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살래요?' 이렇게 정한 가격으로 지금 대박냈어요

조회수 2020. 10. 4. 16: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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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진행렬 한지민 가방, 어디 거에요?
‘홀리 러브스 러브’ 조한올 디자이너
1인 브랜드로 한해 2억5000만원 매출
복조리 모양 가방으로 외국인에게 인기

한지민, 한예리 등 인기 여배우들이 공식적인 자리에 들고 나와 눈길을 모은 가방이 있다. 천으로 만든 복조리 모양 가방으로, 이름난 브랜드가 아니었다. 알아보니 신생 브랜드 ‘홀리 러브스 러브(holly loves love)’ 제품이었다.


‘홀리 러브스 러브‘는 20대인 조한올 디자이너 혼자 운영하는 1인 브랜드다. 조씨가 대표이자 디자이너이자 직원이다. 가방을 디자인한 후 가방공장에 제작을 의뢰하고, 온라인 편집숍이나 백화점 편집숍을 통해 판매하는 시스템이라 혼자 꾸려나갈 수 있다고 한다.


‘홀리 러브스 러브’는 2016년 12월 말에 첫 제품을 출시한 후 홍보나 마케팅을 따로 하지 않았다. 입소문만으로 2017년에 2억5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매출이 더 늘었다. 운영비가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절반 이상이 순수익으로 남는다. 출시하자마자 흑자였다고 한다.

출처: 홀리러브스러브 공식인스타그램
'영화 더테이블' 시사회 참석 당시 한지민씨. 홀리러브스러브의 복주머니 가방을 들고있다.

자립형 사립고-에스모드 서울


조씨가 만든 복조리 가방은 길이 21cm, 높이 22cm의 아담한 크기에 독특한 문양이 눈에 들어온다. 보강재를 넣어 바닥을 탄탄하게 만들기 때문에 형태가 잘 유지된다. 모양은 똑같지만 다양한 색깔과 문양의 천으로 만들어 고객들이 취향대로 원하는 가방을 고를 수 있다.


“제가 사용하고 싶은 가방을 만들었어요. 가죽가방은 무거워서 좋아하지 않고, 딱 이 정도 크기의 작고 가벼운 가방만 사용하거든요. 천으로 패셔너블한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는 거의 없어서 내가 만들어야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이 팔아서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그저 ‘예쁘게 만들어 사람들에게 소개해야지’라는 마음이었죠. 다행히 처음부터 사람들이 좋아해줬어요.”


조한올 디자이너의 전공은 ‘의상 디자인’이다. 3년 과정 패션디자인학교인 ‘에스모드 서울’에서 여성복 디자인을 전공했고, 의류회사에서 일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자립형 사립고에 다녔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 사이에서 공부로 두각을 나타내기는 어려웠고,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게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내 적성은 무엇일까, 무슨 일을 하면서 살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옷 만드는 일을 좋아했고, 패션잡지도 즐겨 봤죠.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에스모드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검색도 하고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실무 중심으로 교육받은 후 되도록 빨리 일을 시작하고 싶었거든요.”

홀리 러브스 러브의 디자이너이자 대표, 조한올씨.

호주 패션회사에 취업


부모님은 “대학부터 가라”고 반대하셨지만, 조곤조곤 설득해서 패션디자인학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원하던 대로 실컷 공부했다. 그는 “옷 만드는 일이 너무 좋아서 밤새 작업해도 피곤한 줄 몰랐다”라고 그 시절을 떠올린다. 학교를 졸업한 다음에는 몇몇 여성복 브랜드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인턴생활 후 정직원이 될 수도 있었지만, 포기하고 인도로 떠났다.


“막상 현장에 가니 학교 공부를 써먹기 어려웠습니다. 보조 역할만 해야 했죠.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여행을 떠났습니다. 석 달 동안 남인도에서 북인도까지 종단했죠.”


패션 선진국인 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라 왜 인도에 끌렸을까? “원시적인 에너지가 그대로 남아있고 다듬어지지 않은 곳을 좋아했어요. 소수민족이 사는 마을까지 인도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습니다. 한 나라 안에서 다양함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인도에서의 3개월이 제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인도에서 돌아온 그는 이번에는 호주로 가서 10개월 정도 워킹홀리데이를 했다.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이 호주의 워킹홀리데이가 좋다고 추천했습니다. ‘그렇다면 가볼까’ 하고 즉흥적으로 결정했어요. 워킹홀리데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 달 정도 호주 여기저기를 여행했죠. 미술관도 많이 찾아다니고 정말 좋았습니다.” 워킹홀리데이가 끝난 후 호주 패션회사에서 9개월 정도 일했다.


“10~30대 여성을 겨냥한 SPA브랜드였어요. 소비자의 수요에 맞추어 상품구성을 하는 일이어서 재미있게 일했습니다. 그런데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이 나가고 제가 하는 일도 달라져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저도 퇴사했죠.”

복조리 모양의 홀리 러브스 러브 가방은 외국인들에게 인기다.

미국, 중국서도 판매


퇴사 후 2016년 여름부터 준비해서 2016년 12월 24일에 내놓은 게 ‘홀리 러브스 러브’의 복조리 모양 가방이다. 왜 브랜드 이름을 ‘홀리 러브스 러브’라고 정했느냐고 묻자 “제 영어 이름이 홀리이고, 사랑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라고 설명한다.


상품 전략은 간단하다. ‘내가 사용하고 싶은 가방을 만들어 내 또래 친구들이 살만한 가격에 팔겠다’였다. 그래서 가방 가격을 8만9000원으로 정했다. “회사 월급을 생각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정하려고 했어요. 그렇다고 저가 브랜드로 보이고 싶지는 않아 가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가방을 보여주면서 ‘얼마면 사겠냐’고 물어보면서 다녔죠.”


다양한 천으로 똑같은 모양의 가방을 만든 것도 전략이었다. “소비자로서는 너무 선택할 게 많아도 피곤하거든요. 모양은 정해져있고 색깔과 무늬만 고르게 하면 쉽게 선택하면서도 ‘내가 직접 골랐다’는 성취감이 커집니다.”


강렬한 색상과 대담한 무늬의 복조리 가방들을 보면 그가 인도와 호주에서 지내면서 경험했을 에너지와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는 주로 스마트폰으로 쇼핑하는 20~30대 여성들을 생각하면서 처음부터 온라인 판매에 주력했다고 한다.


“독특한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들을 판매하는 온라인 편집숍인 W컨셉에 제일 먼저 입점을 요청했습니다. 제가 애용하던 사이트였는데, 바로 통과되었죠. W컨셉을 통해 미국, 중국에서도 판매합니다. 중국인이 대량구매를 해서 매출이 치솟은 적도 있어요.”

홀리 러브스 러브 가방은 대량제작이 아니어서 문양과 색깔이 제품마다 다 다르다.

롯데·현대백화점에서 입점 요청


‘홀리 러브스 러브’는 현재 위즈위드, 텐바이텐, 무신사, 1300K, 크램잇 등 여러 온라인 편집숍과 현대백화점 자체 편집숍인 언더라이즈와 유라이즈, 롯데백화점 자체 브랜드인 유닛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보고 백화점들이 먼저 입점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는 매년 5월말과 10월말,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인다.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고객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매번 새로워져야 합니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느낌의 복조리 가방들을 선보이면서 가로 42cm, 높이 30cm의 큼직한 가방에 커다란 하트무늬를 집어넣은 러브백, 작고 귀여운 만두 모양의 가방인 두두백 등 새 상품도 조금씩 내놓고 있죠.”


새로운 가방이 나올 때를 기다렸다가 사 모으는 단골들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책과 영화, 공연을 좋아한다는 그는 “고객에게 새로움을 선사하려면 어디에서든 영감을 얻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노래의 제목을 가방 이름에 붙이기도 하고, 록밴드 공연이나 알베르 카뮈의 작품을 생각하면서 디자인을 구상하기도 한다.


“가방을 내놓자마자 생각보다 주문이 많이 들어와서 놀랐다”는 조한올 디자이너. 비결이 무엇일까 물으니 “글쎄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라고 대답한다. 그는 나이 들어도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일이 가방 만드는 일이든 아니든.


글 jobsN 이선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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