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230개국에서 대박 난 게임, 한국인이 만들었다

조회수 2021. 5. 10.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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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230여개국서 난리난 이 게임, 다 내 머릿속에 계획이 있었습니다
2020년 구글 올해의 게임 선정 ‘가디언 테일즈’
4살때부터 게임에 빠져산 ‘겜돌이’가 기획
“좋아하고 재밌고 미쳐야 성공이 문 열어”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작품 중 하나다. 배우의 연기력뿐 아니라 김순옥 작가의 남다른 필력과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스토리라인이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 게임 분야에도 이러한 스토리를 기획하고 꾸려나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게임 기획자다. 드라마에 작가가 있다면 게임에는 게임 기획자가 있다. 게임 기획자는 게임의 스토리를 만들고 캐릭터의 성격, 대사까지 완성하는 일을 한다. 또 개발자, 아트디렉터 등 다른 팀원과도 계속해서 의견을 조율해 게임 제작의 전반적인 과정을 담당한다.


최근 출시 약 7개월 만에 1000억원 매출을 올린 한국 모바일 게임이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캐나다,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230여개 국가에서 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다운로드 수만 1000만회가 넘는다. 2020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게임에서 올해를 빛낸 인기게임, 올해를 빛낸 혁신적인 게임 2관왕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게임은 바로 '가디언 테일즈'다. 미국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 콩 스튜디오의 한국 지사인 콩 스튜디오 코리아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한국 및 글로벌 시장에 배급한다. 이 화제의 게임을 기획한 콩스튜디오의 김상원(32) 기획팀장을 만나 게임 기획자라는 직업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콩스튜디오 제공
콩스튜디오의 김상원 기획팀장.

김상원 팀장은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겨 했다고 한다. 4살 때부터 게임기를 다뤘고 학창 시절엔 PC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집에선 부모님께 들킬까 봐 컴퓨터 본체가 뜨거워지지 않게 그 위에 얼음주머니를 올려놓고 게임을 할 정도였다.


“4살 때부터 닌텐도 슈퍼패미콤을 즐겨 했어요. 6살 땐 486 컴퓨터로 게임을 했습니다. 학창 시절엔 거의 PC방에 살았죠. 부모님께는 독서실에 간다고 하고 나왔어요. 거짓말을 해 죄송했지만 게임이 너무 좋았어요. 창세기전 등 패키지게임뿐 아니라 라그나로크, 울티마 온라인,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 어크래프 등 각종 온라인 게임을 했습니다. 밤새우는 건 일상이었어요. 당시 단골 PC방 전체손님 중 사용 누적 시간 2위에 오르기도 했어요.


또 다른 취미는 게임 잡지 모으기였어요. 게임 잡지를 사면 부록으로 게임 CD를 줬어요. 자연스레 게임 잡지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잡지를 읽던 중 게임 ‘창세기전’의 시나리오 담당자가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인터뷰한 걸 봤어요. 인터뷰를 보면서 게임 시나리오를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게임 기획자는 게임에 관한 기획서를 만드는 일을 해요. 게임의 스토리 라인을 정하고 캐릭터 일대기를 구성하는 등 세세한 이야기를 만듭니다. 이 과정을 거친 후 게임이 만들어지기 시작해요. 그때까지만 해도 게임 기획자라는 직업은 게임에 특출난 재능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막연한 거리감을 느꼈죠.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진로를 고민하던 중 게임 대신 게임 광고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게임을 알리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광고도 게임처럼 영상, 스토리, 음악 등 다양한 요소가 들어가니 적성에 잘 맞을 거라고 봤습니다.”

출처: 콩스튜디오 제공
팀원들과 회의 중인 김상원 팀장.

이후 김상원 팀장은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 들어갔다. 대학 시절 동안 광고인을 준비했지만 그 와중에도 게임에 대한 사랑은 유별났다.


“2014년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행사가 열렸습니다. 친구의 소개를 받아 행사 도우미로 일했어요. 행사장을 방문한 사람을 안내했습니다. 게임 개발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스태프로 함께 일한 사람들을 많이 알 수 있어 좋았어요. 그들 중에는 게임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이 많았어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게임 기획자가 꼭 게임에 특출난 재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김상원 팀장은 이후 게임 학원에 등록했다. 게임 기획 수업 등을 들으면서 게임 회사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업을 듣다 보니 혼자서도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2달 만에 그만뒀습니다. 운이 좋게 지인 중에 게임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회사에서 인턴처럼 일하면서 기획 일을 도와주고 포트폴리오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10개월 정도 포트폴리오를 준비했어요. 직접 구상한 게임 스토리, 캐릭터 UI(user interface·컴퓨터나 모바일 등을 사용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설계 내용) 등 전반적인 부분을 담았습니다.”


직접 포트폴리오를 준비한 김상원 팀장은 2015년 ‘콩스튜디오 코리아’에 지원해 입사했다. 콩스튜디오는 퍼즐 모바일 게임 ‘던전링크’로 유명한 모바일 게임 개발 스타트업이다. 출시 1년 6개월 만에 글로벌 매출 110억원을 돌파해 화제였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입사 후 1년간은 ‘던전링크’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기획 및 운영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카툰 네트워크의 인기 애니메이션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능력을 인정받은 김상원 팀장은 2017년 ‘가디언테일즈’에 합류했다.


출처: 카페 캡처
가디언테일즈 게임화면.

“처음에는 ‘가디언테일즈’ 프로젝트에 첫 기획자로 합류했어요. 초기에는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디렉터와 함께 스토리라인, 시스템 등을 함께 만들어나갔어요. 쉽지 않았지만 제 아이디어와 색깔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가면서 게임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2020년 7월 ‘가디언테일즈’를 론칭했습니다. 이후 기획팀장으로 승진해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기획자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일을 하는 건 아니에요. 하는 일이 나눠어 있어요. 스토리를 쓰는 사람, 게임 내 전투 부분을 담당하는 사람, 밸런스나 경제 부분을 담당하는 사람 등 다양하게 있습니다. 먼저 스토리 쓰는 작업은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일이다 보니 다른 사람이 쓰던 내용을 이어서 쓰기도 해요. 또 대사만 쓰기도 합니다. 동시에 작업하는 경우도 있어요. 전투 부분의 경우 몬스터가 어떻게 움직일지, 플레이어가 몬스터에게 어떤 기술을 쓸 수 있게 할지, 몇 초 동안 얼만큼의 속도로 움직일지 등 구체적으로 조정합니다. 밸런스나 경제 부분의 경우 플레이어가 몬스터에게 공격을 가할 때 얼만큼의 데미지를 줄지 등 게임의 난이도, 보상, 이벤트를 정합니다.


기획팀장으로 일하면서 콘텐츠 기획부터 게임화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획한 방향대로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해요. 예를 들어 게임을 하나의 건축 과정이라고 가정해볼게요.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자는 목표가 정해지면 아파트 단지 모양 등을 디렉터와 함께 논의하면서 정합니다. 또 추가로 놀이터를 넣을지, 휴게 시설을 넣을지, 주차장을 넣을지 등을 고민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기획안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요. 이후 디렉터와 논의하면서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등 여러 팀원과 함께 세부적인 내용을 작성합니다.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게임 구현을 시작합니다. 이때 기획자를 배정하는 일도 직접 합니다. 처음 계획한 방향대로 나오고 있는지, 재미가 있는지 등을 계속해서 확인해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면 콘텐츠에 추가합니다. 재미가 없거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 공사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겪어요. 적으면 3번, 많게는 20번까지 반복합니다. 현재 ‘가디언테일즈’ 팀에는 100여명의 팀원이 있어요.”

출처: 콩스튜디오 제공
팬들이 회사로 보낸 선물들.

이렇게 탄생한 ‘가디언테일즈’는 2021년 2월 말 기준 게임 누적 매출 1억달러(한화 1120억원)을 넘어섰다. 게임 다운로드 수만 1000만회가 넘는다. 이는 2020년 7월 말 오픈한 글로벌 버전(중국, 일본 제외)의 실적이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를 시작으로 현재는 캐나다,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23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2020년 대한민국 게임 대상에서는 해외 인기게임상을 받았다. 또 2020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게임들에서 올해를 빛낸 인기게임, 올해를 빛낸 혁신적인 게임 2관왕을 수상했다.


-게임의 인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가디언 테일즈’는 다양한 장르와 게임 진행 방식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재미와 완성도가 높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보통 모바일 게임의 경우 수익만 따지고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아요.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항상 새로운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게임의 한 스테이지를 만들기 위해 수십번씩 폐기하고 다시 만들어요. 또 RPG 게임(role playing game·역할을 수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형태의 게임)인데도 중간에 슈팅 게임을 넣는 등 다른 장르의 게임을 넣어요. 유저에게 항상 신선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땐 언제인가요.


“유저들의 반응이 좋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 업데이트한 후 문제가 없는지 사용자 반응을 모니터링합니다. 직접 만든 콘텐츠가 좋은 평가를 얻을 때 큰 보람을 느껴요. ‘인생 게임이다’ ‘평생 업데이트 해달라’ 등의 반응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실제로 ‘게임을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면서 회사에 커피 트럭을 보내주고 싶다는 분도 여럿 계셨어요. 어떤 유저분은 직접 회사 문 앞에 선물을 두고 가시기도 했습니다.”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오랜 시간 동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가장 힘들어요. 그럴 땐 게임이나 만화, 소설 등을 찾아봅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어요.


콘텐츠를 수십번 다시 만들어야 할 때도 힘들죠. 2주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하고 있어요. 빡빡한 일정입니다. 기한은 정해져 있는데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초조해져요. 퀄리티를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재미와 감동을 주고 싶어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처: 콩스튜디오 제공
가디언테일즈 게임 화면.

-게임 기획자를 꿈꾸는 분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요.


“무엇보다 게임을 직접 만들고 싶어 하는 열정이 가득해야 합니다. 인기 많은 게임, 다른 사람이 많이 하는 게임을 무작정 따라 하는 건 좋지 않다고 봐요. 본인이 진짜 좋아하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살려서 기획하면 좋을 것 같아요.


또 게임을 많이 하고 잘한다고 해서 게임을 잘 만드는 건 아닙니다. 물론 경험을 많이 해보면 좋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게임을 볼 때 기획자의 시점으로 보는 게 도움이 돼요.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왜 이런 스토리가 나왔을까’ 등을 고민하면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게 중요합니다.


작문 능력도 중요합니다. 기획서에 자신이 생각한 스토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해요. 영화, 연극, 만화, 소설 등을 많이 보는 게 좋아요. 시나리오가 담겨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창의력을 키우면 도움이 됩니다. 게임 아카데미를 굳이 다닐 필요가 없어요.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기보단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게임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게임 업계 들어올 때 두 가지 목표를 세웠어요. 하나는 스토리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거였습니다. 이 목표는 ‘가디언 테일즈’를 기획하면서 이뤄냈다고 생각해요. 두번째 목표는 게임업계에서 최고의 영예인 고티(GOTY·Game of the year)를 받는 겁니다. 게임과 관련한 전세계 유명 매체, 웹진에서 선정한 올해의 게임을 고티라고 불러요. 그 해 가장 많이 고티를 받은 게임을 ‘최다 고티’로 부릅니다. 첫번째 목표를 이뤄냈으니 이 목표도 마냥 꿈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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