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 하면서 먹고 산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조회수 2020. 9. 23.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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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스마트폰의 상용화는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 :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를 탄생시켰다. 포노사피엔스가 주축이 된 새로운 문명은 기득권을 축소시켰다. 기득권이 아닌 ‘사람들의 손끝’에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 성공하는 시대가 됐다. 학벌과 자격증의 의미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2018년에는 주 52시간제 근무가 시행됐다. 입시, 취업 이후 교육비를 쓰지 않던 직장인들은 여가시간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포노사피엔스 문명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새로운 ‘업(業)’ 생태계를 열었다. 돈이 없어서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힘들었던 사람들은 이제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개성있는 콘텐츠로 사람들을 유입하고, 취미-자기계발 분야의 교육을 판매하며 웬만한 직장인들보다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


여전히 장벽은 존재한다.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교육을 판매할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 교육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콘텐츠 제작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온라인 취미 강의 플랫폼들은 실력이 보장된 크리에이터들에게 마케팅과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포노사피엔스의 등장과 기득권의 축소... "사람들의 손끝이 곧 권력이다"

출처: 포노사피엔스(좌),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우) / 출처 donga.com

2015년 2월,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스마트폰의 행성(Planet of the Phones)’ 기사에서 처음으로 ‘포노사피엔스’를 언급했다. 포노사피엔스란, 스마트폰을 뇌처럼 활용하는 신인류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4년 뒤인 2019년 3월,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가 <포노사피엔스>를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포노사피엔스 문명은 많은 변화를 야기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기득권의 축소다. 최 교수는 [인터비즈 TV] 라이브방송에서 말했다.  

재혼황후라는 웹소설의 작가가 드라마, 영화제작 계약을 했습니다. 계약금만 40억을 받았어요. 심지어 이 사람은 김수현 작가보다 계약금을 더 받으면서도 실명조차 안 밝힙니다. 옛날에는 웹툰작가니 소설가니 하려면 먼저 문하생이 돼야 했습니다. 만화책 한 번을 그리려고 해도 유명작가 아래서 10년은 물심부름을 해야 했죠. 그렇게 안하면 출판도 안 해주고, 팔아주지도 않으니까...

기득권들의 견고한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실력만 있으면 되는 세상입니다. 기득권에게 잘 보일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손끝에 선택을 받아야 해요. 그러면 돈도 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습니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 [인터비즈 TV] 라이브방송 ‘문명을 읽는 공학자, 최재붕이 그리는 그다음 세계(2020.9)’ 중

최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제는 기득권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 사람들의 손끝에 선택을 받으면 누구든지 돈을 벌 수 있고 유명해질 수 있다. 단, 실력만 있으면 된다. 

출처: 출처 유튜브 채널 성장문답 ‘자기 적성을 몰라 헤매는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

최 교수와 비슷한 조언을 오래전부터 해왔던 사람이 있다. 송길영 바이브컴퍼니(舊 다음소프트) 부사장이다. 송 부사장은 5년 전 ‘성장문답’에서 자기 적성을 몰라 헤매는 청춘들에게 조언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10년간 고양이를 키우고 연구를 해보세요. 그러면 10년 후에 당신은 큰 마켓의 수장이 되어있고,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질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2020년 현재, 실제로 고양이 관련 콘텐츠는 엄청나게 ‘핫’해졌다. 이러한 현상을 최 교수의 표현에 비유하자면 '사람들의 손끝'에 선택받은 셈이다. 


송 부사장이 고양이를 연구해보라고 말했던 2015년에는 고양이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5만이 넘는 곳이 단 하나뿐이었다. 지금은 고양이 유튜브 채널 10등까지 구독자 20만 명이 넘는다. 

내가 잘 몰랐던 것은 하나였어요. 10년이 아니라 5년이었습니다. 기간은 몰입의 정도와 기세에 따라 더 단축될 수 있어요.

송길영 바이브컴퍼니(舊 다음소프트) 부사장 [세바시] 강연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2020.8)’ 중

최 교수와 송 부사장이 말한 사례들은 더 이상 특별하거나, 극소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2015년 시작된 곤충, 파충류 유튜브 채널 '정브르'는 구독자 80만 명을 넘었다. 이색애완동물 채널 '다흑님'은 구독자 65만을 넘었다. '정브르'와 '다흑님'은 유튜브의 영향력에 힘입어 책을 내고, 기업과 협업도 하고 있다.

포노사피엔스 문명 이전에는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이 택할 수 있는 직업은 ‘곤충학자’ 뿐이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택할 수 있는 직업은 수의사, 사육사, 학자로 제한돼 있었다. 지금은 직업에 제약을 둘 필요가 없다. 반드시 학위, 자격증을 취득할 필요도 없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작, 취미-자기계발에 돈을 쓰는 사람들

교육부와 통계청이 공동으로 발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에 따르면 작년 초중고 사교육비 시장규모는 약 21조 원이다. 교육 업계에 따르면 성인 교육 시장규모는 약 2조에서 2조 5천억 원에 그친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외국어, 자격증, 공무원시험 시장에 해당한다. 취미-자기계발 교육 시장은 추산이 힘들 정도로 작다. 

2018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활성화되면서 성인 교육, 취미/자기계발 교육 시장에도 조금씩 활기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업종에서 꾸준히 실력을 쌓아왔던 사람들은 교육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78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나는 업글인간이다’라고 답한 사람이 64.5%에 달했다. ‘업글인간’들은 여가를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과감히 시간과 돈을 쓴다. 


고용노동부의 ‘9.11 노동시간 단축 빅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여가, 문화, 자기계발 관련 업종의 이용액이 평균 18.3% 증가했다.

출처: 출처 Insight M ‘2020 교육 업종 분석 리포트'

교육의 분야별 수요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Insight M의 ‘2020 교육 업종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372명 설문 대상자들은 최근 1년 동안 외국어(51%), 자격증(37%), 취미(16%), 재테크(13%), 소프트웨어(12%) 분야의 온라인 교육을 들은 경험이 있었다.


또한 향후 수강을 희망하는 온라인 교육 분야로 외국어(59%), 자격증(43%), 재테크(38%), 취미/자기계발(35%), 소프트웨어 코딩(24%)을 꼽았다.


외국어, 자격증 교육 수요는 여전히 가장 많다. 그러나 수강 경험 대비 수강 희망 분야를 비교했을 때 재테크(+25%), 취미/자기계발(+19%), 소프트웨어 코딩(+12%) 교육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력만 있다면... "마케팅-콘텐츠 제작까지 지원해드립니다"

동기부여, 자기계발 분야의 강연가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서 몰입하라‘ 라고 말해왔다. 강연 내용은 좋았지만, 현실적인 솔루션은 부족했다. 


성인이라면 스스로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정도의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데 단순히 좋아하는 일만 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포노사피엔스 문명과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인플루언서 시장, 취미/자기계발 교육 시장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 


SNS 인플루언서들은 세포마켓 형태로 상품을 직접 판매하고, 브랜디드 컨텐츠 광고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실력은 있지만 마케팅과 콘텐츠 제작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클래스101, 탈잉, SICLE 등 온라인 취미 강의 플랫폼을 활용해 전문성(교육)을 판매할 수 있다. 

출처: 출처 클래스101 공식 홈페이지

대표적인 온라인 취미/자기계발 강의 플랫폼 중 하나인 클래스101은, *리워드 단계를 통과한 크리에이터들에게 무료 마케팅과 클래스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클래스101의 강의 영역은 미술, 공예, 디지털 드로잉, 사진/영상, 디자인/개발, 음악, 요리/음료를 포함한 '크리에이티브' 분야부터 재테크, 마케팅, 쇼핑몰, 마인드/자기계발을 포함한 '머니' 분야, 글쓰기/콘텐츠, 비즈니스/생산 등을 포함한 '커리어' 분야 등 다양하다.

현재(9월 21일 기준) 클래스101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크리에이터 첫 달 평균 수익은 600만원, 누적 총 수익은 180억 원이다. TOP 3 크리에이터의 연 평균 수익은 1.6억에 달한다.

* 리워드 : 크리에이터의 강의를 대신 광고해주고 해당 강의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하는 과정. 리워드에서 잠재고객들의 수요가 입증되면 전문가가 강의를 런칭할 수 있다.

인터비즈 조현우

hyunwoo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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