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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애 있는 엄마·아빠들 중에는 이걸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조회수 2020. 9. 18. 15: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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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육아맘이 필수 앱으로 꼽는 이것 개발한 남자
헬스케어 기업 비브로스 송용범 대표
앱으로 병원 대기인수 파악하고, 접수 가능
“진료·결제·처방 모두 앱 하나로 가능하도록”

주말 아침, 아이가 콧물을 훌쩍이며 기침을 한다. 오후엔 병원이 문을 닫으니 부리나케 옷을 입혀 소아과로 달려간다. 한참을 기다리는 건 각오해야 한다. 밀려든 사람 때문에 앉을 자리도 없다. 꼬박 서서 한 시간을 기다려 겨우 의사 선생님을 만난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을 일이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앱이 있다. 바로 ‘똑닥’이다. 이미 광교나 동탄신도시, 세종시 엄마·아빠들 사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 앱은 스마트폰으로 병원 진료를 접수하고, 병원의 대기자 현황도 확인할 수 있다. 힘들게 병원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 앱은 헬스케어 기업 비브로스가 개발했다. 똑닥의 인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월 평균 전체 서비스 트래픽은 140만건을 넘는다. 이미 카카오인베스트먼트·한화 S&C·한화 인베스트먼트·코스닥 상장사 유비케어, 비트컴퓨터, 랩지노믹스 등에서 총 120억원을 투자받았다. 지난 16일 jobsN이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송용범(35) 비브로스 대표는 “현재는 똑닥으로 병원 접수를 하고 대기현황을 보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병원비 결제, 모바일 처방전 자동 발급, 실손보험 청구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사업 비결을 물었다.

출처: jobsN
송용범 대표가 똑닥 앱이 켜진 스마트폰을 들어보이고 있다. 시연을 위해 가동한 똑닥 앱 화면에는 현재 접수한 병원의 대기 환자가 9명이라고 표시돼 있다.

대기 시간 줄이고, 2차 감염 위험도 줄여


똑닥 앱의 재사용률은 75%다. 사용자의 월평균 이용 건수는 2.5회다. 한번 써봤던 사람은 다음번 병원에 갈 때도 이 앱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똑닥 앱을 론칭한 것은 2015년이었고, 모바일 접수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작년 4월부터다. 작년 1분기 똑닥에 등록된 병원 수는 46곳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7500곳으로 폭증했다. 똑닥을 통해 진료를 접수하고 완료한 건수는 올 2분기에만 40만7609건이다. 3분기에는 이용건수가 60만건을 넘고, 4분기엔 120만 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매달 20%씩은 성장하고 있다.”


-똑닥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뭔가.


“한국 문화는 빨리빨리로 대표되잖나. 기다리는 거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다. 이 앱을 사용하면 바로 진료 접수를 하고, 실시간 대기현황을 알 수 있다. 기다리는 시간에 커피를 마시든, 책을 읽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대기실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다가 다른 환자에게 병을 옮는 2차 감염의 피해도 막을 수 있다. 병원 입장에선 똑닥 서비스로 환자들이 더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새로운 환자 유치와 기존 환자 유지에 도움이 된다.”


-서울 광화문이나 강남 도심 등에는 똑닥 서비스가 가능한 병원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1차적으로 신도시 소아과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많은 이용건수와 트래픽을 확보하기 위해서 일상적으로 환자 방문빈도가 많은 소아과를 1차 대상으로 잡았다. 소아과의 대기 시간이 긴 것도 한 이유다. 똑닥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아이를 낳은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사는 광교·동탄신도시와 세종시에서는 똑닥을 모르는 엄마가 없을 정도다. 앞으로 고연령층이 가는 내과나 안과 등으로 서비스 병원을 전국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출처: 비브로스 제공
똑닥 앱의 기능. 주변 병원을 찾고, 현 대기자와 예상 대기 시간을 보며 접수하고, 접수 후 실시간 대기현황을 받아볼 수 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사업 시도


송 대표는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02학번이다. 대학 시절부터 사업하겠다며 수업 빼먹기를 밥 먹듯 했다. 그는 “집안에 공부를 잘하는 엘리트들이 많았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것이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관점에서 여러 가지를 도전하는 게 개인적으로 맞아 어릴 적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첫 사업 아이템은 청계천 공구상들을 모아 포털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청계천에 전동 드릴을 사러 갔는데, 그 물건을 대체 어디서 파는지 알 수가 없었고 부르는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며 “이러한 청계천 공구 가게들을 한 곳에 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첫 사업 아이템의 성적은 어땠나.


“대학교 1학년 2학기에 친구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 수업을 빠지고 새벽부터 막노동판에 나갔다. 그 돈으로 컴퓨터를 샀다. 하지만 완벽하게 망했다. 그 사업모델은 B2B였다. 당시만 해도 청계천 공구 상인들은 자기가 아는 소규모 사업자와 계산서를 멋대로 돌리며 주먹구구식 운영을 했다. 사업이 될 리 없었다. 함께 사업하던 친구의 아버지가 조언하더라. ‘진짜 사업을 하고 싶으면 먼저 자본시장, 즉 금융을 알아야 한다’고. 그래서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고 금융 쪽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SBI저축은행에 취직했다.”


-다시 사업에 도전한 것은 언젠가.


“SBI저축은행에서 5년간 일하다가 금융은 어느 정도 배운 것 같아 리서치 회사 닐슨으로 이직했다. 1년 반 프로그래밍 일을 했다. 그때 사업 아이템도 구상했다. 당시 결혼해 아이가 2명 있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기 전 생계비를 모아놔야 했다. 닐슨에서 나와 9개월간 보험 영업을 하며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세무·법무·노무 등을 컨설팅했다. 그렇게 9개월 만에 1억원을 벌었고, 9000만원을 아내에게 가져다주며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창업하는 2년간 월급은 없을 것’이라고. 나머지 1000만원이 창업 시드머니였다.”


-혼자 창업했나.


“아니다. 사업을 구상하며 팀원을 찾던 중 예전 대학 복학 후 매일 새벽 중앙도서관에서 마주치던 친구를 만났다. 군 제대 후 CFA(국제공인재무분석사) 공부를 하며 매일 중앙도서관에서 새벽까지 공부하던 때였다. 그 친구는 매일 새벽까지 코딩을 했다. 졸업 후 네이버에 다니고 있더라.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남의 서비스 만들지 말고 우리 서비스를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예전 대학 다니면서 알게 된 세무사 형도 합류했고, SBI저축은행 입사 동기도 동참했다. 또 다른 인연이 이어지며 총 6으로 팀을 꾸렸다. 팀에 합류한 이들은 ‘너는 뭐를 하든 어설프게 하다가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네가 한다면 무조건 같이 하겠다’고 하더라. ‘쟤, 원래부터 독종이었다’고 하면서.”

출처: 비브로스 제공
송용범 대표(왼쪽)와 비브로스 회의 모습.

사무실 월세 내기도 어렵다가 아이템 수정해 기사회생


그는 회사 이름을 ‘비브로스(부스트 브라더스)’라고 지었다. 삶을 더 좋게 촉진하는 아저씨들이 되자는 뜻이다. 첫 사업 모델은 교육과 의료를 합쳐 사용자들에게 영어 학원이나 피부과 등의 병원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었다. 송 대표는 “그때 할인 혜택을 제공한 제휴사들은 YBM, 이익훈 어학원, 민병철 어학원, 정철 어학원 등 유명 학원들이었다”며 “이러한 제휴사들을 확보하기 위해 무작정 사장실에 올라가 만나줄 때까지 집에 안 가겠다고 버티기도 했고, 끌려나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번째 사업 모델은 본격 시작하기 전에 접었다던데.


“교육과 의료가 각각 무척이나 큰 분야잖나. 둘 다 하기 버거웠다. 둘 중 공급자의 영향력이 더 강력한 교육 분야를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2013년 법인을 설립했으니 2년 만인 2015년 병원 위치 찾기 서비스를 담은 똑닥 앱을 출시했다.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는 충분한데 병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주는 곳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것도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고.


“출시하고 보니 이미 네이버·다음 등 포털 지도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우리만의 핵심 서비스가 없었던 거다. 병원 찾기를 고도화하고, 각종 의료 정보 콘텐츠를 제공해도 사람이 모이지 않았다. 그때 서울 양재동 옥탑방을 사무실로 사용했는데 월세 낼 돈이 없어 쫓겨날 뻔 했다. 사업 모델을 바꾸기로 하고 사람들에게 정말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뭘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국가에서 하는 선도벤처 연계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스타트업과 기존 헬스케어 업체를 이어주는 것이었다. 그 리스트에서 전자의무기록(EMR·Electronic Medical Record) 프로그램 기업인 비트컴퓨터를 찾았다.”


-EMR이 뭔가.


“환자의 병원 방문 기록, 질병이나 건강사항 체크, 진단과 치료에 관한 의료 서비스를 전산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병의원은 이러한 EMR을 사용한다. 전자의무기록 정보를 활용하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EMR 업체인 비트컴퓨터와 유비케어 등을 수십번씩 찾아가 사업 모델을 설명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EMR 업체들도 시장 확장 효과 등에 고개를 끄덕였고 함께 하기로 했다. 기사회생이었다. 젊은 후배가 집요하게 찾아가 설득하고 같이 해보자고 하고, 가르쳐달라고 하니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이야기하더라.”

출처: 비브로스 제공·jobsN
한 병원에 세워진 똑닥으로 접수하는 법 안내판과 똑닥 앱 화면.

올해 예상 매출액은 작년의 5배인 52억원


똑닥의 병원 접수 및 대기현황 제공 서비스는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월부터는 병원에 접수하면 카카오톡 알림으로 현재 대기자 현황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올해 매출 예상액은 작년(11억원)의 5배 수준인 52억원이다. 2년 뒤 코스닥에 상장하는 게 목표다.

출처: jobsN
병원 접수와 진료과정을 도표화한 그래프. 비브로스는 앞으로 모든 병원 업무 과정을 앱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다.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라던데.


“현재 환자가 병원에 가는 과정을 8단계로 나눈 것 중 병원을 검색하고, 접수하고, 대기 현황판을 보며 진료를 기다리는 부분은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처방전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으면 처방전이 휴대전화에 저장되는 것도 가능하다. 앞으로는 진료를 마치면 자동으로 모바일 처방전이 앱으로 들어오고, 병원비 결제나 실손보험 청구도 앱으로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접수하고 결제하고 하는 등의 의료 행정 사무 업무는 똑닥이 알아서 하고,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를 보는 데만 집중하도록 만들고 싶다.”


-어떤 기업이 되고 싶나.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벤처기업을 유니콘이라고 하는데, 난 유니콘의 의미를 다르게 본다. 유니콘은 화려하거나 거창하지 않다. 실생활에서 삶의 질을 높여줬다는 것이 진정한 유니콘의 의미다. 우리 서비스를 통해 병원이나 환자가 모두 편리해졌으면 한다. 병원 진료 이후의 건강관리나 의료 정보 등 헬스케어의 모든 과정을 똑닥 앱에 모아 헬스케어의 가치사슬을 만들겠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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