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들여 환상적인 자동차 만들었지만 결국 포기합니다

조회수 2020. 9. 24. 15: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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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두 손 들게 한 사업은?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의 제임스 다이슨(72) 회장이 10월10일(현지시각) “전기자동차 프로젝트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다이슨은 2016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25억파운드(약 3조8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정부도 1600만파운드(243억원)를 후원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 힘을 보탰다. 다이슨은 전기차 부문에 새로운 인력 500여명을 투입했다. 불과 작년만 해도 싱가포르에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3년 만에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출처: 조선DB
다이슨 회장.

다이슨 회장은 “우리는 환상적인 차를 만들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할 방법을 못 찾았다”며 전기차 사업을 포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자동차 개발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구매층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업계에선 내연기관 차보다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이 낮은 전기차 시장의 특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이슨이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실패했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다이슨 회장은 전기차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기차에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들어간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 이온 제품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만든다. 열을 잘 견디고 발화 물질이 없어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받는다. 전고체 배터리 분야 선두 주자인 도요타는 상용화 시점을 2025년으로 본다. 2021년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던 다이슨에게는 무리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성전기도 기술 상용화 실패로 6년간 공들인 모바일 무선충전 사업을 지난 4월 포기했다. 모바일 무선전력 전송·근거리무선통신(NFC) 칩 코일 사업을 중견기업인 켐트로닉스에 210억원에 매각하는 영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무선충전은 충전기와 제품이 맞닿아 있어야 하는 자기유도 방식과 일정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충전이 가능한 자기공진 방식이 있다. 자기유도 방식은 10년 전 개발이 끝났다. 이미 여러 스마트폰에서 쓰고 있다.


삼성은 2013년 갤럭시 S4 모델에 자기공진 방식 무선충전을 도입하려 했다. 하지만 제품 테스트 과정에서 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포기했다. 그 뒤에도 연구개발에 투자했지만, 상용화엔 실패했다. 충전 효율에 이상이 있었고, 인체 유해성 여부 판단 문제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자기유도 방식 무선충전 제품을 삼성에 납품해오던 켐트로닉스에 배턴을 넘겼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투자 규모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만큼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가 차세대 무선충전 기술 선두 주자로 올라설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Samsung Korea 유튜브 캡처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에서는 기술 장벽뿐 아니라 정부 규제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중단한 사례도 있다. 월 사용자 수가 3억명에 달하는 메신저 앱 텔레그램은 10월12일 “규제 불확실성이 늘어 암호화폐 개발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텔레그램은 이용자들이 자체 암호화폐 그램(gram)을 톤(TON·Telegram Open Network) 플랫폼에서 지불 수단으로 쓸 수 있게 만들었다. 2018년 초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캐피탈리스트들과 대기업에서 17억달러를 조달해 토큰 판매를 시작했다. 암호화폐 공개(ICO)도 했다. 오는 10월31일 톤을 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문제를 제기했다. 텔레그램이 위원회에 사전 등록하지 않고 17억달러어치 토큰을 팔았다며 임시 중단 처분을 내렸다. SEC는 29억개 토큰 가운데 10억개 이상이 불법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팔렸다고 판단했다. 스테파니 아바키안 SEC 집행부 공동국장은 “텔레그램이 투자자에게 그램 토큰과 관련한 사업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를 보호하려고 부여한 정보공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SEC는 그동안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업체에 관한 조사를 강화해왔다. 최근 미국 하원은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Libra) 청문회에서 빅테크 금융 배제법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거대 IT 기업이 미국 금융당국 역할을 하거나 금융기관과 제휴하는 걸 금지하는 법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강화로 업계에서는 텔레그램에 대한 조치가 예견된 일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텔레그램은 공식 텔레그램 채널에서 "규제 불확실성이 풀리는 대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면서 재개 의지를 보였다.


페이스북은 2018년 정부 규제를 의식해 동영상 미디어 ‘하우스파티’ 인수를 접었다. 하우스파티는 여러 이용자가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채팅을 하는 서비스다.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용자 평균 연령이 높아져 고민이던 페이스북은 2018년 12월까지만 해도 하우스파티와 인수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중단했다. 하우스파티는 지난 6월 게임 제작사 에픽게임즈가 인수했다.

출처: CNBC Television 유튜브 캡처
밥 아이거 디즈니 CEO.

페이스북이 인수를 포기한 건 트럼프 행정부의 반독점 조사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거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경쟁사를 인수하는 걸 정부가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인수 협상 관계자 2명의 말을 인용하면서 “반독점 당국이 페이스북을 시장지배 사업자로 보는 상황에서 다른 소셜미디어를 인수하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이용자가 느끼는 불결함(nastiness) 때문에 트위터 인수를 포기했다”고 9월23일 밝혔다. 2017년 트위터를 인수해 디즈니를 현대화하려 했지만, 조직이 떠안아야 할 고통이 생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위터 피드를 보고 있으면 ‘내가 왜 이런 고통을 참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또 “소셜미디어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엄청나게 나쁜 짓을 할 수도 있다”며 인수를 접은 이유를 밝혔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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