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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왜 '미르'에 반했을까?

조회수 2021. 3. 25. 17: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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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환경 시대에 뜨는 착한 텀블러

필환경' 트렌드가 보여주듯 환경을 보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필수인 시대다.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수단으로 텀블러가 주목받았다. 플라스틱,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도 '텀블러 일주일 체험기'를 다룬 브이로그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브랜드 'MiiR(미르)'는 텀블러의 판매 금액 중 일부를 환경 보호 활동에 기부하며, 제품이 갖는 환경적 가치를 강화했다. 사실 기부형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많은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에게 알려졌다. 그만큼 착한 기업 이미지만으로 소비자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그럼에도 미르는 2010년 창업 후 비즈니스 잡지인 "Puget Sound Business Journal'이 발표한 '2016 워싱턴에서 급성장한 기업' 중 3위에 올랐다. 스타벅스·블루보틀·파타고니아 등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도 성사시켰다. 단순히 제품이 착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디테일한 기획으로 제품의 완성도를 확보하고, 소비자와 기부 내역을 투명하게 공유한 것이 비결이다.

출처: 미르,블루보틀,스타벅스

소재·설계 공법·디테일 3박자

미르의 창업자 브라이언 파페는 제품 디자이너이자 스키, 등산, 캠핑을 섭렵할 정도로 아웃도어 스포츠 마니아였다. 20세에 큰 스키 사고를 겪은 후,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자립을 돕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웃도어 용품에 대한 사업을 구상하던 중 평소 자주 사용하던 텀블러에 주목했고 2010년 시애틀에서 미르를 창업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여도, 제품 자체가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사업이 지속될 수 없다." 브라이언 파페가 강조한 경영 이념이다. 아웃도어 스포츠 마니아로서 텀블러에 대한 고객 니즈를 알고 있던 그는 영속성(Timeless), 배려심(Thoughtful), 아름다운 심플함(Beautiful simple), 내구성(Sustainable)을 제품 철학으로 정했다.

먼저 고품질 의료용 스테인리스를 활용해 무게를 줄이고 내구성을 높였다. 일상뿐 아니라 스포츠 활동 시에도 적합한 제품을 추구하는 만큼 내구성을 중시해서다. 또한, 이중벽 설계 공법으로 텀블러의 물방울 맺힘을 방지했다. 이는 2개의 스테인리스 벽 사이 공기가 순환되는 공간을 확보하는 설계법이다. 음료가 직접 닿는 벽에 열기 및 냉기가 전달된 후 공기 중에 진공 상태로 보관되어 보온 및 보냉 효과가 높고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는다.

출처: 미르(MiiR)

디자인은 최대한의 심플함을 추구한다. 디자인이 유행을 타지 않아야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표면에도 별다른 패턴 없이 로고만을 강조했고, 컬러도 블랙&화이트만을 고집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심플하게 하되, 디테일을 갖추는 데 힘을 쏟았다. "제품의 모든 면에는 목적이 확실해야 한다." 미르의 디자인 철학이다. 실제로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최적의 그립감을 위한 제품의 폭·라운딩 정도, 음용구의 위치 등을 정했다.

기부라는 사회적 가치를 빼고 봐도, 제품 자체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Barron(미국 주간지)

3% 기부 코드

미르는 제품 판매 가격 중 3%를 소비자의 이름으로 물, 건강, 식품에 관련된 환경 보호 활동에 기부한다. 각 기부 활동을 '프로젝트'라 부르며 제품마다 기부 코드를 입력한 것이 핵심이다. 소비자가 제품 하단에 적힌 기부 코드를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자신의 기부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기부금이 쓰인 프로젝트명과 단체명, 금액 등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된다. 2020년 기준, 약 4만 5천 명 이상의 소비자들이 미르 홈페이지에서 기부 코드를 조회했다. 현재까지 미르가 진행한 프로젝트는 70개 이상이며 총 26개 국가에 150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보냈다.

미르의 기부 프로젝트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기부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환경 단체와 함께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실현한다. 우간다에서 진행한 우물 복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판매 수익금을 활용해 우간다 서부 지역에 고장 난 35개의 우물을 고쳐 지역 주민 15,000명의 식수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교육비를 지원해 주민들이 정비공에게 수리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왔다. 우물이 또 다시 고장 나도 마을 안에서 언제든지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출처: 출처=미르(MiiR)
제품 기부 코드 및 등록 절차 예시

브랜드 콜라보 봇물

품질 좋은 제품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니, 다양한 브랜드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스타벅스·블루보틀부터 의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까지 합류해 다채로운 콜라보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수익의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브랜드 철학을 콜라보 제품에도 그대로 담았다.

첫 번째로 스타벅스와 함께 온두라스 램피라 마을의 식수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카페 프렌차이즈와의 콜라보인 만큼 커피 및 식수 문제와 관련된 지역을 선정했다. 램피라는 온두라스의 주요 커피 산지로, 원두 재배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주민들이 몇 시간 이상을 걸어야만 했다. 미르는 콜라보 매출의 3%를 투자해 램피라 마을 각 집에 식수 파이프관을 설치했다. 이후에도 블루보틀과 함께 에티오피아의 식수사업 개선 프로젝트를 성사시켰고, 당시 콜라보 제품인 '블루보틀 커뮤터 컵'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미르의 마케팅팀에 따르면, 매출액 중 상당 부분이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 제품이며 앞으로도 해당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미르답게

2015년 유일한 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애틀에 오픈했다. 단순히 판매량 증진이 아닌, 제품을 소개하고 해결해야 할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이 목표였다. 전시 공간만 보더라도 플래그십 스토어의 목표를 알 수 있다. 제품보단 기부 프로젝트의 사진, 진행 배경 및 성과 등을 표현한 판넬 위주로 전시했다. 주 3회 이상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강연 및 토론을 진행하며 커뮤니티 형성에도 주력했다. 자전거 출근자들의 커뮤니티 이벤트를 열거나 전문가를 초청해 식수 부족 문제에 대한 강연을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매장 위치, 입점 브랜드도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결정했다. 매장이 위치한 건물의 경우 LEED 인증을 받은 건축물로 같은 규모의 건축물보다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30% 이상 적다. 매장 내에서 판매하는 커피, 맥주도 공정 무역을 실현하는 카페와 버려지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양조장 등 사회적 기업의 제품만을 고수했다.


제품이 착하다고 해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하려면 사회적 가치를 떼고 봤을 때도 제품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탐스 슈즈'다.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하면 빈곤국 어린이에게 한 켤레를 기부하는 모델로 주목받았지만, 10여 년 넘게 디자인의 변화가 없고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아 현재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 미르는 사회적 가치만큼이나 기능적 가치를 중시했고, 착하기만 한 제품이 아니어서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제작 이한규 박은애 ㅣ 디자인 조은현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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