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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명의 140만 문제"를 풀어준다, 과외 알바 출신 대표가 만든 이 회사

조회수 2020. 2. 29.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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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요, (대표님) 불러드릴게요!”



탁구를 치던 직원 한 명이 사무실로 들어갔다. 막간의 여유를 방해한 것 아닌가 싶어 머쓱했다. 엘리베이터 내리자마자 눈에 띈 회사 입구. 리셉션 데스크가 있을 법한 그 공간은 ‘손님’이 아닌 구성원을 위해 쓰이고 있었다. 초중고 학생을 위한 공부 앱 콴다를 개발한 매스프레소의 첫인상은 ‘전형적인’ 요즘 스타트업이었다.

출처: 인터비즈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매스프레소 사무실 모습

"그러나 콴다의 '서비스'는 전형적이지 않다."

‘질문과 답변’을 뜻하는 Q&A(큐앤드에이)를 발음대로 이어 붙인 이름(콴다) 속에 사실상 회사 미션이 모두 담겼다. 모르는 문제는 실시간으로 답과 풀이를 알려준다. 여기서 ‘실시간’은 짧게는 5초, 길어야 평균 5분이다. 옆에 앉은 ‘과외 쌤’도 잘 모르는 문제를 인공지능(AI), 또는 더 나은 명문대 선생님 2만여 명이 해결한다. 학부모도, 선생도 여기서 답을 구한다.


학생들이 소셜미디어에 “(수학)정석 대신 콴다”로 부른다는 게 사실이냐고 물어봤다.



“저희가 어제(12일) 기준으로 한국서 받은 질문(문제)만 140만 개입니다” 이용재 콴다 공동대표가 에둘러 답했다. 하룻동안 140만 문제를 물어 본 사용자(학생) 수는 30만 명이다. 이 대표 언급 중에 ‘한국에서’가 중요하다. 콴다는 일본-베트남-싱가포르 시장도 석권했다. 소프트뱅크, 삼성, 미래에셋, 메가스터디 등이 주요 투자자다.

‘과외 알바들’의 흔한 티타임.."즉문즉답" 떠올리다

콴다의 이용재 대표(전략-제품 담당)와 이종흔 대표(재무-전략 담당)는 인천 과학고 동창이다. 대학 진학 후에도 3개월에 한 번 꼴로 종종 보던 둘은 커피를 마시다 수학 문제풀이 앱을 생각해냈다. 2015년 1월이었다.


“그 때 어떻게 보면 과외를 많이 하고 강사 일도 하다 보니까. 학생들이 카톡으로 질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이 과외 선생님한테 물어봐야 하잖아요. 근데 이게 항상 답변을 해줄 수 있진 않아요. 왜냐면 (제가) 학교 수업 중일 수도 있고, 이동 중 일수도 있고. 근데 이 친구 입장에서는 되게 급한거에요. 내가 오늘 당장 이걸 지금 해야 하는 상황인데, ‘내일 답변해줄게’ 하면 의미가 없는 거예요. 이 학생한테.” 


과외 알바를 하며 빠르면서도 정확한 문제 풀이의 중요성을 체감한 둘은 의기투합했다. 처음엔 단순한 플랫폼이었다. 둘은 명문대 재학 중인 다른 ‘쌤’들과 함께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아 즉시 답하는 앱을 만들었다. 2016년 1월이었다. 앱 개발도, 법인 세우는 방법도 잘 몰랐지만 모든 것을 배워가며 시작했다. ‘즉문즉답’이란 모토 하나는 확실했다.

출처: 인터비즈
인터뷰에 답하고 있는 이용재 매스프레소 공동대표

“서비스를 내놨는데 학생들이 쓰기는 쓰더라구요. 학생들한테 ‘우리 앱을 왜 쓰냐’고 물어봤어요. 빨리 답이 와서 쓴대요. 명문대 선생님이 최대한 빨리 답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서비스 초기. 모든 ‘답변’은 오롯이 창업자들, 즉 사람의 몫이었다. 특히 앱 출시 한두 달 전 테스트 기간이 힘들었다. 밥 먹으러 갈 때도 펜이랑 노트를 들고 다녔다. 밥 먹다 시범 사용자(학생들)의 문제가 올라오면 내려놓고 문제 푸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주말에는 당번을 두고 일했다.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두 시까지는 누구. 오후 두 시부터 밤까지는 누구. 이런 식으로 그 사람이 무조건 20분 안에 풀어줘야 해요. 그렇게 했었죠.” 이용재 대표가 말했다.

출처: 매스프레소 제공
콴다의 AI검색 서비스 화면

10문제 중 8개 풀이는 AI가 먼저

‘머리 좋은 선생님들이 모인 플랫폼’이던 콴다는 2017년 인공지능이 문제를 읽고 풀이를 검색해 주는 기능을 내놨다. 국내 최초였다. 학생은 어려운 문제를 폰 카메라로 찍어 앱에 올리고, 이를 인식한 AI가 풀이와 답을 알려준다. 5초 안에 가능하다. 140만 개(한국 기준)를 하루에 소화한다(2월 기준). 아무리 흐릿한 문제 사진도, 손글씨로 쓴 문제 이미지도 처리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콴다가 개발한 광학문자인식(OCR)기술 덕이다.

"문제 이미지에서 글자가 무슨 글자 인지를 알아보는 영역에 딥러닝이 들어가있는 거예요. 수식과 글자가 무엇인지 인식을 하는 거죠. 그리고 문제 사진을 찍었을 때 한 30-40% 는 이게 무슨 개념인지를 저희가 자동으로 인식을 해요. 그래서 그 개념에 관련된 인터넷에 블로그 글이나 유튜브를 볼 수 있게 해주고, 혹은 강의도 볼 수 있게 해주고, 다른 똑같은 유형의 문제를 풀어볼 수 있게 해줘요 ."

출처: 인터비즈
매스프레소 사무실 내 회의실의 통유리로 된 벽면에 보드마카로 쓰인 메모들

이 같은 콴다의 ‘풀이 검색’ 서비스는 계속 학습하고 있다. 학생과 ‘사람 선생님’의 상호 피드백을 통해서다. 콴다는 AI로 검색이 안 되는 새로운 문제의 경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스텍 출신 선생님을 연결해 ‘1대 1 질문-답변 서비스’를 이용토록 유도한다. 평균 5분 안에 해결되는 이 풀이 과정이 데이터베이스에 쌓인다. 다른 학생이 똑같은 질문을 할 땐 ‘AI 선생님’이 응대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선순환 구조다. 콴다는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가 1억 건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방대한 DB 덕분에 2019년 11월 75%였던 ‘검색률(학생이 찍어서 보낸 문제를 AI가 인식하고 답 찾는 비율)’은 2월 현재 80%까지 올라갔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100문제 이미지가 올라왔다면 80개에 대해서 학생들이 ‘만족했어요’ 라고 이야기하는 풀이를 AI가 보여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매스프레소 제공

사용자 10%는 ‘학부모’등 성인

모르는 문제를 AI가 5초 안에 찾아주는 앱은 과연 ‘엄빠’의 인정도 받을 수 있을까. 문제는 어떻게든 아이 스스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에게 콴다의 존재는 그 자체로 문제일 수도 있다. 이 대표의 설명이다.

"사실 저희가 초등학교 5년부터 유저가 좀 있어요. 4학년 이하는 별로 없는데, 대신 그들의 부모님들이 쓰세요. 부모님이 써서 알려주시더라고요. 부모님들이 그때(자녀들이 4학년 이하 학령일 때)는 훨씬 더 (자녀에게)‘고관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공부한 게 옛날이라 요즘에는 문제들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알기 힘드세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잘 쓰고 있다는 소리를 되게 많이 들어요 ."

이 대표에 따르면 현재 콴다를 쓰고 있는 성인층, 즉 30, 40, 50대 유저 비율은 약 10%다. 이 가운데엔 학생들에게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풀어주려는 강사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팅(cheating)학생’을 넘어

남녀노소 누구든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훌륭한 문제풀이를 통해 학습 및 교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은 콴다 앱의 최대 장점이다. 그러나 학생은 ‘선생’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 악용하는 수요자 행태가 감지될 수 밖에 없다. 이른바 치팅(cheating, 속이기)이다.


출처: 매스프레소 제공
콴다 AI검색 프로세스, 왼쪽부터 1-2-3-4단계 순서다

콴다에 따르면 일부 학생이 한 번에 문제 수십 개의 사진을 몰아서 찍고는 앱에 ‘모르겠다’며 올리는 경우가 종종 감지된다고 한다. 이 대표도 앞서 언급했듯 하루 30만 명이 140만 개 문제의 이미지를 올린다고 볼 때, ‘정상적인(?)’ 학생은 일 평균 4.6개의 문제를 콴다에 문의한다. 한꺼번에 30개씩 ‘물음표’를 날리는 학생은 어떤 유형일까. 마치 친구가 다 해 놓은 숙제를 학교 쉬는 시간에 그대로 베껴서 내는 행태와 유사하다. 콴다는 이러한 일련의 사례를 ‘치팅’으로 규정한다.


물론 회사는 이를 고민하면서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답과 풀이를 알려준 뒤 그 학생에게 푸시(push)메시지를 보내는 게 첫번 째다. 모른다고 보냈던 문제를 다시 보여주면서 “다시 풀 수 있나요?”라고 되묻는 식이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콴다는 이와 같은 ‘직접 대응’ 뿐 아니라 간접적인 솔루션도 만들었다. 이 대표의 설명이다.

“동기부여의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해요. 예를 들면 타이머 같은 기능이 있어요. 공부 시작한다고 클릭하면 다른 앱을 못써요. 카톡이나 게임 등을 못해요. 다 막혀요”

이런 고민의 이유가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더 큰 목적이 있다. 바로 회사의 최종 목표다. 교육 검색 플랫폼이다. 세상에 있는 다양한 교육 컨텐츠를 학생의 맥락에 맞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학생과 개념-문제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풀이 검색은 교육 검색 플랫폼이 되기 위한 데이터를 쌓는 중간 단계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학생이 ‘이차함수 응용’에 관한 문제를 질문했다. 콴다는 풀이를 제공한다. 거기서 화면을 넘기면, 해당 문제를 풀기 위해 알아야 할 개념(이차함수)이 담긴 미니 인강(인터넷 강의)의 리스트가 뜬다. 미니 인강으로 개념을 공부하면 콴다는 학생이 그 개념을 체화할 수 있게 유사 문제를 제공한다.

질문이 쌓이면 콴다는 그 학생의 상태를 파악한다. 학생마다 가장 필요한 컨텐츠를 예측해 가장 먼저 추천한다. 유튜브가 다음 영상을 추천하는 것과 비슷하다.

출처: 매스프레소 제공
콴다 앱은 한국 뿐 아니라 일본-베트남-싱가포르 시장도 석권했다

일본-베트남 등 글로벌 ‘도장깨기’

실제로 콴다는 에듀테크 분야의 ‘유튜브’로 성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매달 이용하고 있는 ‘활성 사용자’ 수가 100만 명 정도”라며 한국 사용자 현황을 설명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분포돼 있는 사용자 350만 명 가운데 100만 명이 적극적으로 쓰고 있으니 ‘한국 학생 3명 중 1명이 콴다를 쓴다’는 말은 허언이 아닌 셈이다. 다운로드 수는 400만을 찍었다.

콴다의 영향력은 일본과 베트남에서도 상당하다. 이 대표는 “일본 안드로이드 환경에서 사용 중인 교육용 앱 가운데, 월간 활성사용자 수 기준으로 사전 앱을 빼면 콴다가 1위”라고 설명했다. 2018년 11월 서비스 개시 이후 4개월 만에 달성한 성과라 더욱 의미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 뿐 아니다. 콴다는 동남아 시장서도 순항 중이다. 지난해 7월엔 싱가포르 앱스토어의 교육 인기차트 1위를 차지했다. 10월엔 베트남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교육 앱으로 등극했다.

“학생들이 수학 질문을 위주로 하지만, 다른 과목서도 우리가 전세계에서 제일 잘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교육 앱이 되고 싶어요. 지금은 한국 사용자 수가 다른 글로벌 유저보다 더 많지만, 올해가 끝날 때는 글로벌 유저가 한국유저보다 더 많아지게 할 계획입니다” 


이 대표의 포부다.

인터비즈 윤현종 조정현 박윤주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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