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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챗 비켜!" 중국 메신저 270위에서 1위로, '딩딩'의 신의 한 수

조회수 2020. 7. 3.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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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메신저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 이후 구도가 뒤바뀌었다. 알리바바 '딩딩'이 기존 선두였던 텐센트 '위챗'을 밀어낸 것이다. 앱스토어에서 이전까지 270위권에 머물던 딩딩은 2월 위챗을 제치고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했다. 2010년 모바일 시대의 도래 이후 중국에서만큼은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위챗은 왜 딩딩에게 왕좌를 내어주게 된 것일까.

☞원문(DBR 297호)기사 더보기


위챗을 제친 '딩딩'의 비결

유통회사 아이오앤코는 서울과 베이징에 위치한 사무실 직원 50명의 소통용 메신저로 알리바바의 딩딩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 본사와 중국 지사 직원이 함께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데 중국에서는 카카오톡과 같은 국내 메신저 접속이 자주 끊겼기 때문이다. 처음엔 양국 직원들 간의 단순 소통 도구로 쓰였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메신저를 넘어 행정 업무 전반을 딩딩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출근 기록, 결제 요청, 영수증 처리, 퇴근 후 작성하는 업무일지 등이 메뉴화돼 있는 게 이런 확장을 하는 데 용이하게 작용했다. 프로젝트 중간에 합류한 직원이 기존 단체방에 초대되면 지난 대화 기록을 열람할 수 있어 인수인계에 대한 부담도 적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딩딩은 아이오앤코를 포함해 중국 내 다수 기업의 업무 툴로 쓰이면서 기존의 메신저 강자, '위챗'을 누르고 앱 마켓 시장의 절대 강자로 올라섰다. 원격 근무에 특화된 여러 기능들을 제공하면서 고용주와 고용인의 편의성을 높였던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딩딩이 순위 역전을 이뤄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기능은 ‘위치 기반 출근기록부’다. 원래는 집에서 나와 회사로 출근하는 동안 회사 반경 1km 이내에 들어오면 자동 출근 처리가 되는 서비스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가정에서 근무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됐다. 버튼을 누르면 직원이 있는 주소가 뜨기 때문에 고용주가 별다른 의심 없이 출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단체방에서 보낸 메시지를 읽지 않으면 확인할 때까지 집요하게 알람이 가는 ‘족쇄(?)’같은 서비스도 고용주들의 환영을 받았다.

 

반대로 직원들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302명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는 화상회의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딩딩에서는 하루 평균 2000만 건의 화상회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회의실 일일 이용자가 1억 명에 달한다.

 

이때 재택근무 중인 이용자라면 대부분은 푸석푸석한 민낯으로 회의에 참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딩딩의 ‘메이크업’ 기능을 누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화상회의 때 이 기능을 활용하면 얼굴이 뽀얘지고 생기가 돌면서 갸름해지는 효과가 있다. 딩딩의 메이크업 서비스는 직장 여성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딩딩 이용자들이 맨 얼굴로 화장 기능을 누른 후 회의에 참가하는 모습을 캡처해 SNS에 공유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메이리서치에 따르면 2월 기준 1800만 개 기업 직원 3억 명 이상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의 온라인 플랫폼은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신속하게 시장에 대응했다. 지금까지의 성적표만 보자면 알리바바가 우위를 잡은 듯해도 언제든 순위는 뒤바뀔 수 있다.

 

최근 들어 '원격·비대면붐'은 기업에서 학교로 확산하는 분위기. 딩딩이 지난해 내놓은 '미래 교실'은 또 이런 추세에 힘입어 고속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3월 기준 중국 300여 개 도시에서 5000만 명의 학생이 이 서비스에 접속하며 중국을 대표하는 원격 수업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것.

 

원격 트렌드를 눈여겨 보고 경쟁사보다 발 빠르게 통신망과 클라우드 공간을 마련해 뒀던 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실제 코로나 사태 초기, 준비가 돼 있지 않았던 다른 경쟁사는 서버 다운 등으로 곤욕을 겪어야만 했다.

 

새 격전지는 '원격'

이처럼 리모트워크의 활황은 정보기술(IT) 산업계의 판도를 뒤흔든다. 이에 중국 IT 기업은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혁신을 거듭한다.

 

딩딩 이외 위챗워크도 최대 300명 화상회의, 실시간 직원 건강 상태 체크 기능 등을 도입했다.

 

숏 폼 비디오 메신저인 바이트댄스도 마찬가지. 바이트댄스의 기업용 메신저 '페이슈'는 원페이지 기능을 선보였다. 클라우드 문서 작성 공간에 프로젝트명을 적고 담당자를 초대하면 누구나 글을 편집하고 문서를 결재할 수 있다. 과장, 차장, 부장을 거쳐 임원까지 가는 기존의 보수적인 결재 문화를 바꾼 것이다.

 

사실 중국에서 '원격'이 IT 기업 생존 키워드로 주목받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기업 외에도 기발한 아이템을 앞세운 각종 스타트업이 이 분야에 뛰어들며 시장 파이를 키워왔다.

  

코로나 사태는 이런 성장세를 북돋우는 일종의 기폭제로, 5월 기준 이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커졌다. 원격에서만큼은 중국이 확실히 선두주자로 꼽힌다.

 

원격의 흐름은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일상이 됐다.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초·중·고 온라인 수업이 진행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중국과는 달리, 아직 한국은 리모트워크 자체의 정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등 한 박자 느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 또한 새로운 혁신으로 나아가는 준비가 필요하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97호

원문 필자 유마디 장강경영대학원 (CKGSB) 한국사무소장

인터비즈 정서우 김재형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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