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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팔리는 옷이 8백억 개.. 패스트 패션이 부른 재앙

조회수 2020. 6. 28.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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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재택근무와 자택대기 명령이 일상이 된 이후 소비가 확연히 줄어든 품목 중 하나는 옷이다. 사람들은 하루 종일 집에서 잠옷이나 츄리닝 바람으로 일을 한다. 집 밖에 나갈 일이 많지 않으니 멋지게 차려 입을 기회는 많지 않다. 쇼핑 자체를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세상엔 옷은 이미 차고 넘친다. 1년에 전세계 인구가 구입하는 옷은 800억 점에 이른다. 미국인들은 1980년대에 비해 5배 많은 옷을 산다. 1인당 한 해 평균 68점의 옷을 산다는 의미다. 2015년 영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이 많은 옷은 평균적으로 7번 정도 입은 뒤에 버려진다. 중국에서는 이 수가 더 적다. 새 옷을 몸에 걸치는 건 단 3번이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우리의 옷 소비 습관이 변하지 않는 한 인류가 사들이는 새 옷은 지금 6200만 톤에서 2030년 1억200만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상이 옷이 얼마나 많으냐 하면 만약 전 세계가 지금 당장 옷 생산을 중단하더라도 인류가 앞으로 몇 백 년 동안 모자람 없이 입을 옷이 이미 존재할 정도다. 옷장 저쪽 한 구석에 있는 10년 전에 산, 이제는 입지도 않는 셔츠나 스웨터를 생각해 보시라. 언젠가 배가 조금 들어가면 다시 입으려고 놔 둔 젊은 시절에 산 청바지도.

출처: 뉴욕타임즈에서 소개된 버려지는 옷 무더기

의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어마어마하다. 전세계에서 1년 동안 구입되는 옷은 800억 점이지만 1년에 생산되는 옷은 1000억 점이 넘는다. 약 20%가 안 팔리는 셈이다. 이 200억 점에 이르는 옷은 어디로 갈까. 땅에 묻히거나 태워진다. 2015년 미국에서는 대부분 의류인 1000만 톤의 직물이 땅에 묻혔다. 문제는 많은 옷은 합성 섬유로 만들어지는데 합성 섬유는 썩지 않는다는 점이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산업에 의한 수질 오염의 20%는 의류 산업의 몫이다. 맥킨지는 의류업계가 전체 탄소배출양의 10%를 담당한다고 추산했다. 전세계적으로 생산되는 화학약품의 25%는 의류 업계가 사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옷을 많이 사게 된 건 1980년대 후반 등장한 패스트 패션덕분이다. 패스트 패션은 최신 유행하는 옷을 빠른 속도로 싼 가격에 대량 생산한 뒤 전 세계 상점에서 판다. 키워드는 싼 가격.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의류 업체들은 가장 싼 노동력을 찾아 나섰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공장을 지었다. 1991년 미국인들이 사는 옷의 56.2%는 미국산이었지만 2012년 이 수치는 2.5%로 떨어졌다.

가장 큰 이득을 본 나라는 방글라데시. 방글라데시의 의류 및 섬유 산업은 280억 달러 규모로 GDP의 20%,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며 450만 명을 고용한다. 하지만 노동자 안전 문제는 심각하다. 2006년에서 2012년 사이 5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의류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사망했다. 안전 기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8개 공장 중 겨우 1개 꼴로 안전 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방식으로 의류 산업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지난 30년 동안 5000억 달러 규모의 내수 위주의 산업에서 2조4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산업으로 거듭났다. 부자도 많이 만들어냈다. 2018년 포브스 조사 결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5명 중 5명이 의류 업체 소유자였다.

공장과 매장을 모두 포함해 의류 산업은 전세게 노동자 6명 중 1명을 고용할 정도로 크다. 하지만 의류 업체에 고용돼 일하는 건 그다지 수지 맞는 일이 아니다. 옥스팜에 따르면 의류 생산 노동자 중 최저 생계 비용을 버는 사람은 전체의 2%도 안된다.

출처: H&M 유럽지점

이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의류 업체들도 그 사실을 안다. 그래서 많은 의류 업체들이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H&M은 2020년까지 모든 면을 재활용, 유기농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라는 환경친화적인 재료로 만든 의류 수거함을 매장에 설치한다. 루이비통을 소유한 LVMH는 친환경적인 유명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스탤라 맥카트니를 지속가능성 관련 특별 자문역으로 발탁했다. 리바이스는 청바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을 줄이는 등 제품을 환경 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H&M의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 아나 게다는 “우리는 앞으로 3년만 옷을 파는 게 아니라 30년 동안 옷을 팔 것이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사람들은 다시 옷을 살 것이다. 멋지게 차려 입고 외출하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한번쯤 어떻게 하면 옷을 덜 빨고 수선해서 입으며 버리기보다는 중고로 팔거나 기부할 수 있는지 고민을 해보면 어떨까.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몇 번 입고 버리거나 옷장 속에 고이 모셔 둘 옷은 사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는 일이다.

※ 참고

- 다나 토마스(Dana Thomas)의 저서 ‘Fashionopolis: The Price of Fast Fashion and the Future of Clothes’(미번역)

필자 김선우
약력
-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문지리학과 졸업
- 워싱턴대(시애틀) 경영학 석사
-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 <40세에 은퇴하다> 작가
인터비즈 김재형 박소영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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