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직후 남편 따라 프랑스 갔다가 지금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9. 25. 10: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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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유학길 동행.. 이렇게 오래 외국에서 살 줄은 상상 못했습니다

결혼 직후 유학을 결심한 남편을 따라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프랑스로 떠난 이지선(36) 씨는 흔히 말하는 경력단절녀였다. 말(프랑스어)도 못해 사회와 말 그대로 반강제 단절상태였다. 프랑스어를 배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힘겨운 과정을 거쳐 입이 트이자 돈을 벌 목적으로 해외구매대행을 하다가, 4년 전 ‘부띠끄비엠’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유럽 현지의 다양한 제품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파는 회사다. 최근에는 스페인 법인도 새로 만들었다. 한국의 고객 상담을 위한 사무실을 만들기 위해 잠시 귀국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jobsN

- 프랑스에서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소개해달라.
"프랑스에 살면서 현지에 있는 다양한 유럽 제품들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판매하는 편집샵을 운영하고 있어요. 제가 심혈을 기울여 고른 의류와 생활용품, 바디용품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좋은 제품을 파는 좋은 가게’라는 뜻의 ‘부띠끄비엠(boutiquebm)’이에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물건을 판매한다는 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 처음에는 해외구매대행으로 시작했다고.
"프랑스에 와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처음 시작했던 것이 구매대행이었어요. 사이트를 만들고 한국 고객들이 요청하는 제품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구매해서 수수료를 받고 한국으로 배송해줬어요. 고객들과의 신뢰를 위해서 프랑스 매장 앞에서 새벽부터 줄 서서 기다리며 구매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구매대행만 하다보니 아르바이트 수준에 머무를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점차 제가 물건을 골라서 소개하기 시작했어요. 유럽 브랜드 제품들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사서 써 보며 품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들을 골라서 판매했어요. 프랑스 업체들과 공급 계약을 맺기 위해 2016년에는 프랑스에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프랑스에서일하는모습.

- 한국을 떠나 프랑스로 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어요.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결혼을 하고 남편의 유학길에 동행하게 됐죠.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만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 해외에 살기 전에 한국에서는 어떤 일을 했었는지.
"서강대학교에서 신방과를 졸업하고 LG패션에 입사했어요. 프랑스에서 수입하는 라푸마 브랜드를 맡아 상품을 기획하는 일을 했습니다. 첫 직장이기도 했고 꼼꼼하게 일하는 성격이라 치열하게 일했어요. 상품 라인업을 하는 일이 재밌기도 했습니다. 3년 정도 근무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프랑스로 왔어요."


- 경력이 단절된 셈인데, 낯선 나라에 가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처음 프랑스에 갔을 때는 아이가 된 기분이었어요. 프랑스가 외국인에게는 친절하지 않은 나라거든요.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모든 행정 절차에는 프랑스어가 필수였죠. 처음에는 은행에서 돈도 못 뽑고, 물건도 사기 힘들어서 혼란스러웠어요. 남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하느라 특별히 도와줄 사람이 없었어요. 프랑스어를 배우며 그렇게 몇 년 지내다보니 우울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프랑스사무실에서.

- 프랑스에서 회사를 만들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프랑스어를 어느 정도 익힌 다음 처음 이곳에 올 때 결심했던 MBA를 준비했어요. 해외에 살게된 이상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출산을 하며 MBA를 위한 지맷 시험을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시험장에서 지맷 시험을 보기도 했거든요. 원하는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자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여기서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한국에서 브랜드 MD를 하며 상품을 기획하던 일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회사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우선 프랑스에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비자를 땄어요.. 프랑스는 외국인이 취업 비자나 이민 비자를 받는 것이 절차상 까다로운 나라입니다. 온갖 서류를 준비해서 일단 취업 비자를 받았어요. 그 다음 법인을 만들었죠.서류 작업만 6개월이 걸렸습니다. 현지 변호사 회계사 도움을 받았는데도 그 정도였습니다. 그 뒤로는 아이를 돌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정말 미친듯이 일만 해왔던 것 같아요."


- 프랑스 제품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한국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제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프랑스 사람들의 소비 패턴은 한국과 많이 달라요. 한국 소비자들은 유행에 민감한 편인 반면에 프랑스 사람들은 자기 취향에 따라 소비하고 혼자만 아는 걸 흡족해해요. 비싸고 화려한 제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브랜드 제품을 평생 사용하는 걸 많이 봤어요. 그런 제품들을 골라서 한국에 소개하는 것이 제 목표에요. 패션 용품이나 생활 용품을 비롯해서 매력적인 유럽 먹거리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어요. 아울러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을 생각해보고 작은 구매에도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는 이곳만의 소비 패턴도 알리고 싶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스페인에서 매장방문조사중.

- ‘부띠끄비엠’이 내세우는 장점은 무엇인가.
"여러 제품들을 직접 체험해보려고 노력해요. 식품의 경우 브랜드별로 동일 상품들을 다 사서 먹어봐요. 내가 사용해보고 즐거움을 느꼈던 제품을 소개해야 내가 그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명품을 다루는게 아닌 만큼, 합리적인 가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회원만 들어갈 수 있는 프랑스의 프라이빗 아울렛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요. 유럽 브랜드는 정한 날에 남은 재고를 저렴한 가격에 프라이빗 아울렛에서 팝니다.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죠. 그리고 프랑스에서 열리는 각종 박람회도 찾아다닙니다. 유럽의 신규 브랜드나 장인 기업이 만든 제품 판매 계약을 하기 위해서에요. 피코크 프랑스 세제나 패션 브랜드 말라바바는 그렇게 독점 판매 하게 됐어요."


- 모두 몇 명의 직원을 두고 일하는지. 매출 규모도 궁금하다.
"본격적으로 법인을 만들고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어요. 아직 성장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현재 직원은 프랑스에는 저를 포함해서 다섯 명, 그리고 한국과 스페인에 한 명씩 일하고 있습니다. 부띠끄비엠 회원 숫자는 5000명 정도구요, 한 달에 주문 건수는 2000개 정도에요. 프랑스 회사 기준으로 매출은 한 달에 5만 유로(6500만 원) 정도 규모입니다."

출처: 본인 제공
프랑스에서홍보영상촬영중.

- 현지와 한국의 시차 때문에 일하느라 힘들 것 같다. 일하는 게 즐거우신지.
"힘들지만 분명히 즐거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치열하게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즐겁지 않으면 이렇게 못하죠. 업무량으로 따지면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와는 비교가 안 되니까요. 일단, 발굴한 새로운 제품을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예측한대로 고객들의 반응이 나올 때 짜릿해요. 일상에서 소비를 통해 소소한 즐거움을 주고 싶은 제 의도가 먹힌 거니까요. 그리고 고군분투 하더라도 스스로 경제적으로 자립하며 사는 게 스스로 만족감이 큰 것 같아요. 성취감도 있구요."

- 앞으로 꿈이 있다면.
"제가 소개하려는 상품들이 단기간에 큰 매출을 내는 방식은 아니에요. 그래서 사업을 하면서 대박을 기대하지도 않고요. 다만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 제품들을 가져오고 싶어요. 사업도 그렇게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시드머니 투자를 제안 받기도 했어요.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졌지만 제 꿈은 생각보다 소박해요. 다른 무엇보다 저와 직원들이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jobsN 오종찬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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