭찬을 통해 호감의 맥락을 미리 형성해 놓는다.


3. 사회적 증거(social proof)의 원칙



사람들은 선택을 할 때 주변을 둘러보기 마련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하려는 선택을 했는지, 혹은 나와 유사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렇기 때문에 영화나 책을 판매할 때 “천만 관객이 본…” “백만 권이 팔린…”과 같은 홍보 문구가 자주 등장하며 또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 한 권을 구매하면 “이 책을 구매한 분들이 함께 구매한 책입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또 다른 책들이 추천되는 것 역시 사회적 증거를 활용한 것이다.우리는 누군가를 설득하기 이전에 내가 설득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상대방과 유사한 상황에 있거나 혹은 다수의 타인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전달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4.권위(authority)의 원칙



왜 동네 병원에 가면 의사들의 학위가 걸려 있고, 언론에 나온 기사가 스크랩돼 있으며, 경력이 화려하게 소개될까? 수평적 조직을 만들기 위해 직책을 없앤 기업에서 왜 직원들은 외부와 함께 일하는 데 힘들다고 말할까? 직책이나 학위 등이 사람들에게 권위로 작용하고 설득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포인트를 치알디니 박사는 설명한다. 바로 ‘신뢰받는 권위’다.


신뢰는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신뢰는 장점보다는 단점을 설명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도미노피자는 2009년 말 ‘피자 턴어라운드(Pizza Turnaround)’라는 담대한 캠페인을 실시한다. “대량 생산에, 지겹고, 별 볼일 없는 피자!” “피자는 마분지 수준…” “냉동 피자가 훨씬 더 낫다!”와 같은 소비자들이 포커스그룹 인터뷰에서 쏟아낸 불만을 그대로 자신들의 광고 캠페인 동영상에서 보여준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점을 인정한 뒤 이를 개선할 것을 약속했고, 이로 인해 주가와 매출 등에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위기를 극복했다.


5. 희귀성(scarcity)의 원칙



지난 2010년 법정스님이 입적하면서 더 이상 책을 출판하지 말라고 하자 국내 베스트셀러 상위 20위에 스님의 책 11권이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스님의 대표 저서인 <무소유> 1993년판은 인터넷 경매에서 원가인 1500원의 700배가 넘는 110만 5000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싸구려 볼펜으로 유명한 모나미는 2014년 ‘153볼펜 발매 50주년’을 기념해 한정판으로 무려 2만 원짜리 볼펜을 1만 개 제작했는데 이는 쇼핑몰이 마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희귀성을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식은 ‘손실 프레이밍(loss framing)’을 활용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민감하다. 설득할 때 응하지 않을 경우 손실이라는 인식을 주면 상대방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출처: 동아일보

6. 일관성(consistency)의 원칙



사람들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나면 그것과 일관된 특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경쟁 제품을 처방하고 있는 의사에게 가서 “선생님 왜 저희 것이 아니라 경쟁품을 선호하시는지요?”라고 묻는 것은 자기 발등을 찍는 질문이다. 의사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경쟁품의 장점을 떠올리게 되며 그리고 나면 브랜드 스위치는 더 힘들어지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선생님, 그 제품을 사용하시면서 혹시 아쉬웠거나 좀 더 개선됐으면 하는 점은 없으십니까?”라고 물은 뒤 의사의 답변과 자신이 판매하려는 제품의 장점을 연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비윤리적 설득은 힘이 없다

치알디니 박사는 <초전설득>에서 여섯 가지 원칙 외에 하나를 추가하는데 이는 일치(unity)다. 그는 이를 단순히 유사성이라기보다는 공유된 정체성(shared identities)이라 정의한다. 가족은 가장 대표적인 일치의 예다. 워런 버핏은 2015년 버크셔해서웨이를 이끈지 50주년 되는 해를 맞아 주주들에게 편지를 쓰며 '신의 한수'에 해당하는 문구를 적었다. "만약 나의 가족들이 오늘 내게 버크셔해서웨이의 미래를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가족의 언어를 써서 주주들이나 자신의 가족들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설득력을 높였다.


정리해보자면, 설득의 성공은 요청하는 메시지에 들어있지 않다. 그 정도는 경쟁자들도 모두 신경 쓴다. 설득의 성공 여부는 요청을 하기 이전에 무엇을 하느냐. 그리고 무엇을 말하느냐에 달려있다. 설득 전(前) 설득(pre-suasion)이 최고의 설득(persuasion)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소셜미디어로 연결된 시대에 비윤리적인 설득, 쉽게 말해 사기를 치기 위해 설득의 원칙을 활용하는 것은 한 번은 먹힐지 몰라도 두 번은 쓰기 힘들며 경력과 실적에 큰 흠집을 내게 된다. 내가 설득을 한 대상이 나의 요청에 동의한 후 "당했다"라고 느끼게 되면 상대가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고 이는 점차 본인의 평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이는 설득력을 급격히 저하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14호

필자 김호 더 랩에이치 대표

인터비즈 김정관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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