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을 위해서라도 로봇은 반드시 필요하다

조회수 2020. 9. 24. 12: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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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는 업무의 63%는 잠재적으로 볼 때 자동화가 가능하다. 물리적인 움직임을 요하는 작업을 제외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영역(33%)부터 전문지식이나 인력과 상호작용하는 영역(30%)까지, 기계가 대신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작업을 소프트웨어 로봇에게 시키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투자가 확산하고 있다. 


근원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은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를 나누고, 집중해야 할 핵심 업무에 더욱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노동인구 감소라는 전망까지 더해지며 기업의 '기술 진보를 통한 업무 효율화'가 불가피해졌다.

출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놀라운 것은 해외에 비해 한국에서 RPA가 빠른 속도와 큰 규모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IBM 지사가 있는 인도,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한국 5개국 가운데 한국 IBM이 가장 많은 RPA 레퍼런스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RPA가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퍼져나간 이유는 무엇일까. DBR 304호를 통해 알아봤다. 

RPA, 어디에 도입하면 좋을까

로봇은 사람보다 손과 눈이 빠르고 정확하다. 사람의 손을 거치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오류를 없애주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준다. 데이터 조회와 대사 업무에 드는 시간도 줄여준다. 이러한 편리함에 로봇은 금융, 식품, 유통, 더 나아가 제약과 제조, 공공 부문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해왔다.

상당수의 기업은 RPA를 적극 활용하며 연구센터를 설립하거나 고위 임원을 RPA 수장으로 임명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기업의 3분의 1이 재무나 회계 업무에, 약 4분의 1은 조달이나 HR 업무에 RPA를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HfS리서치가 2017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금융권 내에서 재무/회계(69%), 조달(47%), HR(38%), IT, 서비스(28%) 순으로 RPA를 많이 적용하고 있었다.

출처: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

RPA를 통해 기업은 IT 시스템 변경이나 새로운 환경 개발 없이도 로봇으로 기존 인력 업무를 대체하며 업무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은 업무를 관리하고 예외 사항을 처리하는 일을 하고, 로봇이 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업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

하지만 사람의 손과 발이 돼주는 로봇도 인간의 '뇌'를 대체할 순 없다. 이 RPA만으로는 인지 기반 업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기술과 결합한 상호 보완이 필요하다. AI와 함께 RPA는 비정형적인 콘텐츠까지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서울아산병원의 병상 배정 시스템 사례를 보자. 서울아산병원은 하루 700여 명의 환자가 입퇴원을 반복하는 대형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2019년까지 환자 병상 배정을 수작업으로 담당했다. 환자의 연령부터 병명, 중증도, 진료 동선 등 50여 개가 넘는 기준을 고려해야 해서 매우 복잡했다.


이를 담당하는 사람이 관련 역량을 갖추고 숙련하기 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환자가 오거나 환자들의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등 돌발 변수들에도 일일이 대응해야 했다.

이에 서울아산병원은 AI와 RPA를 결합해 병상 배정의 복잡성을 보완했다. AI가 환자가 배정될 병상을 알려주면 로봇이 입원 시스템을 열어서 등록해주고 환자가 퇴원하면 퇴원 처리를 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일 100건 이상의 입원 등록 절차에 사람이 개입하지 않게 되면서 실수의 위험도 줄었고, 시간도 최소 7-8분에서 20분까지 줄어 들었다.

출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RPA가 조직에 제대로 뿌리 내리려면

1. 경영진의 의지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다. 롯데그룹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RPA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DT(Digital Transformation) 추진 팀 산하에 구성원 5명을 뽑아 RPA를 전담하도록 했다.


이들은 영업과 마케팅과 같은 계열사 특화 과제의 자동화부터 시작해 점점 타 계열사에도 쉽게 이식할 수 있는 재경이나 물류, 지원과 같은 공통 과제를 자동화하도록 확장하는 단계적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1~2단계에서 약 50개의 과제를 자동화했으며 최근에는 3단계 고도화로 AI를 RPA에 결합한 과제를 추진 중이다. 과제 발굴을 위해 디스커버리 워크숍을 열고, RPA 우수 활용 사례(Use case)들을 다른 계열사 직원들과 공유하며 그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출처: 출처 동아일보, 롯데홈쇼핑 공식 홈페이지 디자인 홍지수

이렇게 경영진이 나서서 RPA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조직 구성원의 동요나 이탈을 막는 데에도 중요하다. 성과 평가자가 단순히 업무 시간 감소에 초점을 두고 업무 자동화 도입 효과를 평가하고 닦달한다면 직원들이 기존 업무시간을 뻥튀기할 수도 있게 된다. 


따라서 경영진은 RPA를 단지 생산성 증대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역량과 편의를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RPA 도입에 성공한 회사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직원이 이직 후 RPA 전환을 시도했다가 비협조적인 경영진과 상이한 조직문화로 실패한 사례도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동기부여가 돼야 비로소 RPA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2. 사내 소통과 인식 제고를 통한 '현업 직원의 참여'


직원들은 RPA로 자동화가 이뤄져 일이 없어진다는 위협을 받게 되면, 업무 자동화에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가 직원들을 고부가가치 업무에 전환 배치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누구도 RPA 전담 조직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소통과 직원들의 인식 제고를 통해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초창기 RPA 전담 조직들은 현업 직원들을 설득하고 교육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HR처럼 오래된 매뉴얼이 있는 게 아니라 준비된 자료도 없다보니 각 부서나 팀마다 RPA가 무엇인지를 수없이 구두로 반복해야 했던 것이다. 1, 2년이 지난 지금은 외부 컨설팅사뿐만 아니라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교육 자료를 만들며 매뉴얼을 완성해가고 있다.

최근 기업들은 컨설팅사에 RPA 변화 관리를 맡기는 대신 스스로 직원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참여를 독려할 방법을 고안하는 추세다. 현업 직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은 기업마다 상이하다.

가령 일부 증권사에서는 태스크포스(TF)나 소그룹, 작은 이사회가 RPA에 대한 변화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H화재는 과장급 미만의 직원들로 '주니어 보드(Junior board)'가 RPA 변화 관리에 힘쓰고 있다. 이들은 2주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갖고 모일 때마다 어떤 업무가 가장 자동화에 적합할 것 같은지를 발표해야 한다.

출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콘테스트와 같은 행사를 기획해 직원 참여를 유도하는 곳도 있다. H제약은 RPA를 현업에 적용한 우수 활용 사례 공모 콘테스트를 마련했다. 


임상시험으로 반복적인 테스트에 시간을 쏟는 일이 많은 제약사에도 좋은 개선책이 되기 때문이다. 총 600만 원 상당의 상금을 내걸며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했고, 30여 명의 참여자들로부터 현업 아이디어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로봇, 너 내 동료가 돼라"...'워라밸에도 도움 되는 RPA

한국에서는 유독 RPA 적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RPA가 특정 기간동안 쓰다 버려지는 '기업용 장난감(Corporate toy)'로 전락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것과 대비된다. 


한국의 '일단 시작부터 하고 보는 문화' 덕분이다. 다른 나라 기업들이 로봇을 1~2대씩 운영해보며 가능성을 탐색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일찌감치 몇십 대씩을 도입하며 통 큰 투자를 이어왔다.

이 RPA를 업무 프로세스 내에 완전히 굳히려면 무엇보다 RPA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직원들 스스로 RPA를 일종의 '디지털 동료'로 여기며 그들이 자신들의 업무를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로봇 35가 대규모 150개의 RPA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C사의 직원들은 RPA에 관한 단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개발에도 자발적으로 뛰어들고 있을 정도로 업무 의지가 매우 강력하다. RPA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를 위한 좋은 대안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업무 종사자들의 반복되는 야근과 주말 근무로 피로와 불만이 누적된 상태였다. 이 RPA로 초과 근무에서 해방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RPA를 적극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RPA에도 오류 발생 위험이 존재한다. 특정 패턴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어 경로 변경이나 민첩성을 요하는 업무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이 RPA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전환을 시도하게 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기업 내에 '자동화도 별 거 없네'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날 경우, RPA의 확산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시 RPA의 필요성을 설득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 경험을 방지하기 위해 RPA 도입 시 주의해야 할 점도 분명히 있다. 로봇 자동화의 30%는 취약성과 예외 처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로봇의 일을 계속해서 모니터링 해야한다. 


또 명확한 프로세스 분석과 현업-IT 간 협의를 통해 자동화에 적합한 업무를 취사선택해야 한다. 로봇이 복잡한 규정 처리나 케이스 관리는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RPA가 모든 프로세스 자동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님을 이해해야 하는 거이다.

'RPA는 내 편'이라는 긍정적 마인드의 확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영진의 의지와 현업 직원의 참여로 조직 내 긍정적인 분위기를 마련하면 RPA를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04호

필자 김종훈 한국IBM 전무, 정욱아 한국IBM 부장

인터비즈 정예지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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