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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은 아이언맨 팔을 장착했습니다.

조회수 2021. 3. 26. 17: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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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만든 '자랑스런' 의수

영화 속 영웅들은 초능력으로 세상을 구한다. 여기 그들의 팔과 똑닮은 의수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다. 영화 아이언맨과 엘사(겨울왕국)의 팔을 모티브 삼은 '오픈 바이오닉스'이다. 의수 착용을 치료가 아닌 영웅이 되기 위한 훈련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가격도 다른 생체공학 의수의 3분의 1 수준이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덕분이다. 누군가는 이를두고 "차가운 금속 기술이 따뜻한 인간미를 담아낸 현장이다"라고 평가한다. 팔을 잃은 사람들이 숨지 않고, 자신의 팔을 당당히 드러내는 날을 꿈꾸는 오픈 바이오닉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디자인: 발상의 전환

2011년 영국 플리머스 대학교 졸업반이었던 조엘 기버드(Joel Gibbard). 로봇 공학과 졸업 프로젝트로 로봇팔(의수)를 만든 그는 의수의 시중가가 비싸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더 저렴하게 만들 방법은 없을까.' 그가 떠올린 답은 3D 프린팅이었다.

출처: 인디고고
2013년 인디고고에 올린 기버드의 설계 노트

기버드는 2년 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에서 '오픈 핸드' 프로젝트를 진행해 4만 3000파운드(약 6700만 원)를 모금한다. 초기에 개발한 의수 덱스트러스(Dextrus)의 외형, 회로 기판을 정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의수 개발에 쓰일 자금을 꾸준히 조달하려면 회사를 세워야겠다고 생각한다. 결국, 1년간 덱스트러스 개발을 마친 끝에 동업자 사만다 페인(Samantha Payne)과 함께 오픈 바이오닉스를 설립했다.

출처: 인디고고
덱스트러스의 초기 모델

오픈 바이오닉스는 2018년 생체공학 의수인 '히어로암(Hero Arm)'을 만들었다. 3D프린터로 만든 의수가 임상승인 받은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때가 처음. 히어로암은 전기 신호를 활용한다. 사용자가 팔꿈치 위의 특정 근육을 의도적으로 구부릴 때 나오는 전기 신호를 감지해 움직이는 방식이다. 공을 쥐거나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처럼 손가락을 섬세하게 움직여야 하는 작업도 무난하게 수행한다.

생체공학 의수: 일반 의수와 달리 사용자의 신경, 근육의 신호를 감지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
출처: 오픈 바이오닉스
히어로암을 착용한 채로 스틱을 쥐고 드럼 연주를 하고 있는 카메론

독특한 점은 공학적인 의수의 외양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기존 의수는 대다수가 실제 팔과 유사한 모습으로 디자인한다. 착용자가 의수라는 점을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의수인 게 티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에 오픈 바이오닉스는 발상을 뒤짚는다. 겨울왕국, 스타워즈 등 디즈니의 인기 지적재산권(IP)의 디자인을 외양으로 활용(디즈니 지원)해 착용자가 오히려 "자랑하고 싶은" 의수 커버를 만든 것이다.

"사람들이 이젠 '어쩌다가...'라며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손 멋있다'고 말한다. 이젠 사람들이 물어봐도 크게 신경이 안 쓰인다." -12살 소년 카메론의 이야기 중(中)

"팔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서 좋다.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히어로암을 착용할 때면 난 힘을 얻는다." -전 장애인 올림픽 수영 선수 케이트의 이야기 중(中), 오픈바이오닉스 홈페이지

첨단기술로 '더 많이'

출처: 오픈 바이오닉스

오픈 바이오닉스가 제작한 히어로암의 시중가는 2019년 기준 1만 파운드(약 1500만 원). 비슷한 성능의 기존 생체공학 의수는 3만 파운드를 웃돈다. 애초 기버드가 목표로 잡은 가격(상한가)은 630파운드(약 98만 원)이다. 이것 만으로도 비용 부담은 확연히 줄었지만, 고객이 직접 의수의 3D프린팅 설계도를 인쇄해 제작하면 가격은 더 떨어진다.

의료기기 특성상 엄격한 규제를 받기 때문에 현재 법에 규정된 생산시설에서만 제작할 수 있다.

오픈 바이오닉스는 홈페이지에 생체공학 의수(히어로암 이외)의 3D 프린팅 도면을 무료로 공개한다. 누구나 오픈 소스 형식으로 공개된 소스 코드를 열람하고 수정·배포할 수 있다. 프린팅에 필요한 재료도 일반 하드웨어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저가의 기성품이다. 인쇄에 28시간, 조립에 4~6시간이 걸린다. 결과적으로 개인이 직접 특수 공구나 전문가 없이도 일주일 만에 자신만의 의수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출처: Health Central

확산하는 착한 기술

오캠의 마이아이

오픈 바이오닉스는 차가운 금속 기술로 가장 인간적인 가치를 담아낸 기업으로 꼽힌다. 이런 '착한 기술'의 확산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이스라엘의 유니콘 기업 오캠(OrCam)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맹인들을 돕는다. 오캠이 개발한 '마이아이'는 AI로 중무장한 초소형 스마트 카메라로 안경에 자석으로 붙일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다. 글, 바코드, 사람 얼굴까지 모든 시각 정보를 음성으로 바꿔서 맹인들에게 들려준다. 미국의 시장조사기업 리포트링커는 지난해 세계 보조 기술 시장의 규모가 2027년까지 315억 달러(약 35조 4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는 닷 인코퍼레이션이 세계 최초로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가격도 기존 점자 스마트 기기에 비해 10분의 1 수준. 또한 토도웍스는 세계에서 가장 작고 저렴한 휠체어 파워 어시스트(수동 휠체어에 부착하면 전동휠체어처럼 사용할 수 있는 보장구)를 만든다. 착한 기술의 확산은 시대의 조류가 됐다.

제작 김재형 조지윤 ㅣ 디자인 조은현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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